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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지리산 칠선계곡 _ 막판 까칠함이 주는 매력. 본문
2022년 5월 9일(월).
탐방 예약을 한 지리산 칠선계곡에 다녀왔다.
추성리 주차장에서 아침을 하고
두지동 - 칠선폭포 - 천왕봉 - 장터목 - 백무동 -
백무동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쳤다.
이 번 산행은 산악회 MTR 회원 여섯 분과 함께 했다.
가고 오고 제대로 잠도 못자고 장 시간 운전을 하신 정대장님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어제 밤부터 운전해서 도착한 추성리 주차장. 아직 4시도 안된 시간.
잠시 눈을 감았다가 주차장 한 켠에서 아침 식사(만두라면과 달걀 등)를 해결하고 나니
어느새 먼동이 텄다. 6시 30분 경, 예약 확인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간단한 몸풀기 운동. 예약자 40명 전원 참석인 것 같다.
7시 경. 세 분의 민간가이드님의 인솔 아래 두지동으로 출발을 한다.
그런데 첫 걸음부터 발이 지면에 달라붙는 느낌. ㅜㅜ
땀 깨나 쏟고 나서야 만난 칠선계곡 탐방로 입구.
입구까지 이리 어려운데 나머진 얼마나 힘들 건지 은근히 겁이 났지만
다행히도 두지동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어느 안온한
두메산골 마을을 방문하는 기분을 주어 그 걱정을 쉬이 잊게 했다.
전쟁이 빈번했던 오래 전 시절에 군량미를 비축했대서 되지동, 혹은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형태가 되지를 닮았다고 해서 되지동으로 불렸던 것이
음운변화를 거쳐 두지동으로 변이 됐다는 마을이다. 여기서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떨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본격적인 칠선계곡 탐방을 시작 했다.
저 아랫쪽에 물소리 요란한 계곡을 두고 편안하게 숲길을 걸어가다 보니
잘 정비된 다리가 나오고 그를 건너 이제는 계곡을 옆에 둔
나름 뚜렷한 길을 따라 걸어갔더니, 칠성동이라 쓰인 팻말이 보였다.
지금도 주민이 살고 계셔서 이곳을 지나는 분께 오미자나 산삼 등을 판매 하신댄다.
마을터를 지나고 부터 편안한 길이 끝나고 시작되는 거친 계곡길. 그래도
무거워지는 발걸음에 힘을 보태며 응원하는 것들이 있으니 선녀탕이그 첫 주자이다.
두 번째 주자는 옥녀탕. 선녀탕 보다 규모가 조금 더 컸다.
곳곳이 비취빛 맑은 물을 담고 있는 소들. 더위기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엔 뛰어들지 않고는 못배길 것만 같았다.
8시 40분. 비선담에 도착을 했다. 여느 소들 보다는 조금 더 큰 웅덩이. 깊이도 있어
다른 것들에 비해 비취빛이 좀 더 진하다. 여기까지가 자유탐방구간.
이후 천왕봉까지는 탐방예약을 한 사람에 한해서 길이 열린다. 그래선지
길이 지금까지 보다 더 거칠고 까칠하다. 게다가
가끔 내리는 큰 비가 세찬 물살을 만들어 있던 길을 숨기거나 끊어놓는 일이 많아서,
그 정도가 심한 곳에 다리를 놓게 됐는데, 지금 건너는 이 상원교는 작년 추석 때 완공된 것이랜다.
대유행으로 얼마 전까지 막혀 있던 곳이니 이 다리를 건넌 순서로는 200위 안에 들겠는걸? ㅎㅎㅎ
청춘홀. 달리 사랑바위라는 것. 남녀 한 쌍이 손잡고 저 홀을 통과하면
절대 헤어질 수 없다는 썰이 있는 바위! 글쎄~~ 내가 넘 늙었나...
건너기도 하고 옆을 따르기도 하는 전형적인 계곡산행 길을 이어간다.
마찬가지로 쉬고 싶은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나타나는 폭포들
선녀폭포.
풍부한 수량과 넓은 소가 사람들에게 안식과 쉼을 주는 곳.
대륙폭포.
다소 좁은 물줄기지만 세찬 흐름인 압권인 스케일이 아주 큰 폭포.
삼층폭포.
아기자기한 폭포가 층층이 있는 폭포로 가이드님들을 보니 모두 이곳에서 물보충을 하신다.
어휴~~ 날다람쥐 같으신 가이드님.
숨겨진 길을 찾느라 여기 저기 분주하시다. 덕분에 거칠지만 제대로 된 길을 걸어
비교적 물소리가 잦아든 계곡, 적당히 큰 바위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이른 점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해발 1100 m, 시간은 10시 37분.
빵 한 개와 바나나맛 우유 한 통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푸른 이끼가 자욱히 덮힌 바윗길 위에 섰다.
마치 계곡과 이별 연습이라도 시키려는 듯, 길은
작은 지계곡은 스릴 만점의 통나무 다리를 건너게 하고
가파른 바위 너덜길을 오르게 하여 한 눈 팔지 않게 하더니
애써 모아둔 물을 쏟아내 시원함을 선사하는 폭포 앞으로 인도를 했다.
이 계곡에 있는 마지막 폭포라 해서 불리우는 이름, 마폭이다.
마폭 이후로는 계곡과 완전히 헤어지고 급 사면길.
헉헉 거림이 한도에 다다른 느낌이 들 때면
얼레지 군락을 들여다 본다 든지, 천년 주목이 일군 기묘한 예술품을 감상 한다 든지 했다.
또는 심장 박동이 너무 거세져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가 느껴질 땐,
어느새 뒤돌아 조망이 트인 곳에서 올라온 칠선계곡을 감상하면서
오르고 또 올랐다. 어후~~ 미끄러운 이끼가 낀 급 바위 경사 길.
가끔씩 뒤돌아 내려보면 또 왜 이런데서 성취감이 나오는 거지? ㅋㅋㅋ
이제는 옆 쪽으로 하늘 아래 능선과 예사롭지 않은 바위들이 보이고...
거의 다 오른 듯한 예감이 들어 거친 바윗돌은 네 발로 넘고 가파른 철계단은 힘을 쥐어짜서 올라섰더니
이제부터 만개하는 진달래꽃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흣!! 예감이 맞았다.
오후 1시 24분. 6시간 24분 만에 주능선과 합류를 했다.
가이드님들의 역할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일일히 함께한 사람들과
그 오른 수고로움을 치하하시고 있어서, 나 역시 그 고마움을 전하고 바로 윗쪽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하늘기둥으로 올라 일주 전에 만났던
정상석과 다시 한 번 따시한 정감을 나눴다.
일주일 전 보다 그 푸르름이 더 깊어진 중산리 쪽 산자락을 둘러보고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바라보면서
뒤돌아 섰다. 방금 전에 올라섰던 칠선계곡으로 향하는 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그 너머로 보이는 칠선계곡을 잠시 바라봤다. 가만!
칠선계곡 왼편에 있는 산줄기가 백무동으로 향하는 것 같은 데?
일주일 전과는 같은 듯 다른 듯한 제석봉으로 내려와
제석봉전망대에서 일주일 전에 걸었던 남부능선과 주능선을 감삼한 후,
20여 년도 더 전의 어느 추운 겨울에 몸을 녹였던 따스한 기억이 늘 떠오르는
장터목산장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백무동으로 향하는 길.
오우~~ 알고는 있지만 자주 접하지 못했던 괭이눈꽃.
본 것만으로도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멋진 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길, 혹은 안온함을 주는 나무 숲길. 가끔씩
나뭇가지 너머로 보이는 천왕봉 등등을 감상하면서 내려가는 백무동 길.
그런데, 매우 익숙한 느낌을 가진 이 백무동길이 왜이리 낯이 설까?
그러고 보니 이 길은 중산리로 넘어가든 한신계곡으로 되돌아 가든 계절이
겨울이었든 봄이었든, 깜깜한 새볔에만 올랐던 기억 뿐이다. 이렇게
생생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 그러니 백무동길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과연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 진실일까?
산자락이 끝이 보이는 곳, 흐르는 물소리의 유혹에 이끌려 계곡으로 내려가
가볍게 땀을 씻고 산자락을 벗어났다. 5시 40분이니
장터목부터는 2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이다.
또다시 마을길을 5분 정도 걸어내려와
백무동주차장(시외버스터미널 맞은 편)에서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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