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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금수산 소용아능선 __ 그리고 신선봉과 미인봉. 본문
2020년 9월 26일. 마침내 금수산 소용아능선을 걷고 왔다.
능강교 - 소용아능선 - 망덕봉 - 금수산 - 신선봉 - 미인봉 - 능강교
대략 17 km의 거리를 10시간 50분 동안 환종주 했다.
'이번 만큼은' 하는 기대 때문인지 새벽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잠에서 깼다.
물론, 일짝 일어날 계획이었지만... 이왕 일어났으니 어제 먹다 남겨둔 떡 몇 조각 입에 물고
배낭을 꾸려서 집을 나선 시간은 새벽 4시. 능강교 주차장에는 5시 45분 경에 도착을 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얼음골로 들어선 시간은 6시.
20분을 걸어서 돌탑군이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그 돌탑이 끝나는 곳에서
망덕봉길로 들어섰다.
원래 정규 등산로가 아닌 관계로 제대로 가는 길인지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곳을 이미 다녀간
이웃 블로거님들의 글자취를 보면서 제대로 가고 있음을 스스로 점검 한다.
산행을 시작해서 한 시간 10분 정도 사면을 오르자 산등성이에 오를 수 있었고
그 때부터 시야가 열리면서 청풍호의 멋진 조망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흐리다는 예보가 있어서 조망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비록, 흐린 날씨지만 운무와 강이 주는 멋진 모습은 예기치 않은 덤을 얻은 느낌이다.
많은 블로거님들의 자취가 많아서 처음 보지만 익숙한 비석바위.
그래서 무척 반가움을 표하고
조금 힘이 든다 싶으면 배낭을 내려 놓고 뒤돌아 보면 된다.
멀리 월악산부터 시작해서 청풍호에 이르기까지,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에너지가 비축되니까.
이제 617봉 오르는 첫 관문인 커단 바위.
바위를 잘 타시는 분들이 오르는 요령을 말씀해 주시긴 하는데
줄이 없으면 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요리저리 당겨 보다가 튼튼하다는 확신을 세우고
줄에 의지해서 쑤욱 올라갔다.
올라서고 조금 걸으니 아주 넓은 바위가 나왔다. 이런 바위를 대부분은
너럭바위라고 하던데.. 암튼, 770봉과 그 뒤의 망덕봉이 보인다.
날은 하루종일 흐리다고 하더니 고맙게도 점점 맑아지는 것 같다.
보통 이러한 굴을 해산굴이라 하던데 이곳에선 이 바위를 산부인과바위로 부르는 것 같다.
산부인과바위를 통과하고 만난 이 소나무.
살고자 하는 강한 생명력이 보여 잠시 마음이 숙연해 졌다.
혹은, 독수리가 작은 동물을 꽉 움켜쥔 모습일까?
770봉. 이 곳을 작은 용아능선이라 부르게 된 실제적인 봉우리라고 하던데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니 엄청 위압적이다.
자 그럼 올라가 볼까?
사진으론 그 느낌이라든지 규모를 표현할 수 없지만
적어도 20 m 높이는 되지 않을까?
그렇게 절벽 구간을 두 번을 나누어 올라가서야
770봉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엔 마치 백상아리가 뭔가를 물으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가 있는데 이 봉우리 시그니쳐인 아가리바위 이다.
벌써 세 시간 째 산행 중, 많이 쉬어야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뒤돌아 지나온 곳을 바라보며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겠다.
오른 것 만큼이나 내려서야 해서 밧줄에 의지하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아래쪽 매듭 부근에 밧줄의 굵기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살펴보니 그 부분이 많이 쏠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또 지날 텐데
부디 밧줄을 맹신하지 않게 하소서.
770봉을 내려섰다가 곧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큰 위험 구간 없이 평탄한 나무숲길이었지만 소용아능선에 쏟은 에너지가 있었고
높이와 길이가 있어서 힘이 들었다. 하지만
가마봉갈림길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라서
망덕봉과 금새 만날 수 있었다. 금수산을 지금까지 통털어
두 번이나 가봤을까? 망덕봉은 분명 처음이니 기쁨의 세레머니 스웩!!
9시 43분. 이 넓은 곳에 홀로 있으니 적당한 곳에 앉아 핫커피의 여유를 가진 다음.
금수산을 향해 줄발! 엇? 그런데 저 뒷쪽 봉우리 위에 보이는 것은? 강우관측소?
워매~~ 저기 저거 아무래도 소백산인가 보다. 기상관측소가 있는 제2연화봉?
망덕봉에서 금수산까지는 몇개의 구릉들이 큰 웨이브로 이어져 있고
또 태풍이 오는건가? 바람도 시원히 불어주고 있어서
살바위고개까지는 짧은 시간으로 갈 수 있었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가파른 길이지만 거리가 300 m 정도여서 큰 어려움 없이
정상에 도착을 했다.
10시 50분. 5시간 가까운 산행 시간이다.
모처럼 많은 분들이 보였고, 그 중에서 젊은 아가씨게 인증사진을 부탁했더니
너무도 열정적으로 산진을 찍어 주신다. 고맙습니다. ^^
아 참!! 오래 전에는 이 정상석이 아니었으니 도대체 얼마 만에 이곳을 오른걸까?
암튼, 전망대에서 지금 껏 오른 능선을 바라보니 왠지 으쓱해 졌다.
어느 새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멀리 월악산과 청풍호가 멋드러지게 보인다.
다시 살바실고개로 되돌아가서
상학주차장쪽으로 가다가 이웃 블로거님들의 글차취를 따라서
단백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고 한참을 내려섰다. 가만?
길이 보이지 않는데? 에고 또 알바다. 이러다 습관되는 것은 아닌지 ㅠㅠ
가던 길 등성이로 올라서 찾아보니 능선이 오른쪽에 있다.
뒤로도 가고 둔덕도 넘고 해서 결국엔 길을 찾긴 했지만 이 길도 제대로인 것이지...
그래도 어쩌겠어 최악일 경우엔 얼음골로 내려가지 뭐 하면서
배짱있게 길을 가고 있는데 앞이 트이면서 보이는 신선봉 라인. 얏호~~
얼음골로 내려가는 길도 보이고... 이제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뻐근해진 내 왼 무름. 더군다나 단백봉까지는 길이 왜 이리 가파른지..
시원히 불어 주는 바람이 없었다면 진즉에 실신 모드.
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자주 가진 휴식으로
결국엔 단백봉(900봉)에 올라섰다. 오르는 동안 자주 쉬었던 관계로 순식간에 패스
신선봉으로 향하는 길은 큰 특징은 없었고 가까운 금수산의 강렬한 기가
나뭇가지와 잎들도 가리워진 것이 무척 아쉬웠다.
12시 40분! 산행시간 6시간 40분 째.
내 왼무릎의 뻐근함이 정상적인 걸음을 방해하고 있다. 이건 분명 쉬라는 명령.
자리를 펴고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르고 음식들도 꺼내고..
한참을 쉬어 준 결과인지 신선봉엔 가뿐히 도달하고
미인봉을 향해 거침없이 길을 걷는다.
여전히 키 큰 참나무와 관목들로 이루어진 길. 하지만 지금까지의 길과 다른 것은
길 옆으로 너른 바위가 나오고 그 위에서 지나온 길을 모두 보여준다는 것!
그 모습이 멋져서 파노라마를 셑하고 작동 시켰더니 오래된 티를 내는 것인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어째든 소용아능선과 망덕봉능선을 담을 수 있었다.
오후 1시 27분. 학봉에 도착을 했다.
정상에 있는 큰 나무에 매달린 리본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전망데크가 정상보다 더 큰 비중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럴 밖에, 전망대에서 보는 청풍호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학봉부터 손바닥바위가 있는 봉우리까지가 암릉길 맛집이란 소문이던데..
긴 계단으로 학봉을 내려와 짧게 계단을 올라서니
바위 낭떨어지길에 밧줄 난간을 둘러 건널 때 스릴을 주기도 하고
수직 절벽 바위에 줄을 달거나 철제 발디딤판을 붙여서 오르내림에
난이도를 높이는 등 소문 난 맛집으로 충분한 자격을 보여 준다.
게다가 자주 나오는 평평한 바위 위에서는 감탄이 절로 이는 절경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햇살 따사롭지만 바람 살랑살랑 부는 이 너른 바위 위에 앉지 않을 수가 없지.
퍼질러 앉아서 바람과 햇살을 즐겼다.
아~~ 정말. 일어나기 싫어서 앉았다 일어서길 몇 번이나 했을까?
힘들게 일러서서 다시 걷는데 엇? 저건 분명 고릴라 얼굴인데?
나만 그럴까? 한마리 큰 고릴라의 모습도 보고
소나무와 바위가 잘 어우러진 암릉길을 흥겹게 좀 더 걸으니
이번엔 어딘가 코뿔소 닮은 바위가 보였다.
손바닥바위라고 하던데 어느 쪽에서 봐야 그 모양이 보일까?
암튼, 이 바위 오른쪽에 난 능선이 내림길 같은데..
길 옆으론 오늘의 꽃 구절초가 바위 절벽에 붙어 있거나
큰 바위 절벽 앞에 자연스럽게 모인 흙들을 모아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잠시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본다. 저 위 학봉부터 바로 위 손바닥바위까지가
암릉길이라고 했으니 이제 잼난 알릉길은 끝인가?
맞다. 다음부터의 길은 나무숲 속에 적당히 마사가 섞인 일반 산길로 한참을 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반등하듯이 올라서는 오름길. 그 끝자락에서 만난 아주 큰 바위.
미인봉을 특정하는 너럭바위였다. 그 위에 올라서 보는 전망 또한 멋지다.
특히, 얼마 전에 다녀온 동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와 몹시 인상 깊었다.
3시 21분. 미인봉에 도착을 했다. 많이 지쳐서 서둘러 내려가고는 있지만
한참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이렇게 많이 내려간다고?
조가리봉과는 가까이 있어서 정방사갈림길까지 금방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한참을 오르고 나서 뒷풍경 감상을 핑계로 배낭을 내려놓았는데
와우~~ 미인봉(왼쪽)에서 학봉에 이르는 능선이 눈에 확 들어선다.
그러니까 저기 오른쪽 능선부터 왼쪽으로 돌아온 것이네?
작은동산 아래 하학현마을도 둘러보고
소용아능선의 봉우리들도 하나하나 짚어보고 난 후에
발끝에 힘을 모아 치고 오르니 그제서야 정방사갈림길
조가리봉엔 2주 전에 다녀갔으니 정방사로 곧장 내려섰다.
정방사 역시 2주 전에 둘러봐서 역시 지나치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불평하는 내 왼무릎의 눈치를 살피느라 자드락길 대신에 포장도로로
스틱에 단단히 의지하면서 능강교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 50분. 무려 10시간 50분 만에 그 동안 하고 싶어 몊 번이나 헛걸음을 했던
금수산 소용아능선길을 걸을 수 있어서 남달리 기쁜 산행이었다. 하지만,
내 왼무릎의 눈치가 수상해서 당분간은 장거리를 피해야 할 것 같다.
p.s. 새벽에 먹은 떡이 얹혀서 금수산까지 가는 내내 속이 더부룩했다.
이른시간 마을 분들이 나와서 송이 채취를 하지 말것을 당부했다.
617봉 아래쪽에서 달아나는 멧돼지를 설핏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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