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인제 매봉산과 칠절봉 _ 설악산의 키를 재어볼 수 있는 곳. 본문

등산

인제 매봉산과 칠절봉 _ 설악산의 키를 재어볼 수 있는 곳.

mangsan_TM 2021. 6. 1. 14:55

칠절봉에서 매봉산 가는 길

 

 

 

2021년 5월 30일(일). 설악산의 면모를 잘 알아볼 수 있는 곳. 인제 매봉산과 칠절봉에 다녀왔다.

평소 산행을 많이 의지 하던 곳: 산악회MTR의 길을 오랫만에 뒤쫓았다.

 

매봉산 칠절봉 등산지도

 

 

 

용대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계산하고 휴양관에 차를 둔 다음

삼거리 - 매봉산 - 안부삼거리 - 칠절봉 - 안부삼거리 - 연하동계곡 - 휴양관으로

꽃구경도 하면서 9시간 동안 18 km를 걸었다.

 

 

 

 

용대자연휴양림 속 휴양관. 늘 산행을 시작할 때의 설렘을 발걸음에 담은 시간은 9시 3분 경.

 

 

 

 

불과 2년 전만 해도 인적 조차 뜸했다던 이 계곡엔 잘 갖추어지고 정비된

숙소 및 캠핑시설이 곳곳에 있었고 그 곳엔 이미 사람들이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하동계곡 옆에 놓인 데크엔 캠핑족이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임도? 였었을 길을 조금 걷다가 만난 왼편 산자락 아랫쪽에 있는 파란 등산로 표지판.

매봉산 들머리이다. 물론 곧장 가다가 계곡으로 올라도 되지만(위 지도 참조).

매봉산 능선길 입구

 

 

 

오늘 새볔까지 내린 비 때문인지 큰 나무그늘 아래의 흙길은 팍신하니 걷기가 좋은데

오름질이 꽤 오래가서 언제쯤 쉴까 가늠하기 바빠진다. 하지만,

 

 

 

 

굳이 쉴 장소를 찾지 않아도 될 것을.. . 왜냐하면 길 주위엔 큰앵초꽃이 손짓을 하고 있어

그들과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쉬어지니까. 그리고 좀 더 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큰구슬붕이의 해후를 함께 해야 하니까...

큰앵초(왼쪽)와 큰구슬붕이

 

 

 

암튼, 꽃이 주는 에너지는 분명히 있다. 그 꽃들을 만난 후, 이 길 위에 있는 유일한 난코스이자

암벽길을 한달음에 오른 것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 ㅎㅎ

약간 거칠고 꽤 높이가 있는 유일한 암벽 구간.

 

 

 

그렇지만 이 곳의 매봉이는 좀 거칠게 시킨 오름질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잠시 나뭇가지 사이로 제 모습을 보여주고는 완만한 길을 내어줬다.

능선길에서 보는 매봉산의 모습

 

 

 

하하 그게 또 고맙고도 사랑스런 일인가? 이 나무!!!

두 연인의 아주 격정적인 입맞춤으로 보이니.ㅋㅋㅋ 아직까지 내겐 스무척의 겜성이 있나보다.

입맞춤나무_괜찮다면 한 표.

 

 

 

매봉산 만나기 100m 전. 매봉산에서 칠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접속했다.

삼거리이지만 두 방향만 기록된 이정표. 그 어디에도 칠절봉 표식은 없다.

사실 칠절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공식적인 것이라서. 

삼거리 이정표

 

 

 

그리고 매봉산 가는 중에 하늘이 열리면서 보여지는 풍경!

오우~~ 설악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대청봉과 공룡능선

 

설악산 서북능선

 

 

 

땅 위엔 흔치 않은 검은 색의 꽃을 가진 종덩굴을 볼 수 있다니.. 그런 행운을 곱씹다 보니

종덩굴

 

 

 

어느새 매봉산 팻말과 마주하고 있었다. 12시가 막 지난 시간이니

휴양관부터 대략 2시간 30분이면 누구나 여유롭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매봉산 정상

 

 

 

이제는 밥먹을 시간. 좀 전에 지나친 삼거리로 돌아가서 공터에 앉아 모처럼 마누하님이 하사하신

유부초밥을 먹고 있는데, 흰 도시락 뚜껑에 아주작은 검정색 점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아뿔싸.. 움직이기까지.. 초 밥 위에도 늘어나는 아주 작은 검은색 점들...

그 아깝고도 고귀하신 유부초밥은... 그 점벌레들이 점령군처럼 가져갔다. ㅜㅜ

풀밭 위의 빛나는 별 _ 산장대

 

 

 

부랴부랴 다시 햇빛이 있는 헬기장으로 돌아가서 산우님들의 작은 정성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지금부터 약 5 km 멀리에 있는 칠절봉으로 향한다. 

서북능선과 안산

 

 

 

칠절봉으로 향하는 길은 완전 원시자연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나무냄새 풀내음 그리고 부엽토로 이루어져 푹신한 길.

 

 

 

아직도 제 짝을 구하고 있는 홀애비바람꽃. 소박하지만 싱그러운 꽃봉우리를 자랑하는 꿩의다리아재비.

길을 걷다 눈을 길 옆으로 돌리면서 만나고 싶은 염원을 보내면 보여주는 것들.

홀애비바람꽃(왼쪽)과 꿩의다리아재비

 

 

 

꽤 많이 걸었음에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게 멋진 숲길이어서도 있겠지만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은방울꽃의 수수하고 수줍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은방울꽃_제대로 접사를 하지 못해 지금도 아쉽다.

 

 

 

글고 여기. 매봉산과 칠절봉의 중간 정도에 있는 이 특징적인 나무가 있는 여기가

안부삼거리(오른쪽이 연하동 가는 길)_지나기 전의 모습

 

 

 

연하동계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이다.

안부삼거리(지나고 난 후의 모습)_ 왼쪽 표식이 있는 곳이 연하동으로 내리는 길이다.

 

 

 

길은 여전히 큰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비공식적인 이 길에 '인제 천릿길'이란 띠지가 길을 인도 하고 있어서 조만간

인제시가 길을 여나보다 했는데 하산 후 근처 동네 주민께 여쭈니 시가 아닌 어느 단체의 염원이랜다.

 

 

 

 

이 길도 걷기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천릿길이라도 걸을 수 있겠다 싶은데, 길가에

이름을 알 수 없지만 흥미를 돋우는 풀들이 있어서 경쾌한 걸음을 할 수 있었다.

꽃진자리가 멋지고(좌) 꽃잎이 평범치 않다.

 

 

 

나무터널이 끝나고 나타나는 개활지. 저쪽 둔덕에 흰 머릿돌이 보이는데

그곳이 칠절봉이랜다. 야호~~ 재빠르게 올라서려고? 했지만

칠절봉_ 오른쪽으로 진부령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가 있다.

 

 

 

오른쪽으로 짜잔~~ 하고 나타나는 설악의 풍경이 그것을 막느다. 오우~~ 세상에

대청부터 금강산 제일봉인 신선봉까지 이어지는 이 설악의 풍경이라니.

 

 

 

 

오후 2시 40분. 마침내 설악산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칠절봉에 올라섰다.

칠절봉정상석

 

 

 

그럼 왼쪽부터 볼까? 정확하게 짚을 순 없지만 저 먼 뒷쪽이 북녘이겠고 이 산줄기는

백두대간으로 이어져 가는 둥글봉, 향로봉 능선이랜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우로 돌리면 동해가 보이고 조기 뾰죽 봉우리 옆 큰 산줄기가 마산이라고 하니

그럼 저 뾰죽봉우리가 마산봉인겨?

 

 

 

 

그리고 고개를 또 살짝 옆으로 돌리니 에고 에고 에고 감격스러워라.

오른쪽 안산부터 서북능선 그리고 대청을 거쳐 황철봉, 신선봉까지 거침없이

설악의 모습이 조망된다. 와우~ 이래서 여기가 설악 조망 맛집이라 하는 거구나.

 

 

 

 

그 즐거움을 몸짓으로 한 껏 풀어내고 또 고개를 우로 돌린다.

 

 

 

 

펀치볼의 대암산, 아직 미답인 도솔산이 조기 저기라는데 ㅋㅋ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서북능선 앞쪽에 보이는 산줄기로 오른 것 같은데... 암튼, 점심식사 했던 매봉산은 확실하고

그 오른쪽 줄기가 지금껏 걸은 길일 테니, 오른쪽에 있는 안부가 삼거리 있는 곳이겠지?

 

 

 

 

다시 한 없이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숲길을 걷고 어쩌다 포인트로

 

 

 

 

요상하게 생긴 식물을 찾아내서 그 이름을 알아내려 이리저리 뛰다보니

언듯 줄기가 제 잎을 뚫은 것 같은 독특한 풀_이름이 알고 싶다.

 

 

 

어느 새 연하동으로 내려서는 삼거리이다.

연하동 내림길 시그널

 

 

 

길은 의외로 뚜렷하고 잘 보였다.

 

 

 

 

그래서 룰루랄라 콧노래 흥얼거리며 내려갔다. 여기 이 불길해 보이는

누군가의 손길을 지나기 전까지는... 

 

 

 

연하동계곡을 만나기 전까지는...

 

 

 

 

여기 연하동계곡은... 한마디로 원시였다. 이미 이전에 내렸던 비로 

 

 

 

 

유실된 곳이 많아 길도 가끔씩 사라지곤 했다.  그 때마다 이 세찬 물이 흐르는

 

 

 

 

계곡을 뛰어 건너기도 하고 징검돌을 밟아 건너기도 하면서 

 

 

 

마침내 매봉산 들머리 근처에 다다랐다. 얼마나 힘들게 왔는지 온 몸이 땀 투성이

적당한 소에 들려 몸을 씻으려다 너무 물이 차가워 대충 땀만 식히고

 

 

 

자연휴양림 휴양관으로 향한다. 오를 땐 보지 못했는데

이 꽃은 또 뭐라 불릴까? 작고 수수한 모습이 내겐 무척 화사한 아름다움으로 온다.

 

 

 

오후 6시 30분. 자연휴양림 휴양관으로 되돌아 왔다.

용대자연휴양림 휴양관

 

다른 산우님들의 기록을 보면 오늘과 똑 같은 루트의 산행거리가 16 km라고 되어 있던데

나의 앺은 18 km로 기록되어 있으니 등산 앺이라고 정확한 것은 아닌가 보다.

물론, 벌레들의 습격으로 왔다갔다한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갭이

2 km는 좀 과한 듯. 암튼, 이 날 좋은 날에

설악의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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