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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영남알프스 가지산과 운문산 _ 실수는 마지막에서 생긴다. 본문
2021년 10월 9일(토) 영남알프스의 가지산과 운문산에 다녀왔다.
석남터널 입구에서 하차하여
석남고개 - 중봉 - 가지산 - 아랫재 - 운문산 - 아랫재 - 상양마을로 내려왔다.
오늘의 산행은 산악회 ㄷㅇㅁㅇ에 의지한다. 오후 6시 10분까지 상양마을에 있는 버스에
타셔야 한다는 오늘의 리더의 말씀을 뒤에 두고 12시 정각에 석남고개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걸음부터 빡쎈 계단의 시작. 온몸에 땀을 두루고 경치감상을 핑계로 한소금 쉰다. 그렇게
15분 정도 힘을 쓰고 올라서면 능동산과 가지산으로 갈라지는 이정표와 마주할 수 있는데
아마도 이곳이 석남고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 암튼 이곳부터
평탄한 길이 이어져서 조금 전까지 헉헉댔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영남알프스란 명성에 걸맞게 가족 단위 산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
부울경에 생활기반을 둔 사람들인 듯 싶다.
이제 호박소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석남대피소.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왜냐하면
2년 전 겨울, 이곳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아주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어야 하는 가파른 계단. 간신히
능선에 도착을 하고 정상 1km 전이란 이정표에 위안을 얻는다. 무엇보다도 이젠
평지 능선길_____은? 제길!
또다시 오름질의 시작. 더군다나 습한 날씨의 미끄러운 바윗길.
그러니 와~~ 단풍이 벌써 빨갛게 물들었네 하는 꿍시렁으로 숨을 돌리는 꼼수. ^^
어찌됐든 중봉에 도착을 했다. 벌써 오후 1시 20분.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멋졌었는데 오늘은 모두 뿌연 안개가 덮고 있으니
미련없이 통과하고
또다시 시작된 오름길에 온 힘을 쏟아내 마침내
가지산 정상석 옆에 섰다. 1시 45분. 무릎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오름질 하기가 몹시 힘이 든다. 그래서 오름질 하는 시간이 은근 부담스럽지만
이상스럽게도 내리막은 남들보다 수월하게 진행이 돼서 산행시간을 내리막에서 맞추려고
곧바로 운문산을 향하는 길에 저돌적으로 발을 올려 놓았으나 곧 에너지가 부족함을 자각해야만 했다.
그래서 점점 심해지는 운무 속 적당한 곳에서 철푸덕 앉아 에너지를 충전한다.
에효~~ 비가 오지 않음을 다행스러워 해야 하겠지만, 입으론 욕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날씨.
다시 길을 나서는데, 주위는 볼 수 없고 길은 미끄러워 오로지 길만 보고 가야 하는 형편.
그래도 어쩌다가 마주치는 고운 단풍이 있어 지루함을 달래면서 걸을 수 있었다.
어? 그런데 온통 희뿌옇던 능선길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길 가에 있는 구절초의 꽃이 그 수수함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얏호!!! 구름이 안개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어서 건너편에 있는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슬쩍 슬쩍 보여진다. 게다가
가끔씩 내리는 햇살. 그를 품은 흰 억새꽃이 바람에 헤살거리는 모습이 일대 장관이다.
그러니 걷는 걸음에 좀 더 힘이 붙게 되어 조 아래의 백운산에 올랐던 기억도
왕성히 재생이되고... 하지만 뒤돌아 내려온 길을 보니
중봉은 물론 가지산 정상까지 죄다 허옇게 지워져 있어 아쉬움만 남긴다.
다음엔 갈 사자평에 있는 억새는 제발 맑은 햇살이 은총을 내리듯이 내려주시길
하는 염원을 담아 억새꽃이 멋들어지게 핀 길을 지나
백운산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2년 전엔 왼쪽의 백운산길로 갔지만
이번엔 직진. 처음 길을 밟아 운문산으로 향한다. 그 길은
슬쩍 운문산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냅다
떨어져 내린다. 미끄럽고 길기도 한 내림길.
이렇게 한 짐을 가득 메고 오르는 낭만캠핑족을 보지 못했다면 아주 지루했을 내리막길도
아랫재에서 한 숨을 고르는 모양이다. 3시 12분. 이 시간에 올라갔다가 내려가면
버스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올라갔다가 상양마을까지 가는 시간이 2시간 30분이면 된다는 부근 산우님의
말을 성언으로 여기고 운문산을 향해 걸음을 옮기지만
가파르고 미끄러운 오르기 안 좋은 모두를 갖춘 오름길. 급기야
한소금 오름질 후에 만나는 평탄길에서 배낭을 팽기치다시피 하고 앉아서 가져온
사과 한 개로 에너지와 숨을 보충했다. 그리고 또 시작되는 오름길.
그리고 마침내 보여지는 정상 봉우리. 그런데 이 카메라 왜 이런겨?
그래도 아직도 오를 길은 짧지 않아 뒤돌아 쉼을 줘 가면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마지막 한 오름을 넘는다.
에효~~ 숨차다. 말 그대로 기진 맥진. 그렇지만 시간은 4시 35분.
아까도 말했지만 내림길은 부담이 없어서 상양마을까지는 6시까지 충분히
닿을 듯 해서 정신없이 걷느라 눈 감았던 주변 풍경을 담아보는 호사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올라올 때의 그 미끄러움이 어디로 갈까? 잠시 소홀한 틈을 타서 엉덩이 어택!
그래도 내림길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인지 40분 만에 다시 아랫재에 도착을 하고
쭉쭉 뻗은 소나무숲을 통과하고 참나무숲 또한 통과해서 30분 만에 상양마을에 도착을 했다.
현재시간 5시 50분. 버스가 있는 곳까지 6시 10분까지 충분히 가고도 남을 시간 같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 그리고 그 주변엔 말 그대로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마을을 구경하면서
큰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버스가 보인다고 했으니 힘차게 걷고 있는데... 어?
하양마을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재빨리 등산앺을 살펴보니 아뿔사
갈림길을 지나친 것 같다. 재빨리 뒤돌아가서 제 길을 찾고
버스가 있는 곳에 왔지만 이미 시간은 6시 15분.
버스 안에서 기다리는 많은 분들께 죄송합니다를 외친 후
피곤해 죽겠다는 듯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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