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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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귀때기청봉 _ 서북능선길

mangsan_TM 2020. 6. 8. 15:44

한계령삼거리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너덜길

 

 

 

2020년 6월 7일(일). 설악산 귀때기청봉에 다녀왔다.

설악산 서북능선 중,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장수대로 내리는 길.

한계령 - 귀때기청봉 - 1408봉 - 대승령 - 장수대의 코스를 따랐다.

 

설악산 등산지도

 

 

 

 

 

 

 

지난 주, 이곳 귀때기청봉에 다녀오신 산우님께서 이곳 털진달래꽃을 얼마나 자랑하시던지..

혹시 지금이라도 남아있을꺼 싶어 의지하고 있는 산악회MTR을 쫓아

한계령휴게소에서 배낭을 꾸린다. 10시 5분이다.

 

한계령휴게소. 칠형제봉이 보인다.

 

 

 

참 오랫만에 빛이 훤한 대낮에 이곳을 지나고 있다.

대청봉으로 가든, 장수대에서 이곳으로 오든 새벽이나 어둑한 밤에 지난 곳이었는데

 

 

 

 

 

어둠에 있든 밝은 곳에 있든 이 돌길은 여전히 가파르다.

그래도 한 40여 분 오르고 나면 

 

 

 

 

 

능선 길을 따라 걷는 것이라서 있는 힘을 다하면서 그 길을 올라도 나쁘지 않다.

 

 

 

 

 

11시 30분. 한계령삼거리. 흐리던 날씨가 점차 맑아지고 있다.

대청봉까지는 6 km인 반면에 대승령까지는 7.2 km.

 

한계령삼거리

 

 

 

한계령삼거리를 벗어나자 곧 시작되는  너덜겅.

큰바위로 이루어진 것이라서 자칫 발이 구멍에 끼어 다칠 수 있는 곳이다.

집중하고 조심스레 걸어야만 했다.

 

귀때기청봉의 너덜겅

 

 

 

 

그러니 당연히 힘이 많이 들을 수 밖에

그렇지만 잠시 뒤돌아 앉아 바라보는 설악의 풍경.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대청봉에서 흘러 내리는 공룡능선과 그 앞쪽에 있는 용아능선.

그저 보는 것으로도 벅차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너덜겅.

 

 

 

 

 

그렇지만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고 했던가?.

한발한발 걷다보면 천리고 만리고 끝나는 곳이 있겠지.

 

 

 

 

 

나중에야 어찌됐든 너덜겅이 끝났다.

그리고 털진달래가 만발할 때면 온통 붉게 물든다는 털진달래밭.

히유~~ 꽃진자리에 새잎들이 붉으죽죽 오르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건재함을 뽐내는 몇 안되는 털진달래꽃으로 다가가서는

너라도 있어주어 반갑다고 호들갑이다.

 

털진달래꽃

 

 

 

오후 1시 10분. 귀때기청봉에 올랐다.

한계령삼거리에서 뻔히 보이는 곳이지만 1시간 넘게 올라온 곳.

농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철쭉꽃에 반가움을 선사하고 멀리 안산에 안부를 전했다.

이제 대승령을 향해....

 

안산. 맨 뒷봉우리 뾰죽한 곳.

 

 

 

이 귀때기청봉의 큰 특징은 어느쪽에서 오르고 내리든

반듯이 너덜겅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르거나 내려가는 도중에 간간히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곤 한다.

 

 

 

 

 

고진감래란 인간의 말이 있는데, 그것이 자연에서도 통하나 보다.

힘겹게 너덜겅을 통과한 후에 보여주는 뷰는 마음을 안온하게 하고 힐링은 덤인 것만 같게 한다.

 

안산. 맨 뒷쪽의 뾰족 봉우리

 

 

 

 

하지만 그렇다고 그 속까지 부드럽지는 않아서

돌들은 여전히 얼기설기 모여 길을 이루거나

 

모처럼 든 스틱이 걷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때론 커단 암봉을 만들어 작은 한켠 만을 길로 내어주고 있었다.

 

지나 온 귀때기청봉

 

 

 

 

불만은 없다. 천만에 그로 인해 힘이 들 때면 굳이 이기려들지 않고

적당한 곳에 앉아서 연신 "좋다!!"를 외치면서 쉬어주면 된다.

 

 

 

 

 

이 평화로운 연두색. 아마도 한겨울엔 광활한 설원이 펼쳐질 이곳.

바라만 보고 있어도 휴식으로 충분하다.

 

주걱봉(좌)과 안산(우)

 

 

 

 

평화로움은 그것 자체로 좋지만, 그래도 설악이란 이름이 있는 것인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오르내림의 폭이 커서, 이제는

가파른 계단길을 오를 때는 있는 힘을 쥐어 짜내고 나서야 간신히 오를 수 있었다.

 

 

 

 

 

그 소진된 힘이 충전 되기까지 가만히 뒤돌아서서 크게 숨을 들이쉬면

설악의 온정기가 마구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즐거운 함성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앞봉우리 위에 몇몇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 저 봉우리 오르기도 힘겹겠는데? 아마 힘들게 오른 후에 절로 나온 소리 같은 걸?.

 

 

 

 

 

ㅋㅋㅋ 그 생각이 맞았다.

모진 힘을 쏟고 올라섰더니 소리가 배 밑바닥부터 입을 통해 절로 분출이 됐다.

 

 

 

 

가쁜 숨을 다스린다. 저 멀리 여전한 공룡능선의 모습.

마등봉하고 큰새봉. 어? 큰새봉이 여기선 저렇게 넙대대하게 보이는군?

 

 

 

 

 

몰아 쉰 숨결에 힘이 모아졌었는지 다시 한 봉우리 위에 올라서 다시 호흡을 고르고 있다.

와우~~ 귀때기청봉에서 이어진 능선길이 멋지게 다가온다.

 

귀때기청봉. 왼쪽 맨 뒷봉우리

 

 

 

그런데. 이곳 이름이 있는 봉우리다. 1408봉

벌써 3시 35분. 힘은 소진되어 가는데, 대승령은 아직도 멀리에 있다.

 

힌옷에 검정봉지를 허리에 매단분__ 그냥 걷기도 힘든데 산 위의 쓰레기를 주워 검은봉투에 담아 가시고 있다.

 

 

 

대승령 3.2 km. 힘이 있다면 단박에 갈 수 있는 거리건만

어째 자신이 없다. 그래도 가야한다면 가야하겠지?

 

 

 

 

 

부근에 큰감투봉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바위 모양이 어찌 보면 감투처럼 생겼다.

 

 

 

 

 

뒤돌아 보니 1408봉에 아직도 많은 산우들이 있다.

오늘은 뒤돌아봄이 매우 잦다. ㅎㅎ

 

 

 

 

 

이제부터는 험한 바윗길은 없을텐데..  오래 전의 기억라 자신은 없다.

 

그늘사초길(좌)과 주목(우)

 

 

 

그 기억이 맞는 듯. 부드러운 흙길에 주변엔 많은 야생화들이 생동감으로 다가섰고

그래선지 발걸음에 힘이 붙어 

 

세잎종덩굴
구슬붕이(왼쪽)와 앵초(오른쪽)

 

 

 

어째든 대승령에 도착을 했다. 5시 30분. 

그렇게 몇 번을 오고 또 오고 했던 곳이건만 뒤따라오던 한 산우가

"오늘은 첫사랑을 보는 것 만큼이나 반갑다"라고 말하던데, 어찌 그렇게 공감이 되던지..

 

 

 

 

 

서북능선 사면을 갈 때마다 장소에 따라 종종 지나치던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가는 길.

지금까지 보던 것과 굳이 다른 무엇인가를 찾기도 힘들어서

대승폭포 마저 외면하고는 장수대로 곧장 향했다.

 

 

 

 

그래도 많은 땀이 만든 냄새가 그다지 좋지는 않아

가까운 폭포로 가서 몸을 간결히 씻고 장수대 탐방지원센터로 나왔다.

벌써 오후 7시 15분이 다 되어 간다.

 

 

 

 

 

9시간이 넘은 산행시간.

못해도 15 km 정도는 걸었겠구나 했는데 맙소사

고작 13 km가 조금 넘는 산행거리였다. 그러니 설악은 설악인 것이겠지.

이 길은 늘 힘들게 걸었던 기억 뿐이었는데, 오늘 그 기억에 하나 더 추가를 한다.

 

 

 

스틱까지 사용한 성의를 어엿비 여겼는지...

아직까지 내 왼무릎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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