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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소백산 국망봉 _ 괜찮아 토닥토닥. 본문
2021년 2월 8일(월). 소백산 국망봉을 다녀왔다.
초암사주차장에 차를 두고
초암사 - 순흥달밭골 - 석륜암터 - 국망봉 - 석륜암터 - 초암사주차장으로
약 11.2km의 거리를 7시간 20분 동안 원점회귀 했다.
엊그제 제법 눈이 내렸다길래 흰눈을 이고 있는 소백이 보고 싶어
새벽에 부산을 떨고 아침 7시 20분 경. 영동고속도에서 해를 맞이 했다.
그리고 초암사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0분 경.
화장실 시설이 깨끗하고 편리해서 일부러 볼일까지 만들어 보고 8시에 산으로 출발했다.
초암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세찬 바람이 좋은지 여전히 소리를 내고 있는 풍경이 달려 있는 초암사를 지나
혹시라도 입산 통제는 아닌지 안내판을 꼼꼼히 읽고 나서 산에 한 발을 들였다.
국망봉으로 올라 비로봉을 거쳐 오는 것은 이미 해본 경험.
국망봉 비로사 갈림길에서 이번엔 왼쪽
달밭골로 가는 자드락길을 거쳐 비로봉에 오르고 국망봉으로 갔다가 되돌아올 예정을 한다.
달밭골 가는 계곡길엔 여전히 얼음이 꽝꽝 얼어 있고
바람이라도 불어올 때엔 추위로 몸이 움찔거린다.
그리고 산행 시작 40분 만에 만난 이 이정표.
지난 번에 달밭재로 내려올걸 하는 마음이 남아 과감히 줄을 넘었다.
이정표가 있는 곳은 아래 그림의 현위치이고 달밭재는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음을 모른채
오! 그런데 길이 너무 뚜렷하다. 가끔씩 집터도 보이고
급기야는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집도 나오고...
오호 이 계곡을 따라가면 비로봉 가는 길과 만나겠는 걸?
그런데 계곡 옆으로 지나던 길이 가파른 벼랑 속으로 스며들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벼랑 중간에 오도가도 못할 환경 ㅠㅠ. 바짝 긴장을 하고서 말 그대로 풀뿌리 나무뿌리에
의지해서 위로 위로 기어올라 간신히 안전지대에 도착을 했다.
이미 내려가기엔 너무 멀리와 있고 어떻게든 위를 향해 오르다가 능선에 닿으면
길 비슷한 것이 나올 거라고 생각 했지만 비로봉은 나뭇가지 너머 점차 멀어지기만 한다.
어쩔 수 없이 등산앺을 꺼내 확인해 보니.. 비로봉 가는 길보다 국망봉으로 가는 길이 훨 까까이에 있어서
그 이름 모를 봉우리를 기어오르고 국망봉 오름길을 향해 원시림을 통과하고
돌비탈을 가로지르거나 오르내리락 하거나..
다행히 그 노력으로 초암사에서 국망봉으로 오르는 길에 닿았다. 근 1시간 30분 넘게 알바를 한 것 같았다.
에효~~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 큰 경험까지 하게 될 줄은.. ㅋㅋ
여기 이 바위는 기억해야지.. 알바포인트?이니까 ㅋㅋ.
조금 위로 올라 국망봉까지도 초암사주차장까지도 2.5Km인 이정표가 있는 곳이군.
그런데 어찌나 힘을 썼는지 발걸음이 무척 무겁게 느껴진다.
다행히 낙동강 발원지이자 석륜암터인 쉼터가 나와서
크게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오 마이 가뜨! 나의 털모자는 어디로 갔을까?
에휴~~~ 알바한 곳을 다시 갈 순 없으니
그 유명한 봉두암이 멋지게 보이는 곳에 앉아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푸욱 휴식을 취했다.
너무 쉬니까 나른해 진다. 후다닥 일어나서 몸을 풀고 다시 출발.
허허 많은 돼지바위를 보았지만 이 돼지바위 만큼 사실적인 것은 보질 못했다.
영락 없는 돼지. 많은 사람들이 그 코를 만지고 발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양지녁이라 춥지는 않은데 길이 무척 가팔라서
오래 전에도 힘겹게 올랐었는데, 오늘은 더 힘이든다. 그래도
다 오른 후에 보여주는 풍광이 너무 멋지니 그깟 힘듦쯤이야.
그런데... 지금도 지쳤는데, 저곳을 가려면 갈 수는 있는 건가?
암튼 지나온 쪽을 바라보니 역광이라서 세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왼쪽 계곡이 초암사길이겠고 그 오른쪽 계곡이 알바를 한 곳으로 여겨진다.
*그 계곡이 월전계곡이란 사실을 자료를 통해 알았다*
다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상월봉을 보고
마지막으로 가까이에 있는 국망봉으로 향했다. ㅋㅋ 이젠 발걸음이 가볍다.
12시 35분. 우여곡절 끝에 국망봉에 올라선다.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대간길과 그 우측 어의곡리로 가는 능선길이 멋지다.
비로봉 옆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도 도솔봉이 아닐까?
오래 전 늦은맥이재로 해서 율전인가? 하는 곳으로 내려간 적도 있었는데..
암튼, 세찬 바람과 추운 날씨도 막지 못할 나의 플렉스.
다시 비로봉을 바라보면서 고민 고민. 들를까 말까?
그 삼거리까지 뒤돌아 가면서 여전히 고민을 했다. 지친 것이야 쉬엄쉬엄 가면 그만이겠고
문제는 시간인데.. 다녀오려면 주차장에 6시 남짓 도착을 하겠지?
에효~ 그 시간 교통체증을 생각하니 비로봉은 패쓰하는 걸로..
어제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길 위엔 내 발자욱 홀로 있으니 왠지 기분이 업된다.
다시 갈림길에 도착을 하고
오늘 가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내려가는 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비로봉과 내내 눈맞춤을 하고 있다.
여보슈~~ 길이나 잘 보슈! 아이젠도 없는 주제에 허리라도 다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
영락없는 돼지가 여기에서는 그냥 바위로 보여진다. 마찬가지
어느 사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지 않을까? 항상 여러가지로 생각하는 습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시 석륜암터에 내려와서
남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보태서 쉼에 여운을 준다.
그 조금의 쉼이 내게 여유를 주니, 생각에 걸리던 비로봉을 비로소 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 사고가 자유로워 여러 생각들이 도약하고 숨기도 하고 활공도 한다.
그제서야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데크도 보고
지금은 이렇지만 5월이나 6월경 화사한 철쭉으로 뒤덮힐 이 길의 모습도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란한 경고음에 화들짝. 폰 뱃터리가 남기는 마직막 남기는 숨소리였다.
등산 앺을 두 개 동시에 켜두어서일까? 아니면 추위 때문?
아쉽지만 폰을 배낭 깊숙히 넣고
알바의 기억과 함께 각인된 계단과 그 오른쪽 바위도 지나서
성급하지만 조용히 봄마중 소리를 내는 물을 좇아
아침에 달밭골 가면서 건넜던 다리 옆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고즈넉하고 정갈한 초암사를 지나
초암사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20분? 뭣?
7시간 20분이나 산행을 했다고? 암튼, 집에 도착할 시간은 5시 30분 예정.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차에 오르자 마자 부르릉 출발을 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지르면서 쫒아 왔다.
주차요금이 있댄다. 예전엔 공짜였었지만 자동차 한 대 겨우 통과할 길을 2차선 포장도로로
만들었으니 주차비야 인정할 수 있었지만, 4,000원은 좀 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왼쪽의 소백산 도솔봉. 소백산을 보는 맛이 일품이라니
저곳도 조만간 올라보고 싶다.
5시 20분. 집 가까이 부터 차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거봐 비로봉을 들렸다면 아마도 아주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설 수 있었을 거야.
제 길을 걸었다면 분명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쳤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순흥달밭골로 들어선 것을 후회하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순흥달밭골을 보았으니까.
그러니 시간 상으로든 몸 상태 상으로든 비로봉을 들리지 않은 결정은 아주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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