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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한계산성(feat. 안산) __ 단풍맞이하기 본문
2020년 10월 9일. 올 단풍맞이는 설악산 한계산성에서 하고 왔다.
10명 이하에 마스크.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산악회MTR의 리딩을 쫓아
9시 40분 경에 옥녀탕계곡으로 들어섰다.
한글날을 이렇게 단풍맞이 행사로 기념?하려고 하건만
단풍이 잘 보이지 않았다. ㅠㅠ. 넘 이르게 온 것은 아닐까?
단풍이 없으니 약간은 의기소침한 걸음걸이. 그래도 걷다보니 한계산성 남문에 도착을 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난리가 날때마다 인근 주민들이 피신을 했다는 한계산성.
남문 앞에 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파른 길. 힘 겹게 올랐다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이라곤 가파르게 내려서는 구간.
그래도.. 좋다!! 이 촉스톤 바위가 있는 문을 지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니까.
온종일 흐릴거란 예보와 달리 날씨는 어찌 이리 청명한지. ^^
곳곳이 절경이라서 단풍이 잊혀진다.
오우~~ 세상에 이렇게 멋질 수가 있다니!
고사목 뒤쪽으로 보이는 단 한 번 가본 가리봉. 그리고 주걱봉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자연석으로 이뤄진 성곽길을 오르고 커단 바위를 안고 돌면서
걷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길...
그리고 가리봉능선이 훤히 보이는 조망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오늘 최고의 난코스를 가야 하니까
조 앞쪽에 보이는 암릉구간을 올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벼랑 밑으로 상당히 내려와 중간 쯤에서
바위 틈을 손으로 잘 집고 발로는 디뎌서 옆으로 이동을 해야 하고.
다시 건너편 절벽을 나무를 이용하거나 줄을 잡고서 다시 올라야 한다.
그런데... 줄이 시간의 무게에 그만 뚝!! 줄에 너무 의지하면 안될 것 같다.
올라와 뒤돌아 보니 아흑! 현기증이 난다. ㅎㅎ
11시 45분! 성 안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한 제단터에 도착을 했다.
그 당시에는 신성했을 이 곳! 지금은 밥 한 끼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후손들 만큼은 평안케 하라고 기원을 하지 않았을까?
허~~ 완전 겨울 날씨!
다행히 배낭에 상비해 둔 보온 재킷을 꺼내서 체온을 유지하고 점심을 가졌다.
최고의 난코스도 지났고 든든하게 점심도 갖고 나니 주변이 보안다.
조기가 안산이고 저곳은 치마바위,, 지난 번에도 누가 알려 주드만, 에잇 모르겠다.
다시 위로 올라간다. 그런데 이 높고도 험한 곳까지 산성의 성곽이 있다.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잘 복원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그리고 험하고 거칠지만 멋진 경관을 보여주던 길이라서 잊고 있었던..
윤기 있는 단풍들이 자주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붉은 옷으로 입더니 그들 만의 향연을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우와~~
오르막길을 가느라 헉헉 거리면서도
우와~~~
아마도~~ 저 옆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치마바위?
암튼 올 단풍맞이는 대박!
사실, 이 한계고성길은 작은 바위암봉을 꾸준히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그때그때 보여주는 모습 또한 다른데.. 이 번에 보여주는 곳은 미륵장군바위!
작년엔 이 미륵장군바위 아랫쪽에 있는 오송골에서 단풍맞이 했었는데..
멀리 구름에 가려 살짝 보이는 귀때기청봉과 한계령길 또한 멋스럽게 다가온다.
능선의 윤곽을 살피고
오른쪽으론 손바닥바위의 모습도 감상하면서 오르다가
오늘 두 번째 난코스에 도착을 했다. 아랫쪽부터 거칠게 오른 다음 고목에 매달린 줄에 의지하고
팔로 고목을 휘감아 오르는 코스. 줄도 낡았고 고목도 더이상 생기가 없으니 이 길도 머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길도 생명과 같아서 또다른 길이 생기겠지?
그 난코스를 넘고, 바위 하나를 휘감아 오르거나 줄에 의지해 오르고 나서 뒤돌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지는 가을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오르면서 보이는 귀때기청봉부터 이어져 오는 서북능선길의 장쾌함에 감탄을 하고
맑은 하늘과 대한민국봉의 모습을 보면서 걸음을 재촉하고
그리고 위쪽에선 고릴라가 누운 모습으로 보였던 안산의 모습이
이곳에선 스누피가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즐거워하면서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오우~~ 맙소사!!!
이 무슨 그림인겨? 너무 멋져서 말이 안나온다.
ㅋㅋㅋ 정말 올 단풍맞이는 대박을 넘어서는 걸?
이런 풍경이라면... 얼마든지 앉아 바라볼 수 있겠다.
기꺼이 빠지고픈 유혹을 견디고 다시금 올라
안산으로 향하는 서북능선길에 올라섰다. 오후2시 30분.
이제는 원숭이가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이는건가? 안산의 모습이 지척에 보이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멈춰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왼무릎이 그리 하랜다. ㅜㅜ
일행 몇몇 분이 안산에 다녀오는 틈을 타 조망터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가졌다.
흐린다고 하더니.. 가리봉 앞쪽으로 활공하는 구름들도 보고
아까와는 다른 맛을 보여주는 가을풍경도 충분히 음미하고는
대한민국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도 남아 있는 감탄을 연발하거나 눈에 담으면서.. 그런데
오 마이 갓뜨! 이 훌륭한 풍경을 감당하지 못해 카메라가 작동을 멈췄다.
그래도 아직까지 담을 풍경이 많으니 배낭에서 폰을 꺼낼 밖에
당분간 오송골로 향하는 길로 내려서는데.. 위험구간은 없지만 몹시 경사가 있어서
내 왼무릎이 참지를 못하고 아우성이다.
그 때, 휴식을 외치는 분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리고 건네 받은 사과 한 조각은 또 얼마나 달콤하던지 ㅎㅎ
작년엔 정확한 길을 몰라서 길을 잃거나 헤메이던 곳.
길의 흔적도 없건만 리딩하시는 분은 거침이 없다. 칠순을 넘기산 분인데.. 참으로 존경스럽다.
인간들이 참 극성스런 존재라는 것을 인적이 거의 없는 길에서 깨닫곤 한다.
이 곳 역시 주위의 나무며 단풍들이 그것을 웅변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가는 길과 만났을 때, 아직도 담을 것이 많건만
폰의 밧데리 역시 그 힘을 모두 소진했다.
장수대에 도달해서 시간을 보니 5시 10분 경. 대략 7시간 30분 정도 산행을 한 것 같다.
해마다 그 해 단풍은 설악에서 맞이하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좋았었다.
비록 내 왼무릎의 투정이 거슬렸지만 올 단풍맞이 역시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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