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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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남덕유산 -- 육십령 할미봉 서봉 남덕유산 영각사

mangsan_TM 2020. 2. 24. 17:48




2020년 2월 23일(일) 솔향*의 리딩을 쫓아 남덕유산에 다녀왔다.

코스 : 육십령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영각사

거리 및 시간 : 12 km 6시간.

날씨 : 바람 약간의 영상 기온. 미세먼지 없고 쾌청.


<남덕유산 등산지도>




요즘.. 전국적인 잇슈는 신종코로나이다. 감염률도 높고 치사율로 높아 지극히 위험스러운..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로 인해서 교통의 흐름은 몹시 좋았다.

분당에서 6시 50분에 출발한 버스가 9시 25분, 여기 육십령 고개에 도착을 했으니까..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휴게소 한 켠으로 난 데크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9시 30분.




남덕유산까지 8 km라.. 오후 1시 30분까지 목표를 정하면 되겠군..

예전엔 좀 더 빠른 시간에 목표한 곳을 가는 것에 가치를 두어서 그래야만 성취감을 느꼈었는데..

요즘엔 산의 정취를 좀 더 많이 느끼자는 것에 가치관을 두고 있어서 가급적 여유로운 산행을 하려고 한다.




작은 능선에 오르기 전까지 한 30분 동안은




등로가 마냥 시골동네 뒷동산 길처럼 안온했지만




할미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언듯 보이는 능선 부터는




서서히 암릉길을 오르내리면서 앞으로의 긴 여정에 대한 각오를 다지게끔 했다.




이젠 할미봉이 가까워지고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멀리 흰 상고대를 인 봉황봉과



전북 장수군의 반송마을 전경이 보여졌다.

저 아래 트랙은 말을 훈련시키는 것이고 그 앞쪽에 마사고가 있다고 하던데..

마사고? 몇년 전, 지리산 바래봉 가는 길에 한우를 먹고 맛이 너무 좋아서 감탄했던 가게가 있었는데

함께한 친우가 분명 그 근처에 전국 유일의 마사고가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저 곳이 바로 그 동네?




산행 시작 1시간. 드디어 할미봉에 올라섰다.




올라서면서 대뜸 시원함이 느끼지는 뷰~~ 서봉, 남덕유산, 1333봉(왼쪽부터)이 펼쳐져 있다.

에휴~~ 아깝다. 저 파노라마에 흰눈이라도 소복히 깔아두었다면 어땠을까? 좀 더 일찍 올껄..



암튼 눈으로 오늘 걸어야 할 산길을 대충그려본 후




길을 나선다. 서봉까지 근 4 km. 두 시간은 걸리겠지? 그리고 반송마을?




저 마을 어딘가에도 무주 설천면에 있는 반송과도 같은 나무가 있는걸까?




암튼, 오래 전에는 밧줄과 나무사다리가 놓여있던 곳.

지금에는 깔끔하게 나무데크로 된 계단이 대신하는 곳, 그 위에 섰다.




그리고 다시 심호흡을 하고 가야할 길을 살피면서 계단을 내려선다. 보기보단 미끄럽다.




다 내려와서 뒤돌아 보니 할미봉에서 내려 꽂히는 계단이 상당히 가팔라 보인다.

그리고 할미봉의 유래도 꽤 여러개가 있던데.. 

조기 삼형제 바위들 중 가장 오른쪽 바위 옆으로 보이는 할미 모습이 그 전설이 될까?




다시 눈을 앞에 두고




나무터널 길을 지나




교육원 갈림길도 지나고




이정목 있는 곳도 지나쳤다.




먼 곳에서 보이던 평탄하기만 할 것 같은 길이었지만

사실 그 속은 미끄러운 얼음길도 있고 거친 자갈길, 질척이는 진흙탕길 등등




그러다 보니 점점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뭇가지 끝으로 서서히 보이는 서봉과 남덕유산에 힘을 얻어




단숨에 한 바위덩어리에 올라선다. 말 그대로 짜잔~~

두 봉우리의 웅장한 모습이 아주 가까이 활짝 펼쳐져 있다.




그렇지만 이젠 힘이든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30분.

볕 잘들고 바람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펴고 싸 가져온 음식을 내놓고 점심을 즐긴다.




뒤돌아 앉아 입가심으로 그라비올라 차를 잔에 그득히 따르고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을 감상한다.




에너지 충전을 하고 길을 걸으니 발걸음 마저 빨라지는 것일까? 서봉이 눈에 가까이 보이더니




한 순간에 바로 코 앞으로 들어섰다.

서봉 위에 그리고 그 옆 헬기장 위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오늘 본 사람들 중 최다 인파?이다. 




오후 1시 20분. 정상석은 없고 대신 이정목이 서 있는 서봉에 올라섰다. 조망이 여기 보다는

그 옆 헬기장이 좋아 보여서 재빠르게 헬기장으로 건너와서




주위를 둘러본다. 와우~~~




덕유산 줄기가 한눈에 다 들어섰다. 한참을 쳐다보고는




건너편에 있는 남덕유산을 바라봤다.

저 곳까지 꽤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야 할 텐데.. 무척 힘이들 것 같은 예감.




서봉을 올라올 때 보니 햇볕에 녹은 얼음과 그 물기 혹은 남은 눈들이 길을 엄청 미끄럽던데

지난 주 발왕산 산행 때 끊어진 아이젠을 대신하여 새 아이젠을 주저 없이 신에 장착을 했다.




역시 아이젠 장착이 옳았다.

북쪽 사면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서 미끄러운 비탈길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남아있는 눈이 있어서 반갑기만 하다.




이 남덕유산은 눈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혹시 이번에도 많은 눈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나무가지엔 간신히 살아남은 몇 안되는 눈꽃들 뿐. 그렇지만 그들에게 찬양을..




덕유산 줄기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부터

삿갓봉 무룡산 중봉 향적봉 저 끝에가 설천봉..?




한 숨 크게 쉬고 성큼 한 걸음에 올라서니 곧




남덕유산 정상. 오후 2시 10분.

신종 코로나 덕에 이 정상석을 오롯히 홀로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일요일임에도 지금 여기엔 단 한사람도 없다.




그래서 서두름 없이 느긋하게 이 덕유산 줄기를 홀로 감상을 한다.




지금껏 지나온 할미봉 능선도 여유롭게 되짚어 보기도 하고...




그래도 예정 보다 40분을 늦었으니 바지런하게 내려가야 하겠지?

뒤돌아 덕유산에게 안녕을 고하고 영각사를 향해 내려섰다.




앗!!  이 계단.

이 계단을 보니 아주 오래 전 바람 불고 눈 오던 그 어느날 이곳으로 올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마침내는 계단을 오르고 올라서

이 가파른 마지막 계단에 올라섰더니.. 진눈깨비 담은 세찬 바람이 사정없이 내 귓볼을 때려댔던..

그래서 그 바람을 피해 바위 밑으로 어떻하던 숨으려 안간 힘을 쏟았던 그 기억이 그림처럼 떠 오른다.

아마 그 때는 영각사로 올라 교육원으로 하산했었던 것 같다.




그 남덕유하면 어렴풋 하나마 떠오르던 그 기억 포인트. 철계단.




남쪽 사면이라서 눈도 거의 녹고 없었지만 만의 하나 때문에 불편을 무릎쓰고 여전히 아이젠을 장착 중이다.




너무도 불편해서 앞으로 아이젠을 장착해야 하는 구간이 있는지 올라오시는 분께 묻고는 아이젠을 벗었다.

올라 오시는 분들은 삿갓재에서 1박을 한 다음, 안성탐방소로 내려갈 계획을 가진, 부자로 보이는데

함께 산행하는 그 모습은 보는 것으로도 흐믓함을 줬다.




가파르고 질척이고 잔돌들이 박힌 길. 조금은 지루하다 싶던 차에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세차게 들렸다. 아마도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내려서니 영각사탐방소. 3시 48분.




덕유산 지도를 보니, 삿갓봉하고 송계지구가 아직 미답이다.

올 봄, 원츄리꽃 만개할 때, 저기 삿갓봉에나 가 볼까?




영각사까지는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였지만, 그 곳엔 공용주차장이 없었다.

이런~~  영각사를 조금 구경하려 했는데..  구경도 못하고 허겁지겁 서둘러




오후 4시. 간신히 공용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어느 특정 종교집단은 그들의 절대 신을 믿고 신종코로나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

결국엔, 본인들이 감염된 것이야 믿음의 힘이라 치지만, 애꿎은 일반인들이 감염되고 나라 전체가 위험스러울 지경에 도달한 것을

저들은 어찌 생각을 할까?



지금까지의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마음에 안드니 모두 뒤집어 엎어 신천지를 세울 목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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