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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홍천 금학산 _ 이쁜 수태극을 볼 순 없었지만... 본문
2021년 5월 22일. 새볔 날씨가 운무로 희뿌옇다. 어제까지만 해도 설악산을 가장 예쁘게 볼 수 있다는
인제 칠절봉에 가야지 했는데.. 지금 상태로는 그 멋진 조망을 볼 수 없을 것 같고...
그 대안으로 홍천 금학산에 다녀왔다.
홍천강 고드레미 마을 조용한집 옆 공터에 차를 두고
고주암교 - 위안터교 - 김씨제각 - 금학산 - 고드레미 - 조용한집으로
약 8.8km를 4시간 30분 동안 환종주 했다.
조용한집 앞 공터에 차를 두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첫걸음을 한 시간은 아침 8시 30분.
고주암교로 가서 금학산 꼭대기를 보니. ㅜㅜ 구름이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저 구름이 없어야 그 유명한 수태극을 볼 수 있을텐데...
에고 설악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을 염려해 칠절봉이 아닌 이곳에 온건데..
ㅋㅋ 여기에선 수태극을 보겠다는 욕심은 어디서 생긴걸까?
혹시, 좀 더 늦게 오르면 구름이 걷힐까 하고 위안터교로 향한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강한 햇빛이나 바람이 와서 모조리 쫒아버리길 기원하면서
- 왼쪽 능선으로 오르고 오른쪽 능선으로 내리면 되겠군 -
구실고개를 넘고(저 코스, 산책할 맛이 있을 것 같은데?)
예쁜 펜션을 지나 위안터교를 건넌다.
한적한 길. 그리고 그 옆 모내기가 끝난 논. 비록 포장도로지만 마냥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이 제 철인가? 농염한 찔레꽃 핀 길을 따라 걸으니
가는 길 오른편 가까운 곳에 나란히 서 있는 묘비들이 보인다.
아하! 저 곳이 김씨 제각이 있는 곳이군.
맞다. 노일분교터 뒤쪽으로 돌아서니 제각이 보였다. 아침 9시.
고주암교에서 약 2km. 부리런히 걸었다면 금방 왔을 텐데, 볼 것이 많다 보니 30분이 소요됐다.
산길로 접어드는 입구엔 붓꽃들이 사열하고 있다. 즐거운 산행이 되길 응원하고 있는 기운이 있어서
첫 번째 만나는 언덕을 가볍게 올라 설 수 있었다.
산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보는 두 사람. 도란도란 행복한 몸짓과 말짓이 보인다. 그 만큼
산길은 높낮이의 폭이 아주 작아 가볍게 산책할 정도의 길. 그 길을 한 40분 쯤.
걸었을까? 드디어 길이 슬슬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한다.
큰 바위가 중심을 잡고 큰 나무들이 지지해야만 하는 가파른 비탈길이 연이어지고 있어서
어느 새 거친 숨결이 자연스러워 진다. 그래 이것이 산 타는 맛이지.
마침내 이 길을 검색하면 꼭 나오는 큰 바위. 등산지도를 보면 이 부근에
'박힌돌'로 표기된 것도 있던대. 저기 촉스톤 바위 때문일까? 암튼, 모처럼 두 손 두 발을 이용해
오르고 뒤돌아 보니 제법 높이가 있어 흥미를 돋웠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시야가 열려 아래를 봤는데.. ㅜㅜ 아직도
구름인지 물안개인지... 주변을 그득 채우고 있다. 에효~~ 멋진 수태극을 볼 수나 있을런지...
가파른 오름질은 여전히 go on~
그렇게 한 여름이면 땀 범벅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간을 40여 분 정도 올라서
등대민박 혹은 고인돌잔등에서 오르는 길과 합류했다. 정상 만나기 100 m 전.
정상 아래의 쉼터는 흘깃 본 것으로 대신하고 후딱 올라가서
10시 28분. 정상석과 마주한다.
그동안 우려했던 구름은 이미 걷혀 있어서 재빠르게
수태극을 내려다 보았지만... 물안개인지 구름인지... 여전히 고드레미 마을 위에 머물고 있어서
이쁜 수태극을 볼 수 없다. 제길~ 제깟거 햇빛에 얼마나 견딜껴?
차를 둔 고주암교부터 위안터교까지 걸어온 길을 그려보고 올라왔을 능선도 추측하면서
물안갠지 구름인지 햇빛에 쫒겨나길 기다리기로 한다. 우선 배낭을 내려놓고 빵으로 에너지 충전.
그리고 아무도 없으니까. 카메라 셋팅 후에... ㅋㅋㅋ
쒼나게 춤추기!
하지만, 여전히 꿈쩍하지 않는 물안갠지구름인지.
쳇!!! 대충 저리로 내려가지 않을까? 가늠해 보고 내려가기로 한다.
가고자하는 고드레미가 남노일에 있으니 남노일 방향으로 길을 잡고 잠시
내려섰더니 열린공간을 가진 바위가 나온다.
개스만 없었다면 여기서 보는 수태극의 모습도 멋스러웠을 텐데. 엇? 그러고 보니
이 바위가 이 길의 랜드마크인 전망바위였군! 아니나 다를까?
바위를 내려가려 드니 이 산을 다녀가신 많은 분들이 남긴 그림의 모습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큰나무의 그늘이 있는 숲길.
이정표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길 잃을 염려 없이 오롯이 걷는 즐거움이 있는 길이다.
** 한가지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이곳에서 장항리 쪽으로 가서
능선길로 걸어내려왔었다면 홍천강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점이다. **
토요일 오후인 지금 시간. 많은 사람들이 산에 있을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이 길 위엔 오롯이 나 홀로이다.
부드러운 흙길. 넓직한 나뭇잎 천정.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해도 생겨나는 선한 에너지.
걷다보니 갈림길도 그냥 지나친다.
아마도 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으면 위안터교로 내렸을 게다.
그만큼 아무 생각 없이 콧노래 흥얼거리며 가다보니 제대로 된 벤치와 처음 만난다. 그렇다면?
바쁠 것도 급할 것도 없으니 앉았다 가야지? 많이 더울까봐 준비한 냉커피를 꺼내놓고
살랑이는 바람결의 장단에 맞추면서, 그렇게 이 숲의 고요함과 아늑함을 즐긴다.
이궁. 끝이 없겠다. 이러다간 집에 못 가지? 후딱 일어서서 다시 걸음을 하는데
지금까지의 평탄함은 잊어달라는 뜻인지 아주 급한 내림길이 이어진다.
시야가 열린 곳에서 보니 아직까지 물안갠지구름인지는 그 힘을 잃지 않고 있었다.
지금 쯤 맑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속 깨나 상했겠지만... ㅋㅋ 아직도 이러니 작은 위안을 얻는다.
등산지도에서 보았던 묘2기를 지나 도착한
8시 방향 고드레미하산길.
직진하는 길이 보여 그곳이 맞는 길 같아 그곳으로 가 봤지만 금방 길이 사라진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역방향으로 내려가는데... 다시 또방향. 아하!
지도 상에 있는 지그재그길이 여기였구만!
그 길은 한참을 내려서서 계곡길과 만날 때까지 지그재그. ㅎㅎ
길이 이제 막 개울을 건너려는데... 물이 그 맑음과 청량한 소리로 유혹을 해대고 있으니
유독 유혹에 약한 이 몸이 견디기엔 무리. 홀라당 넘어갔다. 배낭을 내려놓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갔다가 퍼특 정신을 차렸다. 그 유혹의 강도 보다
차가움의 강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얼른 짐을 다시 꾸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계곡물 흐르듯이 계속 내림질 했으면 좋으련만, 다시 작은 오름을 시작한다.
길엔 어젯밤 비에 쓰러진 건지, 큰 나무가 가로지르고 있어 힘 겹게 넘어섰다. 아마도 내가 처음 넘어선 듯.
그렇게 200봉으로 올라섰다가 다시 고드레미로 하산. 그러고 보니 이름 참 특이하네? 고드레미?
발이나 돗자리 따위를 엮을 때에 날을 감아 매어 늘어뜨리는 조그마한 돌을 이르는 고드렛돌의 강원도 사투리라고
하는대 생긴 모양일까? 아니면 돗자리 생산을 여기서 많이 해서 생겼을까?
길은 여전히 걷기 편하고 아늑하다.
다시 하늘이 열려 금학산을 바라본다. 여전히 뿌연 연무에 감싸여 있는 모습.
이 나무터널을 지나면 아마도 마을이 나오겠지?
뜻 밖으로 길이 이어진 곳은 아침에 차를 두었던 조용한집 뒷편에 있는 편의점.
뒤를 돌아보니 화장실과 문까지 갖춘 들머리가 새롭게 정비되어 있는 모습이다.
등산지도에는 종점마트가 들머리로 되어 있던데... 이 곳도 손색없는 들날머리로 보인다.
그리고 조 앞쪽으로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 주는 나의 차.
산행을 마치고 차에 오른 시간은 정확한 오후 1시. 산꼭대기에서 먹은 빵 때문인지
배가 고프지 않아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한 10여 분 운전을 했을까? 차창 밖으로 어딘가 눈에 익은 봉우리가 보여
길가에 차를 두고 살펴본다. 그래! 팔봉산이구만.
저가를 들렸다 갈까?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집으로 향했다.
코로나19를 방비할 목적으로 굳이 자가용 혼산을 고집하고 있는데 사람들 많이 모였을
저곳까지 갈 이유를 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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