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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남한산 _ 한가을에 서다. 본문
2021년 10월 30일(토). 남한산 성곽 한바퀴를 돌았다.
동문 주차장에 차를 두고
동문 - 동장대터 - 남한산 - 북문 - 연주봉 - 서문 - 수어장대 - 남문 - 남장대터 - 동문으로
약 9.4 km의 거리를 3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오늘은 울 마누하님의 수행비서로서의 업무가 있는 날. 남한산 산성터널을 지나 마누하님을
내려드리고 여기 동문으로 와 주차장에 차를 둔다. 그리고 9시 55분.
동문 왼편으로 놓인 오름길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대개는 망월사 쪽 숲길을 이용했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성곽을 끼고 가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아주 농익은 가을을 덮고 있는 건너편 봉우리를 보려 함일까?
아니면 이 성곽과 어우러지는
이 가을의 색과 동화되기라도 하려 했음일까? 암튼,
제법 까탈스러운 비탈길임에도 힘겨웁지 않게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 가을과 흠뻑 동화되어 걸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산행을 시작한 지 35분 정도 경과한 10시 32분. 오름 구간의 첫 마디인
동장대터에 올라선다. 옛 군영의 사령부대인 만큼
동쪽으로 시야가 트여 광주일대의 산이 거침없이 조망이 된다.
그리고 눈 앞의 봉우리가 오늘의 목표지 중 한 곳. 그곳은
가던 길 방향으로 잠시 내려서면 보이는 제3암문을 지나
봉암성 암문을 지나야 갈 수 있다.
외성 중 한 곳인 봉암성 즉 벌봉은 갈 생각조차 없었으니 고민 없이 직진. 조금 지나니 어?
그런데 느닷없이 여기에 정상석이 있다고? 아닌데? 정상석은
오른쪽 한봉 가는 길로 조금 더 가서
여기, 외성 성곽 위에 있었는데? 허~~ 참.
A~~ 모르겠다. 이번에도 멋진 춤사위나 만들자. 그런데 ㅠㅠ. 실패.
이곳의 최대 장점인 검단산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보고
왔던 길을 뒤돌아 다시 동장대터를 향해 간다.
홍예문 형태의 봉암성 암문과 제3암문을 차례로 다시 나와서
오른쪽으로 성곽을 두고 북문을 향해 간다. 오른쪽으론 시야가 열려
멀리로는 예봉산과 검단산이 가까이로는 벌봉에서 하남시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인다.
그렇지만 내내 조망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엄청 가파른 내림길이 느닷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급한 내림길을 다 내려올 즈음에 보이는 암문이 있는데 제4암문이 그것이다.
길 옆으로 벙커 비슷한 구멍이 비밀스럽게 있는데, 그 곳이 제4암문의 통로.
예전부터 그곳으로 나와 성 외곽을 즐겨 걸었었는데, 무엇때문인지 출입금지가 되곤 했었다.
어디 지금도 출입금지일까? 슬며시 암문으로 나와 또다시 외곽길을 걷기로 한다.
성 안쪽 길은 또 그 나름의 멋이 있겠지만
외곽에서 보는 풍경도 또 그 나름의 멋진 풍경이 있어서 자주 이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거칠고 게다가 경사가 있는 길이라서
자칫 그 옆 비탈로 구를 수 있는 점은 감수해야만 하는 나의 몫.
그래도, 안쪽에선 볼 수 없는 자연이 순수하게 준
이 멋드러진 모습 때문에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
11시 30분. 북문이 보여야 할 곳에 여러 적재 무더기가 보여 그곳을 지나치니
북문이 온데 간데 없다. 아마도 뭔 결함이 있어서 복원 과정에 있나 보다.
부디, 옛 모습이 좀 더 가까이에 갈 수 있는 재건이 되길.
북문부터 연주봉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는 다르게
주변이 잘 정돈된 모습이다. 북문터에서 보니 출입금지 표시가 있던데, 그게 아닌건가?
암튼, 막판 오름질 끝에서 오른쪽 연주봉으로 이어 가고
강동지역을 살피는 연주봉 옹성에 잠깐 들렸다가 계속해서 서문을 향해 간다.
서문 위 전망대에 도착을 해서
각종 건물이 빼곡히 들어찬 너른 강남벌판을 바라보며 옛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해 하며
남한산성 서문으로 내려 선다. 마천역에서 길이 이어진 곳 답게
많은 사람들이 이 서문을 들락거렸지만, 여전히
성 외곽길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 이게 다 코로나19 때문?
그런데 저 성곽에 돌출된 저 바윗덩이는 뭐지? 뭔 용도일까? 어휴~~ 이 호기심.
제6암문. 이곳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수어장대로 갈 수 있는데, 그 오른쪽
성곽 아래 해바라기를 하면서 점심을 갖는 두 분의 모습이 시장기를 불러와
약간의 갈등을 심었지만, 꿋꿋히 뿌리치고 수어장대를 다녀오고
좀 더 길을 더 가고 나서
아주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내고 그 위에 앉아 고구마 2개로 점심을 가졌다.
검단산이 보이고 저 줄기를 타면 영장산까지도 가는데... 가봐? ㅋㅋㅋ
충전된 에너지 때문인지 걸음도 가벼워지고 가을이 더 선명히 다가온다.
마침내 남문. 마음이 가는대로 이번엔 성 안으로 들어가서
성곽 안쪽길을 걷는다. 이유는 없다. 굳이 그 이유를 찾자면
가을 나무 사이사이에 놓인 인간의 정감에 이끌렸다는 것?
물론, 외곽길 역시 인간의 풍성한 사랑이 충만하기는 하지만....
여름 내내 왕성했던 삶을 치열하게 마무리하는 이 잎들을 보며
아름다움으로 느끼는 이 감성이 내 마무리 역시 아름답기를.
남장대터. 많은 분들이 가을을 공유하고 있어 꽤나 시끌벅쩍하다. 그럴땐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주위상책.
시야가 열리가 멀리 광주쪽 산군들이 보이면서 가을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번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들렸던 맞은 편 산자락의 망월사도
산을 다 내려와 다시본 남한산성 동문 역시 아까보다 더 가을 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오후 1시 28분. 마누하님의 일정이 오후 2시에 끝나니 모시러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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