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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강릉 제왕산(feat. 대관령옛길) _ 하도 추워서 산행을 포기하려다... 본문
2021년 2월 2일(화). 강릉에 있는 제왕산에 오르고 대관령옛길을 걷고 왔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 차를 두고
대관령비 - 제왕산 - 주막터 - 반정 - 국사성황당 -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약 14km의 거리를 6시간 동안 환종주 했다.
비록 추운 날씨이지만 미세먼지도 없다고 하니 혹시나 눈이라도 허옇게 머리에 이고 있는
선자령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대관령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신사임당사친시비에 주차를 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가
허겁지겁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얼음이 될수 있는 기온(체감온도 -20도?)
정말 산 밑자락까지 와서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예전 대관령휴게소에 있는 주차장으로 뒤돌아와서 고민을 하다가
에이 그래도 가오가 있지. 제왕산만 후딱 다녀오기로 하고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와서
여전히 차 밖과 안을 들락거리다가 스스로 쪽팔려서 모든 옷을 껴 입고 대관령비로 향한 시간이 8시 30분.
하도 추워 몸을 바지런히 움직였더니 고속도로준공비도 금방 얼굴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길 위엔 눈이 아닌 단단한 얼음이 덮여 있다. 전신운동을 할 요령으로
스틱만으로 산행하곤 하는데, 오늘은 고생 깨나 할 것 같은 예감이다.
해가 막 산마루에 거칠 때, 능경봉과 제왕산이 갈리는 갈림길에 도착.
차단기를 넘어 임도를 따라가다가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임도를 따르더라도 제왕산으로 갈 수 있지만
제1전망대의 조망을 만끽하려면 숲길로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와우~~ 비록 흰눈이 없지만 제1전망대에서 보이는 선자령의 모습은 멋지기만 하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강릉시내와 동해가 멋지게 다가와야 하지만, 오늘은 개스가 덮고 있다.
그리고 가던 방향, 제왕산으로부터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마루에 흐믓해 하면서
다시 산길을 걷고 있는데, 눈을 밟아도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나는 것은 뭔 이유래?
임도와 다시 만나 한 200 여m 걷고 제왕산으로 들어서는 계단에 올라서서 잠시 걷다가 뒤돌아섰더니
왼쪽으로 보이는 능경봉이야 그렇다 하지만 저 뒷쪽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들은..?
오호~~ 위치 상 저곳이 그럼 그 유명한 안반데기?
그리고 풍력발전기가 있는 대관령으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도 보이고
와우~~ 그려! 저 모습!! 거침없는 진격의 백두대간과 선자령의 모습.
하지만 동쪽으론 여전히 해가 낮게 걸려있어 그냥 실루엣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제왕산으로 오르는 내내 펼쳐지는 풍경은 이곳이 조망맛집이란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좀 더 올라서 본 대간길과 아랫쪽에 숨겨 있을 대관령옛길.
여기에 기억을 유추하여 대관령옛길을 그려본 다면 아마도 황색선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강릉시와 동해바다도 멋지게 보일 수 있으련만 못된 놈의 개스.
그래도 나는 아쉬움은 있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지금으로도 행복이 충전되고 있다.
이제 제왕산에 다와가는 모양이다. 제왕산 지킴이 제왕솟대바위가 보이는 것을 보니.
조금 더 올라 제2전망대라 불리는 곳에서 또다시 조망을 맛보고 있다.
엇? 요 앞 능경봉 뒷쪽으로 보이는 것은 분명 고루포기산일 테고. 맞구만 그 옆의 안반데기.
능경봉에서 대관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지금껏 걸어온 능선도 맛보고
대관령에서 새봉과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까지 섭렵하니 속이 든든해 진다.
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바람이 너무 세차서 중무장한 모자가 하마터면 저 아래로 사라질 뻔 했다.
다행히 나뭇가지가 아직은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모자를 잡아주어 다시 중무장을 하고
망해 가는 고려를 가슴에 품은 바람에 이곳에 성을 쌓고 한을 다스려야 했던
고려 32대왕 우왕의 전설이 깃든 성터를 지나
그렇지만 이름만이라도 남겨진 이곳 제왕산 정상에 도착을 한다. 9시 50분이다.
1시간 20분 간의 산행이었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대관령이 865m 이고 제왕산이 840m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못견딜 정도의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바탕 크게 움직여 체력 테스트를 하고.. 대관령옛길로 내려간다.
급한 내림길이지만 다행히도 양지여서 난해한 빙판이 없어 무낭히 내려갈 수 있었다.
강릉과 동해가 멋지게 보이는 뷰포인트에 발을 들여놓고..
아 저 아래 나무가 없는 산이 몇 해 전(2017년 5월), 산불이 일었던 곳인가?
벌써 3년 반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벌거벗고 있으니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절로 인다.
그런데 길 옆으로 붙어있는 등산로폐쇄 경고판. 이 길이 아닌건가?
앞뒤를 살펴보니 주 등로에 잔망스런 샛길이 있어 그를 방지하고자 함인 듯 하다.
좀 가파른 내림길을 30분 정도 내려와 또다시 임도와 만났다.
그 임도를 거슬러 몇 발자욱. 대관령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보이고
주막갈림길이 그 길 위에 있으니 당연히 그곳으로 주저없이 들어섰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통과도 하면서 15분 정도 더 걸어
갈림길과 만나 주막 방향으로
오래 전 눈이 풍성히 쌓였던 어느 날 딱 한 번 걸었던 이 길에 이렇게 멋진 금강송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가면서
계곡을 만나 계곡과 함께 꾸준히 내려서다가
더 이상 계곡물이 급해지지 않는 곳을 건넌다.
어느 자료에서 본 기억으론 해발 250m 정도라 하던데
바닥까지 내려와서 만나는 갈림길. 이제 왼쪽으로 접어들어
옛길주막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11시 6분. 꼬박 1시간 10분 정도 하산을 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대관령옛길을 따라 국사성황당까지 오를 일만 남았다.
송신탑의 고도가 약 900m 정도. 고도 600m를 5km 정도의 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반정까지 옛길 3km는 처음엔 계곡을 따라 완만해서
옛 어르신들은 저런 다리도 없었을 텐데 물은 어찌 건너셨을까 하는 등 가벼운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길이 어는 틈에 계곡을 멀리하고부터는 가쁜 숨을 고르기도 벅차다.
그래도 이 험한 산중에 만나는 유순한 길을 보면서 사람들이 흙과 돌을 파낸 것 같진 않고
이런 유순한 골을 내어준 자연의 자애함일까? 아니면 이런 곳을 찾아 길을 만든
인간의 지혜로움일까 하는 생각으로 고단함을 지우면서 오르고 있다.
제왕산에 오를 때엔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옛길 구간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막부터 1시간 15분 정도를 올라 반정에 올라 선다.
대관령옛길 반정.
대관령박물관에서 국사성황당까지 이어진 옛길의 반인 지점이라 해서 붙은 지명.
이 대관령옛길 말고도 걷고 싶어지는 길을 정비해서 만든 강릉바우길을 잠시 살펴보다가
화장실 맞은편에 있는 옛날엔 당연히 없었을 456도로 건널목을 건너
국사성황당 들머리롤 잠시 들어서서 반정의 모습을 보면서 진한 커피와 빵 1개로 점심을 한다.
12시 40분. 보충된 에너지의 기운으로 궈궈. 특징적인 산죽길을
응달엔 아직도 빙판인 길을 짧게 오르기엔 힘이 벅차서 길게 늘여 지그재그로 어화둥둥 오르고 있다.
자연은 여전히 인간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인간은 우매해서 그것을 읽지 못한다.
이제 국사성황당까지 500m.
며칠 뒤면 다가올 가까운 지인의 생일도 축하를 하면서
마침내는 송신탑이 있는 선자령갈림길에 도착을 한다. 여기까지가 오름길.
지금 시간이 1시 26분이니 반정에서 45분 정도 오른 것 같다.
국사성황당은 이 고개에서 잠시 내려서면 보인다.
국사성황당 안내문에는
성황사는 고려초의 범일국사를 모신 곳이고, 산신각은 신라 김유신을 모신 곳이란 설명이 있다.
국사성황당에서부터는 (구)대관령휴게소까지 자동차가 다니는 포장도로가 있어 그곳을 따라
신재생에너지전시관까지 쉽게 내려갈 수 있었지만 ㅋㅋ 가오가 뭔지.
어느새 성황당 옆으로 있는 옛길을 따라가고 있다.
선자령은 예전에 그리 많이 다녀왔었는데 길이 참 낯설다. 하지만
갈래길 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망설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구)대관령휴게소에 다가갈 즈음, 만난 홀로산쟁이인 이분 TKS님.
산은 정복도 아니고 즐김도 아닌 함께 행복을 나누는 대상.
역시 홀로산쟁이인 나와 같은 사고로 전시관으로 오는 내내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2시 20분.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 배낭을 내려놓고 실내온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밑에서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Build up 형식의 산행을 해와서 이번에도
반정에 차를 두고, 주막을 거쳐 제왕산 국사성황당 반정으로 오는 원점회귀를 설계했었으나 추위가
대관령부터 제왕산을 거쳐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오르는 Top down 방식의 산행이 되었다.
나쁘진 않았으나 좋다고는 선듯 말하지 못할 것 같다.
p.s. 가벼운 산책은 임도를 활용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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