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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북한산 백운대와 원효봉 _ 숨은벽길. 본문
2021년 11월 12일. 북한산의 백운대와 원효봉을 다녀왔다.
북한산 국사당 앞 공터에 차를 두고
밤골공원지킴터 - 숨은벽 - 백운대 - 원효봉 - 국사당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4년 전 시월에도 이 시간 쯤이었던 것 같았는데... 아침 7시 15분. 북한산 국사당 앞을 지난다.
밤골공원지킴터에서 곧바로 밤골길로 가도 되지만, 4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왼쪽 숨은벽길로 향했다. 왜냐하면 전에 보지 못한 해골바위를 오늘은 기필코 보고자 함이다.
아직 먼동이 넘어오지 못한 을씨년스런 날씨. 흰 돌계단길이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 가볍지 않은 돌들은 누가 쌓았을까? 새삼 그분들의 노고에 고마움이 절로 인다.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 35분?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확 들어서는
인수봉, 숨은벽 그리고 백운봉. 알록달록 단풍이 없어 아쉬운 마음 살짝.
오르는 내내 길 왼쪽으로 함께 하는 상장능선엔 이미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감싸고 있다.
잠깐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길. 갸우뚱? 여기에 나무계단이 있었다고?
4년 전엔 여기에서 길이 곧바로 나 있어서 결과적으로 해골바위를 지나쳤었는데
이 탐방로 표식을 따라가면 해골바위가 나오려나?
가파르고 미끄러운 바윗길을 철난간에 의지해서 힘 껏 오르니
머리 위 오른쪽으로 커단 바위 밑둥이 보인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굳이 올라가니
와우~~ 여기였군. 해골바위! 영하의 날씨라더니 담겨있는 물은 이미 얼어 있었다.
노고산은 이미 밝은 햇살로 분주히 아침을 맞이하는 중이고
상장능선 너머로 도봉산의 오봉들이 햇랄을 받아 빛나고 있다. 하지만
등허리를 따라 흐르던 땀이 추운날씨로 오히려 등을 차갑게 해서 부지런히 움직이게 했다.
다시 내려서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오르니 사방이 트인 곳이 나왔다. 아마도 이곳이
옛 지도에 표기된 망운대가 아닌가 싶다. 발 아래로 조금 전 올라섰던 해골바위가 보이고
건너편엔 노고산, 멀리로 고령산 등이 시원하게 조망이 된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보이는 도봉산의 모습이 일품이다.
한참을 쉬고 주위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그놈의 추위 때문에 안테나보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4년 전의 그날에는 해골바위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영장봉을 다녀오는 것으로 해갈했지만, 오늘은 직진.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뒤돌아 본다. 오우 안봤으면 어쩔뻔. 멋지다!
바로 앞엔 안테나봉 그 오른쪽으로 영장봉 그 뒤론 상장능선. 저 멀리 고령산까지.
도봉사령부와 또 한번 눈맞춤하고 뒤돌아서
바람까지 불어 더울 스릴이 있는 숨은벽 가는 낭떠리지 위 좁은 릿지길 위를 걷는다.
장비 없이는 오르지 못할 저 숨은벽. 언젠가 기필코 올라가 보겠다는 다짐을 발 밑 바위 위에 붙여놓고
숨은벽 하단으로 내려서서 오른쪽 밤골로 한참을 내려선다.
응달이라서 더욱 춥게 느껴지는 밤골. 아니 고드름게이지를 보니 엄청 추운날씨가 분명하지만
거칠고 가파른 큰 바위 너덜길을 30분 넘게 올라서야 하는 일이 이 길의 큰 어려움 중의 하나.
그래도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예전 호랑이굴이 있던 고갯마루.
어느 덧 시간은 9시 30분. 수락산과 불암산 그리고 그 뒤로 너울대는 산군들.
북한산 서울시 영역으로 들어서서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느껴지는 백운대로 오르는 길. 온 몸을 사용해서
올랐으니 그 감격 만큼은 격하게 얻을 만 하겠지.
10시를 5분 남겨 둔 시간. 멀리 도봉산과 가까이 인수봉도 감상하고 만경대는 역광이라서
눈에다 만 담아두고 따스한 햇살맞이 하다가
두 번째 목표지인 원효봉을 눈에 담는다. 아마 저 아래 사찰은 상운사인 듯.
만경봉 큰 바위를 수문장으로 둔 위문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산성탐방지원센터로 향한다.
백운대를 오르는 최단코스인 이 산성탐방지원센터길. 최단코스이니 만큼 가파른 경사가
있는 돌길은 고도 역시 급격히 떨어뜨린다.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아
옛 기억을 더듬어 대동사일주문에서 대동사로 오른 다음 그 왼쪽 위에 있는
상운사에 들렸다가 모노레일 넘어 왼편에 있는 하산길로 나와
북문오르는 길과 접속. 잠시 오름질을 마치고 북문 앞에 선다. 여기서 왼쪽 200m에 있는
원효봉 정상에 들렸다가 이곳으로 되내려와 북문 너머 효자비마을로 갈 예정이다.
오름길에 큰 가파름이 없어 정상까지 여유롭게 올라
명성에 비해 이제 겨우 두 번째 오른 원효봉을 기념하고는 그 즐거움을
백운대, 망경대 그리고 노적봉에 덧칠하여 뒷 배경에 두고 사진 한 장에 담아 둔다.
현재 시간 11시 13분. 습관적으로 배낭에서 빵과 커피를 꺼내어 여유롭게 점심을 갖는다.
사실, 이곳은 의상능선을 가장 멋지게 조망하는 곳인데, 역광이라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없었다.
따사로운 해바라기 중인 저 처자는 뭔 생각 중일까? 부디 행복한 결실이 오길...
점심을 마쳤으니, 다시 길을 나설까? 와우~ 이쪽 조망도 좋은 걸?
다시 북문으로 되내려간다. 내려서는 만큼 점점 커져가는 북한산의 웅장함이 가슴을 그득 채운다.
북문에서 효자비마을로 가는 길엔 가을이 농익어 있었고
필요한 곳엔 이정표가, 길이 헷갈릴 것 같은 장소엔 탐방로 표지판이 있어서
가을의 정서를 느끼면서도 빠르게 걸을 수 있게 한다. 저 보라색 열매는 마치
대부분의 무채색 공간에 있는 유일한 꽃처럼 보여 자꾸 눈길이 갔다.
아마도 한 시간 정도 내림길을 걸은 것 같은데... 북한산둘레길 효자길구간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야 국사당 원점회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니
주저 없이 둘레길을 따라 걷는데, 마을과 만나는
이 부분에서 약간은 당혹감이 왔다. 왜냐하면 예전에 이 개울을 건너 큰 길로 나섰던 기억이...
하지만 개울을 따라 가다보니
밤골을 가르키는 표지판과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서 의외로 손 쉽게
다시 둘레길로 들어서서 또다시 가을을 정취를 몸에 담으면서 갈 수 있었다.
엇? 북소리 꽹가리 소리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요즘에도 굿을 하는 곳이 있는 모양이다.
12시 35분. 덩그런히 외따로 떨어져 있는 나의 차에 급히 달려가서 온기를 입힌다.
북한산은 내게 마치 아끼면서 숨겨두고 감춰둔 곶감과도 같은 곳이다.
두고 두고 야금야금 빼 먹는 곶감처럼 북한산을 다녀올 때마다 그 기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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