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정선 두위봉 _ 야생화와 물 그리고 돌탑. 본문

등산

정선 두위봉 _ 야생화와 물 그리고 돌탑.

mangsan_TM 2021. 6. 8. 16:33

 

 

2021년 6월 6일(일). 정선에 있는 두위봉에 다녀왔다.

정선 두위봉 등산지도

 

 

 

 

자뭇골 동네 공터에 차를 두고

절터골 - 찰쭉비 - 두위봉 -두위봉(사북) - <민둥산역 방향>- 자뭇골로

약 13 km의 거리를 7시간 20분 동안 환종주 했다.

 

 

 

 

6월 초순이면 철쭉이 그 붉은 마지막 열정을 이곳, 두위봉에 풀어놓는다는 말을 들어서

이 시기에 꼭 다녀오고 싶어 했다. 다행히도 늘 옳은 산행을 하는 산악회 MTR이 두위봉으로 향한댄다.

주저없이 한 자리를 맡아 앉았다가 여기 자뭇골에서 일어나 산행을 시작한다.

방금 까지 세차게 내렸던 소나기가 그친 그 시간 9시 54분이다.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벽돌집 앞 산행안내도

 

 

 

들머리는 아치교를 건너 마을 뒷쪽

 

 

 

 

오래 전에는 탄차들이 바삐 다녔을 임도의 차단기를 시그널로 삼고 있었다.

들머리(정상까지 4.2km)

 

 

 

산길은 당분간 임도와 함께 할 모양이다.

용도 폐기가 된 임도 입장에서는 가끔씩이나마 사람들을 지나게 할 수 있는 산길이 있어 좋을 테고,

산길은 또 다른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 좋고. 엇? 이것을 윈윈이라 하는건가? ^^

 

 

 

 

그런데 좀 전까지 내린 비에 체온이 내려간 것인지 햇볕에 뜨듯해진 돌 위엔

가끔씩 뱀들이 똬리를 틀고 일광욕 중에 있어서 깜짝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새끼뱀(오른쪽)

 

 

 

금새 키 큰 나무들이 왕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서 이후로는 뱀은 잊었다. 

 

 

 

당분간 동행할 줄 알았던 임도는 어느 새 산길과 완전 동화되어 가고 있고 주위엔 

울울창창한 나무들과 다양한 풀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니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물도 많을 수밖에..

첫 번째 샘. 가져온 물을 버리고 그 병에 이 물을 담고 싶을 정도로 맛이 좋다.

첫 번째 샘

 

 

 

주위는 이미 깊은 숲속. 하지만 어쩌다 길 옆으로 보이는 탄차들이 여기가 예전엔 탄광이었고

이 길은 여전히 임도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그 쓰임이 대단했을 텐데...

줄에 둘렸을 흔적을 지닌 나무와 탄차(오른쪽)

 

 

 

 

숲이 좋고 걷는 길이 좋으니 오히려 천천히 걷게 된다. ㅋㅋ 유년에

떡국 위에 얹어둔 고기 고명을 천천히 아껴두다가 빼앗긴 기억이 여기서 나는 이유는? ㅍㅎㅎ

 

 

 

두 번째 샘. 첫 번째에 비해 물맛이 더 좋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 그래서

두 번째 샘.

 

 

 

두 번째 샘은 빠르게 패쑤!! 헐 그런데 이 길 은근히 오름질이다.

보기에 완만히 보여 괜히 빠르게 걷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것 같은 예감을 준다.

 

 

 

 

그렇지만 빠르게 걷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여지껏 많은 산에서 본

원추형 돌탑과는 그 멋스러움이 사뭇 다른 마치 석가탑을 연상시키는 탑들이 있어 그것을 

 

 

 

 

자주 돌아보게 했고, 눈을 크게 뜨고 길 옆을 자세히 살피다 보면

보물과도 같은 생화가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기 이 감자란초와 같이.

** 함께 한 산우님께 새우란초라 했는데, 멋적게 시리 -_-  감자란초였구나 **

 

 

 

마지막 샘. 지금까지의 샘물 중 물맛으론 으뜸인 것 같다.  누군가 이 길을 걷겠다고 하면

'물병은 빈 것으로 들고 올라 가세요'라고 자신있게 권할 정도이다. 

마지막 샘

 

 

 

벌써 해발 높이는 1,000 m가 넘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흙과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니 그 귀한 앵초가 길 옆에서 헤살거려도 내게서 많은 시간을 빼앗지 못한다. 왜냐면

큰앵초

 

 

 

이 곳에선 자주 보이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것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아는 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령초(좌)와 처음보는 진보라색 벌개덩굴꽃

 

 

 

테벡산이 가까이 있어설까? 이 곳 역시 길 가에 주목들이 자주 보인다.

 

 

 

 

나름 멋진 것들도 많이 보이지만 너무 자연에만 맡겨졌단 느낌이 든다.

주변을 정리하고 나름 돋보이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이 나은 결정인지는 확신이 없다.

 

 

 

 

12시 40분.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40분을 넘겨서 주 능선길에 닿았다.

우선 자미원 방향으로 살짝 들어서서

주능선갈림길 이정표

 

 

 

 

두위봉철쭉비와 만났다. 철쭉비가 세워진 만큼

철쭉비

 

 

 

6월 초순, 이곳에 올라서면 도시처녀 붉은색 치마의 허리단 처럼 붉은 산둘레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 아쉬움이 없을 순 없겠지? 그러니 바위 위에 올라

정상 쪽에서 본 철쭉비 위 바위의 모습

 

 

 

가야 할 능선을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두위봉 정상은 두 개가 있다.

웃기는 일이지만 지자체 마다 정상을 달리 해석하는 것 같다. 두 정상의 해발고도 차이는 고작 50 cm 내외?

철쭉비바위 위에서 본 두 정상

 

 

 

모든 것이 예년에 비해 2주 정도 빨라졌다고 하니

여기 정상의 철쭉도 또한 2주 전에 절정을 보였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남은 꽃에게는 방긋! 

 

 

 

그런데 오 마이 갓!!! 여기에서 이 귀한 털쥐손이를 보다니...

털쥐손이꽃

 

 

 

결코 흔할 수 없는 이 꽃이 여기에선 밭을 일구고 있으니 여기가 천상의 화원이 아닐 수 없었다.

 

 

 

12시 50분. 정상에 올라섰다. 사실 여기 두위봉 정상 능선은 모두가 고만고만한 해발고도라서

정상이라고 더 특별한 것은 없고, 오른 김에

두위봉 정상

 

 

 

좀 전에 올랐던 철쭉비가 있는 바위봉을 살펴보는 것이 전부.

정상에서 본 철쭉비봉

 

 

 

지난 주 아주 작은 점벌레에게 빼앗긴 울 마누하님의 정성이 생각나서 이번엔

그놈들 접근할 수 없는 햇볕 작렬하는 헬기장에서 점심을 한다. ㅋㅋ 괜스레 통쾌해 지는군. ^^

두위봉 정상과 헬기장

 

 

 

그 에너지가 즐거움과 더불어 충전이 되어선지 또다른 정상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그런데, 뭐지? 이 산 꼭대기에 있는 펼쳐진 것은? 풀밭?  높!!!

털쥐손이와 선종덩굴이 밭을 이루는 초원

 

 

 

 

단순한 풀밭이 아닌 귀한 선종덩굴(요강나물)과 귀한 털쥐손이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귀하디 귀한 화원이었다.

 

 

 

오후 1시 30분. 또다른 정상에 올라섰다. 별다른 조망은 없고

두위봉 사북정상

 

 

 

간신히 지나 온 길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조망이다. 그래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사북 정상에서 본 두위봉 정상(오른쪽 바위가 보이는 봉우리)

 

 

 

이제 그 유명한 주목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와 함께 도사곡휴양림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여기 길 위에도 야생화가 많아 걸음걸이를 늦추게 한다.

 

 

 

 

자주 볼 수 있는 민들레도 여기에선 왠지 더 싱싱해 보이고, 자주 볼 순 없지만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곰취도 여기엔선 자주 보이고 있다.

민들레(왼쪽)와 곰취

 

 

 

그렇다고 마냥 야생화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높은 산 답게

시간과 세월을 새긴 나무와 주목이 길 옆에 간간히 있어서 삶의 무게를 더하곤 한다.

 

 

 

이제 도착을 했다. 열린지 오래되지 않은 민둥산 가는 길과 갈라지는 갈림길.

민둥산역 갈림길

 

 

 

 

다시 자뭇골로 돌아가야 하니 우선은 이곳에서 민둥산역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혹시, 천년주목을 볼 수 있을까 하여 도사곡 방향으로 가서 그들을 보고 되돌아 오기로 한다. 하지만

 

 

 

 

긴 산행 후에 만나는 만만치 않은 오름이 피로와 쉬이 만나게 하여

길 가의 야생화를 핑계로 쉬엄 쉬엄 오르고 있다.

풀솜대(왼쪽)와 이름 모르는 사초

 

 

 

그렇게 봉우리 위에 올라서고 좀 더 지나니 갑자기 길이 급전직하. A~~ Back!!

 

 

 

 

다시 민둥산역 갈림길로 뒤돌아와서 두런두런 이야기로 꽃을 만들어 내고

민둥산역갈림길 시그니처인 돌탑

 

 

 

그 꽃 줄기를 거머쥔 채 민둥산역으로 향한다. 새로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길 주위엔

 

 

 

초지도 있고 자작나무 숲도 있으며

 

 

 

오랜 시간을 주변과 공생하여

 

 

 

연륜과 지혜로 숲을 지켜온 터줏대감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길을 한 시간 넘게 내려와서

 

 

 

민둥산역을 가르키는 마지막 이정표 앞에 섰다. 하지만 주저함은 없다.

즉시, 민둥산역과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자뭇골은 그 방향에 있으니까

자뭇골 가는 이정표는 없다. 물론, 길도 없다.

 

 

 

 

길은 길일 테지만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능선을 거침없이 나아가다가

 

 

 

또한 길도 없는 왼편의 사면으로 거침없이 헤치면서 내려서는 오늘의 리더인 산악회MTR의 산대장님.

그런 그의 산에 대한 감과 그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따른 함께한 산우님들께 존경의 박수를...

 

 

 

굳건한 믿음엔 늘 보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어렵게 어렵게 내려서니

짜잔~ 하고 나타나듯이 번듯한 임도가 나왔다. 그리고 왼편으로 그 길을 따라오니

 

 

 

 

와우~~  맙소사! 저기 보이는 벽돌집. 아침에 차를 두고 산행을 시작했던 그 집이 아닌가.

마치 알고 있던 길을 걸은 것만 같은 오늘의 산행. 오늘 이후로 운수대통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들날머리인 벽돌집_아마도 마을회관인 듯

 

오후 5시 14분. 산행을 마치고 바로 옆 개울가로 가서 땀을 식혔다.

두위봉. 민둥산의 명성에 가리워져 있었지만 오늘에 본 그 야생화와 산 중의 맑은 물.

그리고 그 많은 나무와 풀이 머지않아 민둥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 것이란 확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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