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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영남알프스_간월산, 신불산 그리고 영축산 인증하기 본문
2021년 9월 26일(일). 영남알프스 하프종주를 하고 왔다.
배내고개에서 시작하여
배내봉 - 간월산 - 신불산 - 영축산 - 신불산휴양림(하단) - 죽전마을- 태봉교까지
약 16.4km의 거리를 7시간 40분 동안 걸었다.
2021년 9월 26일(일) ㅇ시. 경부고속도로 죽전정류소에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산악회DUMI의 버스에 올라 비몽사몽을 하다가 언양휴게소?에서 잠시 정신을 추스리고
4시 10분 경에 배내고개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고, 4시 15분이 넘어
배내고개로 향했다. 제길! 간월산에서 일출을 보고자 했는데...
안개인지 안개비인지...
지독한 어둠과 쌀쌀한 날씨가 마치 경주마의 차안대처럼 작용하여
산행 시작 40분도 채 되지 않아 배내봉의 정상석과 마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짙은 안개가
어둠의 농도를 더 높여주고 있어 가야할 길을 더듬게 했다.
그러한 어둠이 선짐이질등에 도착하고 나서야 물러설 기미를 보였지만
그 때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름길로 인해 그를 눈치챌 여유는 없었고
길의 경사가 완만해 질 쯤에 이미 날이 밝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램프의 불을 껐다. 하지만,
간월산 정상석을 후레쉬가 없는 나의 카메라로는 아직까지는 담을 수 없어 폰카메라로
간월산 정상을 굳이 인증을 했다. 곧 6시 30분이 되어가는 시간.
원래 애써서 인증을 남기진 않았는데, 함께 가던 산우님이 영남알프스 9봉 인증을 하면 은으로 만든
기념품을 준다 하기에... 물욕이 남다른 내게는 솔깃한 정보? ^^. 잠시 쉬었다가
배낭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에 목에 두르고 간월재로 향했다.
에휴~~ 기상예보를 그렇게 열심히 살펴보고 이곳에서 일출과 만나거나
3년 전, 아래 그림처럼 흰 억새가 출렁이던 간월재의 환상적인 모습에
청억새가 일렁이는 모습으로 덧칠 된 그림을 볼수 있으리라 기대한 길인데
가시거리 20 미터나 되려나? 온통 뿌연 안개 속이니.. ㅜㅜ.
간월재휴게소 마저도 가까이 가서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안갯속이다.
그나마 몽환적인 사진 몇 컷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애써 위로로 바꾸어 두고
신불산 정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기억하니 예전에 가장 힘들게 올랐던 구간이 이곳이었던 것 같다.
한참을 헉헉거리면서 올라섰던 기억. 그렇지만 다 올라가 데크로 된 평탄한 길을 걸으면서
뒤돌아 보았던 멋진 뷰.
멀리 운문산과 가지산은 물론 지나온 배내봉과 간월산까지. 그 화려한 모습이
짙은 안개로 덮혀 있어서 속이 상할 정도이다. 에이~ @#$%
이제부터는 평탄한 길. 안개를 담아 물방울을 만든 마가목 열매도 자세히 보이고
안개만 없었다면 후딱 지나쳤을 길과 많지 않은 억새군락도 자세히보니 나름 멋지게 보인다.
잠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더니 곧 신불산 정상석과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
그 분들이 갈까봐서 얼른 그리고 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ㅋㅋㅋ 왜냐하면
여기서도 영남알프스 9봉 인증을 해야 할 검은 속내가 있었으니까.
오래 전까지 정상을 지켰던 옛 정상석으로 내려섰다. 현재 7시 50분. 느낌적으로
아침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주변에 편히 앉아 가져온 음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다시 일어서 신불재로 향했다. 오우~~ 신불재로 내려서면서 보았던 그 너른 억새평원.
그리고 멀리 이어진 영축산과 함박등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건만
오늘은 가까이 가서야 간신히 신불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곁눈질 없이
영축산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갈 수 밖에...
어제까지도 비가 내렸다고 하던데, 길 위에 진흙들이 신발이나 옷에 수시로 어택을 해와 걷기에 불편했지만
그래도 안개속에서도 뭔가 신비로움을 내뿜는 청억새에 의미를 두면서
가끔은 뒤돌아 보기도 하면서 이 희뿌연 산길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오호!! 그 생각을 가상히 여겼을까? 청억새의 잎에 반짝임을 주는 햇빛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안개 무리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얏호~~
하늘엔 먹구름도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언제 또 날씨가 변화할 지 몰라
온 길을 뒤돌아 신불평원 억새밭에 큰 환호성을 보내면서 기쁨을 증폭시켰다.
영축산 정상 위로는 더 없이 파란 하늘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지만
영남알프스 하프종주의 또다른 줄기인
천황산과 재약산 위엔 여점히 구름이 머물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게 했다.
영축산 정상에서 부터는 맑아진 하늘에 그 기쁨을 담은 사람들의 소리가 끊임없이 내려와
그 소리줄기를 잡고 힘차게 정상에 올라 정상석 옆에 설 수 있었다.
현재 시간 9시. 지금 죽전마을로 내려간다면 11시면 도찰 할 듯. 저기 보이는
함박등을 거쳐서 내려갈까? 예전엔 저기를 거쳐서 통도사로 내려갔었는데... 집합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니.. 그곳을 거쳐 간다 해도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서 원래 계획대로 하산하기로 했다. 덕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나서
온 길 왼쪽으로 보이는 임도길 같은 곳으로 내려갔다. 왜냐하면 그 길이
파래소폭포를 지나 죽전마을로 가는 길이니까. 허~ 내리는 길에
만나는 또하나의 축복. 다시 어두웠다가 다시 나온 햇빛에 일렁이는 억새들.
이 정도를 볼 수 있었음에도 감사해야지. 너무 큰 것을 바라다가는 행복을 품는 것이 어려울 테니까.
이 쪽으로는 처음 밟아 보는 길. 단조성터도 있고 해서 길이 편할 줄 알았는데
질퍽이는 길이고 돌도 미끄러운 것이라서 걷기가 참 불편했다. 다행히
편한 숲속길과 만나서 이제 내려가서 어디 흐르는 물에 발이라도 담굴 생각을 했는데... 와우~~
경사가 아주 심한 비탈길과 만났다. 미끄러운 흙길이거나 돌계단으로 된 그런 길.
이곳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그 어려움에 살짝 당혹감마저 들 정도였다.
암튼, 파래소 폭포에 도착을 했다. 길은 포장도로로 이어졌고 곧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에 도착. 다시 걸어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다리 밑에서
이제 걸을 일 없으리란 기대로 흙범벅인 신과 스틱을 닦고 몸에 있는 땀도 씻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작동한 등산 앺을 멈추고 집합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어? 집합장소인 태봉교가 왜 나오질 않는거지? 그렇게 마을길을
한 2 km 정도 더 걸어내려오고서야 태봉교와 만날 수 있었다.
12시가 되려면 5분은 더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청억새가 널게 펼쳐져서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자 한 산행이었지만
예기치 않았던 안개비로 인해 오로지 영남알프스 9봉 인증에 몰두 했었던 산행.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신불평원의 넓은 모습에 작은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작은 행복이라도 소중하고 만족해야 함을 얻을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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