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지리산 서북능선 _ 바래봉엔 철쭉꽃이 절정입니다. 본문

등산

지리산 서북능선 _ 바래봉엔 철쭉꽃이 절정입니다.

mangsan_TM 2022. 5. 16. 23:08

 

 

 

2022년 5월 15일(일).

산악회DUMI의 계획을 좇아, 지리산 서북능선에 다녀왔다.

지리산 서북능선 등산지도

 

 

 

성삼재에서

고리봉 - 만복대 - 정령치 - 고리봉 - 세걸산 - 바래봉으로 갔다가

용산마을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쳤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3시 25분 경. 어둠 속 성삼재에는

5월 중순의 날씨가 무색하게 몹시 차거운 바람이 불어댔다.

추위를 피할 겸 부지런히 만복대로 향했다.

오르다가 뒤돌아 본 성삼재의 불빛(오른쪽)과 그 뒷쪽의 노고단 실루엣.

 

 

 

정령치까지는 이번에 처음으로 밟아보는 길이건만 짙은 어둠과

그 속에서도 급한 경사로 길을 준 고리봉 가는 길 때문에 어떠한 느낌도 갖지 못하고, 단지

 

 

 

아주 가뿐 숨을 몰아쉬다가 등 뒤의 산우님을 먼저 보내는 양 호흡을 조절하길 몇 번.

산행 40여 분 만에 고리봉 정상석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와 교감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추위도 아직까지 곁에 있어서 만복대로 곧장 향했다. 그래도

 

 

 

고리봉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몸 컨디션이 좋아졌는 지 이후 만복대로 향하는 걸음이

한결 편안해 진 느낌이다. 어둠이 걷히면서 만복대가 가까이 보일 즈음, 주변이 열려서

 

 

 

뒤돌아 바라보니, 멀리 성삼재의 불빛을 시작으로 고리봉부터

여기까지 이어진 능선이 보였다. 가슴 안쪽으로 작은 울림이 이는 것만 같았다.

만복대에서 본 고리봉능선

 

 

 

5시 27분. 설삼재로부터 어둠 속을 장장 2시간 넘게 걸어 도착한 만복대.

그와는 첫 대면이라서 왠만하면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여기 역시 인사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어 인사는 담으로 미뤘다.

만복대 정상 풍경

 

 

 

새벽에 오르는 대부분의 산우님들은 이곳에서 아침해를 맞이하시고들 하던데

만복대에서 본 정령치로 가는 능선

 

 

 

오늘은 아침해를 허락치 않는 구름이 완강히 버텨서 그냥 길을 나섰다.

 

 

 

 

어휴~~ 추위는 또 왜이리 끈덕지게 따라오는 지... 

옷을 단단히 여미고 머리도 모자로 감싸매고 이쁜짓하는 꽃들도 무시하면서 열심히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몇몇 분들은 늦게나마 얼굴을 비추려는 해를 기다리는 모양이지만

 

 

 

야속하게도 구름 커튼을 젖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반야봉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을 보여주는 인사치례는 만큼은 인색하지 않았다.

반야봉(오른쪽봉우리)과 천왕봉(맨 뒷쪽 흐릿하게 보이는 뾰죽봉우리)

 

 

 

오우~~ 이 이른 새벽에 걷는 5월 숲속길의 맛.

이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있다면 이 말 저 말 쓰지 않아 얼마나 좋을까?

 

 

 

정령치. 오늘로써 꼭 두 번째 보는 고개. 그래도

두 번째라서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정령치휴게소

 

 

 

고리봉으로 가는 이 안온한 길. 너무도 좋아 박제를 했는데 몇 년이 지난

그 때의 사진을 보니 지금의 것과 얼마나 똑 같던지. ㅋㅋ

 

 

 

6시 20분. 고리봉으로 오르다 갑자기 득도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서서

뒤돌아 봤다. 죽을둥 살둥 오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게 또 잘한 짓.

만복대에서 정령치에 이르는 아침 산등성이가 얼마나 멋지던지...

 

 

 

고리봉 정상에 이를 즈음부터 햇살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상쪽에서 들려오는 짧은 탄성 소리들. 이 햇살을 맞이하는 고리봉의 산철쭉들의 모습이

너무도 황홀해서 나오는 감탄소리인 듯 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나 역시 그와 같은 소리를 냈으니까.

 

 

 

고리봉에선 또 시야가 열려 가까운 반야봉으로부터 멀리 천왕봉까지 이르는

주능선을 시원히 볼 수 뷰 맛집이다 보니 쉽게 발껄음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갈길이 아직 멀어 기쁨으로 충만한 옆 산우님의 인증을 받고

고리봉

 

 

 

세걸산으로 향했다.

일천 고지가 넘는 산길이 이렇게 정감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자주색 벌개덩굴도 있고, 이 흰색꽃은 무 였더라?

 

 

 

같은 모양을 계속해서 보게되면 대부분은 질리게 되던데, 이 산길의

모습들도 계속 같은 모양으로 보이건만 여전히 걷는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뭘까?

 

 

 

점점 발의 무게가 느껴져서 시간을 보니 7시 50분. 그러고 보니 아침을 먹어야 할 때가 된 듯 싶다.

조망 좋은 곳을 찾지 못해서 길 가 적당한 곳에서 아침을 가졌다.

 

 

 

여전히 같은 모양의 산길. 그렇지만 또 여전히 걷기 좋은 길. 때론

 

 

 

단조로울까봐 거친 내림과 가파른 오름으로 변화를 꾀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걷기에 좋은 길을 흥얼거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세걸산 정상이다. 갸우뚱!! 다른 것들은 고리봉이고 바래봉이건만

이녀석은 어째서 세걸산일까? 지리산 서북능선 세걸산이 어울리는 말도 아니고...어째든

세걸산

 

 

 

이 세걸산에 오르고 나서야 바래봉이 제대로 보여진다.

오늘도 모습을 보여주는 바래봉.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 모양이다.

바래봉 _ 두 번째 능선 위의 봉우리

 

 

 

세동치를 지나고 부운치도 지나서

세동치

 

 

 

팔랑치 윗봉우리에 올라선 이후부터가 환상적인 철쭉동산의 시작.

 

 

 

그 화사한 철쭉동산의 감상을 여기 팔랑치 윗봉우리에서

동산 전체를 살펴보면서 시작했다. 

 

 

 

연두연두의 세계와 핑크핑크의 세계가 어루러지는 동산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도 걸음을 무척 더디게 만드는 마법의 동산.

 

 

 

꽃구경, 나무구경과 풀구경을 하다가 불현듯 뒤돌아 보면

병풍처럼 지리산 자락이 활짝 펼져져 보이는 동산.

 

 

 

단지 누군가가 길 옆에 앉거나 서 있기만 해도 그림을 만들어 주는 곳이 이 동산이었다.

 

 

 

이 철쭉동산을 내려서서 바래봉으로 향할 때, 다시 없을 이 풍경이 너무 아쉬워

 

 

 

지나치시는 한 분을 붙잡고 간청을 해서 이 풍경을 담아두고 이제는

 

 

 

마법을 풀어내듯 더딘 걸음을 잰 걸음으로 바꾸어 바래봉으로 향했다.

 

 

 

길 가다 보이는 바래봉. 어휴~~ 꽃보다 많은 사람들.

 

 

 

10시 17분. 운봉리과 바래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용산마을주차장으로 갈 수 있으나

 

 

 

오른쪽 바래봉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섰다. 비록, 막판 오름이 힘들겠지만

 

 

 

이곳의 유명한 약수 한 컵이면 정상을 기운차게 오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

약수터

 

 

 

와우~~ 꽃보다 사람.

 

 

 

정상에 올랐으나, 정상석을 한 번 안아보려면 30분 넘게 줄을 서야 할 것 같아서

 

 

 

멀리 보이는 지리산 주능선과 눈맞춤하고는 뒤돌아 섰다.

 

 

 

가만, 정상석과는 박한 인연이겠지만 이 풍경은 그렇지 않으니

배낭 내리고 컵에 커피 원액을 붓고 물로 적당히 희석한 다음 시원하게

 

 

 

한 모금 머금고는 주위와 동화되어 갔다. 각 도의 사투리 소리와 그에 버무러지는 웃음소리.

가끔 가다가 들리는 산새소리와 바람소리... 이제는 더운 햇볕.

 

 

 

더 있다가는 잠들라~~ 왔던 길 뒤내려가

 

 

 

좀 전에 들렸던 삼거리에서 용산마을 쪽으로 향했다.

예전 기억으론 시멘트로 포장되고 가팔랐다는 것인데, 시멘트 대신 돌로 바뀐 느낌이 들었다.

 

 

 

대유행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축제로 들썩였을 운봉 허브벨리를 지나

 

 

 

꽃이 하얗게 핀 이팝나무 가로수 길을 걸어

동네 맨 아랫쪽에 있는 대형차 주차장에서 도착을 해 산행을 마쳤다.

 

현재 시간 12시 3분. 배낭에서 떡 한 덩이 찾아 들고 가까이 있는 정자로 가서

살랑거리는 산들바람과 더불어 점심을 가졌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