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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화채봉 _ 피골 계곡산행 본문
2021년 6월 27일(일). 설악산 화채봉에 다녀왔다.
예전에 걸었던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내려오는 길이 아닌 피골에서 시작하는 처음 걷는 길이다.
설악동C지구에 차를 두고 피골로 들어서서
피골 산책길 - 피골폭포 - 가리마골 - 송암능선 - 화채봉 - 피골서능선으로 하산
약 13 km의 거리를 꼬박 12시간 산행을 했다.
이매역 첫 전철을 타고 복정에서 내려 설악산을 갈 때마다 의지해 오던
산악회MTR의 차에 오늘도 어김없이 얻어 탄다.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서인지 도로가 한산했지만
가던 길 잠시 휴식을 가졌던 홍천휴게소엔 7시가 아직 되지 않은 시각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설악산 C지구 주차장에 도착을 해서 채비를 갖추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7시 50분.
일기예보로는 아침에 흐렸다가 오후부터는 해를 볼 수 있다고 했으니
화채봉에서 보이는 설악을 감상할 마음에 가슴 설레이는 기분이다.
정비가 잘된 피골 산책길을 한 20분 정도 걸었을까? 걸을만 하니 산책길 종점이랜다.
하지만, 윗쪽에서 들리는 계곡의 사이렌 소리에 홀린 듯 발이 절로 움직여 선을 넘고 있다.
오늘 아침까지 내린 비로 계곡에 많은 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습이 보기엔 좋긴 한데...
건계곡에 놓여진 길은 죄다 보이질 않고 게다가 미끄러워서 계곡 주변 비탈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렇지만, 거칠면서도 당찬 폭포들이 틈틈히 제 모습을 보여주어서 쉴 틈을 만들어 준다.
물론, 폭포 그 자체로도 볼거리로 충분하지만...
언제부턴지 가리마골에 들어섰다. 여전히 많은 물이 있어 계곡을 따라가기엔 위험하고
계곡에 접한 산비탈 끝자락을 이리저리 헤치고 간다.
그리고 이 길을 지나는 많은 산우님들이 이정표로 삼는 피골폭포에 도착을 했다.
사진으로도 나타내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폭포이지만, 물기가 없을 때엔 대부분 걸어오르는 모양이지만
오늘 만큼은 미끄럽다고 리더께서 줄을 내려주어 감사한 마음으로 줄을 잡고 오른다.
그렇게 피골폭포 상단까지 올라섰지만 계곡은 여전히 왕성히 활동 중이라서
계곡 옆 비탈을 걷거나 혹시라도 물이 적은 곳을 찾아 걷거나 한다.
물기가 덜 하다고 방심은 금물.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어휴~~ 상상빼기!
한발 한발에 신경을 쓰고 온 몸을 다 써서 기어오르기도 하다 보니 쉬이 지쳐가고 있다.
여전히 아름다운 폭포가 보이고는 있지만 감상하는 체 하면서 쉬기 바쁘다.
그러다가 근처에 있는 산우님이 내게 카메라를 보이면, ㅋㅋㅋ
여유롭다는 듯이 포즈를 취하는 내 자신이 웃긴다. ㅍㅎㅎㅎ
다시 몇몇의 폭포를 지나고 위험한 곳이 나올 때면
원시 자연으로 우히를 하다가 드디어
이 계곡길의 마지막 폭포에 도착을 했다.
여덟 번째 폭포라고 하던가? 암튼, 피골폭포 다음으로 몸집이 큰 폭포였다.
암튼, 잠시의 휴식을 추진력 삼아 계곡을 오르니 또 다르 계곡과 만나고
거기서 왼편 건계곡으로 들어서긴 했는데... 이젠
바위와 돌 위를 걷는 것 자체가 지겹기만 하다. 그래서 왼편 산등선이 쪽으로 마구잡이 오르기 시작한다.
쉽지 않은 막산 타기! 길도 없는 것이 가파르기까지 해서
옷이 찢기고 살갗이 쓸리는 상처를 얻었다. ㅠㅠ
그렇게 아둥바둥 송암능선 지능선에 올라
송암능선에 터치
송암능선에 있는 1044봉에 올라선다. 나의 옷이며 시계 상태를 보면
그 고생정도를 측정할 수 있으려나? ㅋㅋㅋ
벌써 오후 2시 5분. 6시간이 넘는 산행시간이다. 충분한 시간과 함께 느긋히 에너지를 보충하고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화채봉으로 간다. 그런데
그런데... 계속되는 오름길. 해가 나온다던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뿌연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으니
헉헉 거리면 땅만 바라보며 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 철쭉 이름이 노란점 철쭉인가?
마침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1260봉에 올라섰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은 죄다.
뿌연 구름 뿐이다. 에휴~~ 구름 위의 산책도 안되고...
그래도 이제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을 기대했건만, 제길 이 칼바윗길이 여기서 왜 나오는 겨?
덕분에 3년 전 덕룡 주작 두륜산을 한 번에 지날 때 나왔던 쥐를 여기에서
또 보고 있으니... 한참을 쉬면서 조심스레 그 쥐를 잡기는 했으나
가파른 비탈길을 급하게 내리거나 힘겹게 올라야 해서 확 퍼져버릴까 했더니
그제서야 화채봉 봉우리를 보여준다. 16시 14분. 무려 8시간이 넘은 산행시간이다.
그래도 이 새로운 이름표를 가진 화채봉 위에 있으니 피로가 풀리고 절로 웃음도 지어진다.
오래 전, 대청에서 이곳으로 왔을 때는 이 삼각김밥 위에 앉아 손을 내밀면 울산바위가 얹혀졌었는데
오늘은 마치 증명사진 찍을 때처럼 배경이 깔끔하기만 하다. 그래도 좋구나 ^^
이제는 해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해야 해서 가장 무난하고 빨리 하산할 수 있는
피골서능선으로 하산길을 정하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데... 설악은 설악인지라
미끄럽고 급한 내림길이 발길을 잡고 해산굴은 시간을 소비시키고 있다.
그래도 오르던 길에 비하면 고속도와 같은 상황이라서 가다가 언뜻
구름이 벗겨진 곳에선 주위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위치상으론 칠성봉하고 노적봉 부근일 텐데.. 에이 걍 신비로운 구름놀이터라고 하지 뭐.
다시 구름이 온 세상을 덮어서 다시 속도전을 펼쳤다.
관목들이 허리 어림에서 나름 환송을 하는건지 저지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여전히 가고 있어 어느새 주위가 어둑하다. 그리고는 마침내 후레쉬가 없는 사진기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의 어둠이 내릴 때 쯤. 피골 입구로 나올 수 있었다.
오후 7시 50분. 꼬박 12시간을 걸은 산행길. 안타깝게도 나의 폰 밧데리 아웃으로
산행기록은 남길 수 없었지만, 왠지 부자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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