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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갈기산 케른릿지 코스B __ 담엔 사양하겠습니다. 본문
2020. 4. 26(일). 충북 영동에 있는 갈기산에 다녀왔다.
당연히 갈기산주차장에서 갈기산과 월영산을 연계하는 산행인줄 알았는데
오늘도 산행을 인솔하시는 산악회MTR의 대장님 말씀
'신발 몇문신어?' "예? 255mm 신습니다.' '그래? 내 사이즈와 같네.'
그 와중에 차는 주차장을 지나 갈기산관광농원에 도착한다.
'배낭의 자질구래한 것들은 모두 차에 두고 이것들을 배낭에 넣어' 하시며
헬멧, 암벽화 그리고 하네스를 챙겨 주신다.
농원 한 켠에 있는 등산로안내도를 보면서 오늘의 등로를 브리핑.
핑크길인 박쥐동굴 가는길로 들어가 그 길 끝에 있는
케른릿지 B코스로 올라서 하늘색길 C코스로 돌아온댄다.
출발시간은 9시 40분.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
처음하는 릿지라서 괜스레 가슴이 조여온다. 어휴~~ 날씨는 왜이리 좋은겨?
삼거리에서 잠시 지나쳤다가 즉시 박쥐동굴방향으로
릿지꾼들 이외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듯하다.
길이 너무너무 자연스럽다.
케른릿지 갈림길. B코스로 진입한다.
7피치를 가진 A코스 보다 오히려 B코스의 난이도가 높다고 하던데..
역시, 다녀와서 찾아본 개념도를 보니 충분히 그렇겠다 싶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1피치 앞에 섰다.
두근두근~ 그래도 침착히 올라서긴 했는데.. ㅋㅋ 장갑도 벗지 못한 초보!!
그래도 올라섰더니 나름 자신감이 붙어 지내리의 평화로움을 감상도 하고..
그렇지만, 2피치를 보니 어마무시하다. 막판에 있는 작은촉스톤.
마치 오버행 하듯이 넘어서야 하는가 보다.
우리보다 먼저 온 바위꾼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살펴보았지만,
답이 없다.
70대인 대장님께서 선등하신다. 와우~~ 리스펙트!!!
그 이유는
발을 무릎 위쪽으로 디뎌서 첫발을 디디기도 어렵거니와
올라선 후엔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조차 없다. 당황스럽고 겁도 난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걸음. 침착히.. 작은 홀더를 잡고 몸의 균형을 세우면서 촉스톤 밑에서는
거의 배밀이 아니 등밀이하면서 대장님이 확보한 줄에 의지해서
몸 어느 곳이 깨진지도 모르게 간신히..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서 올라섰기 때문이다.
기진맥진이란 단어를 이 경우에 쓰는 가 보다.
그래도 배운대로 생명줄을 확보해서 부들거리는 걸음으로 아래를 보니..
또다시 현기증!
ㅋㅋㅋ 난이도가 무려 5.8인 구간을 지났다며 함께한 분들의 격려에 배짱이 늘었는지
3피치는 살짝 줄에 의지해서 걸어 올라갔다.
3피치를 마치고 나니 주변이 훤히 보이는 봉우리다.
그렇지만 눈 앞에 바짝 곤두선 절벽이 보이고 그 사이 사이에 사람들이 점점히 박혀 있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벌써 12가 넘었다. 평소 같았으면 배꼽시계의 울림을 알아챘겠지만
온힘을 써서 그런지 배고픈 줄 몰랐다. 역시 경력자들은 다르긴 다른가 보다.
처음 오는 곳이지만, 공부를 많이 해 오셨는지 절벽의 특징을 꼭꼭 짚고서
각각의 피치를 구분하고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신다.
심호흡!! 후욱 후욱~ 4피치. 난이도 5.9. 길이는 무려 45 M.
세상에 2피치 보다 덜 힘드는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뭐지?
물론, 중간중간에 포기도 생각할 정도로 죽을 힘을 다했지만, 오를 수 있다는 마음이 더 컸다.
비록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가 났지만 결국은 올라섰다.
생명줄을 확보하고 전보다는 조금은 과감한 마음으로 오르고 있는 산우를 봤다가
적당한 곳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진다.
고도를 높혀가면서 보는 지내리의 풍경도 좋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그리메들은 어떤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리고 어쩌면 4피치의 랜드마크가 될 것 같은 고사목과 눈인사를 한 후에
5피치는 침니가 있어 몸으로 부비면서 오른 4피치와 달리 맨 절벽이라서
발을 디디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작은 홀더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 올라온 경험치가 쌓였는지
4피치보다는 좀 더 수월히 올랐다.
그런데 벌써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후미대장님 말씀은 난이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7피치가 있어서 해지기 전에 오를 수 있을까 걱정하신다.
나 역시 은근히 걱정중이다. 119라도 부르게 되는 상황이면 어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딩대장님에 대한 믿음이 큰지 애닲은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좀 더 힘을 보태서 6피치를 올라설 수 있었고 뒤따라오르는
후미대장님의 등반요령을 살펴보는 여유까지 가졌다.
여기서 보는 지내리의 모습은 또다르른 느낌이다.
앞쪽으론 갈기산 이름의 이유인 말갈기능선이 가까이에서 펼쳐져 있고
걱정과 달리 7피치는 보이지 않았고 석벽을 우회 하니 걸어오를 수 있는 길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A코스의 7피치 걷는 구간일 이 길을 걸어
정상에 올라선다. 하지만 벌써 6시.
아래쪽 지내리마을에도 어두운 기운이 보여
그냥 내려갈까 하다가 옆 봉우리인 갈기산 정상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래 전에 비가오는 날, 주차장에서 갈기산 정상에 왔지만 빗물에 바위가 미끄럽다는 이유로 정상을 패쓰했는데,
이번엔 패쓰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이다.
정상에서 보는 뷰가 그렇게 멋질 수 없다고 여기를 다녀간 불로그 이웃님들의
글이 많던데 보이는 뷰가 정말 멋져서 그 말에 동의할 밖에 없다.
다만, 이미 어두워서 먼 곳까지 살필 여력이 없고
해 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해야 해서 잠시 둘러 보다가
서둘러 하산을 한다.
처음 예정한 관광농원으로 가는 C코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질 않아서 거의 비탐길 수준. 게다가 가파르고 미끄럽다.
그래도 중간중간 나오는 철쭉꽃을 보고 즐거움을 찾지만,
희미한 길과 어두워지는 와중에 간간히 나오는 벼랑길이 잠시도 방심을 못하게 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관광농원 즈음에서 날씨가 아주 어두워졌다.
농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세상에 5 km 남짓한 거리를 무려 10시간 걸려서 걸었다니..
농원의 밤은 멋지기만 하다. 달이야 그렇다 치고 저 밝게 빛나는 별은..?
처음으로 해 본 릿지산행.
그 저릿함과 성취감이 몹시 매력적이었지만, 역시 난 터벅터벅 산길을 걷는게 좋다.
대장님 다음에도 이런 곳이라면 사양할게요.. ㅎㅎ
손가락을 하도 바위에 눌러대서인지 지문인식 폰이 지금도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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