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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큰귀때기골 _ 쉰길폭포를 가지 못한 이야기. 본문
2022년 6월 11일(일). 설악산 큰귀때기골에 다녀왔다.
MTR 산악회 식구 네 분과 동행을 했다.
백담사를 왕복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이 있는 용대리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 15분 경? 2,500원(1인) 버스표를 끊고 버스에 올라
백담사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 9시 30분 경,
큰귀때기골의 시그니쳐인 쉰길폭포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 용아릉을 오를 때 이후론 참 오랫만에 거슬러 오르는 수렴동길.
백담사에서 한 30분 걸었을까? 두 번째 보이는 계곡 합수점. 그 계곡을 향해
눈칫것 큰 계곡을 건너자 마자 뒷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제가~ 신고 할 겁니다~"
무안함에 얼른 숲으로 들어섰지만, 왠지 가슴이 묵직해 진다. 그래
이런 분이 계셔서 그나마 사회가 정화되고 있는 것이겠지.
그래도 목적한 바 있으니, 큰귀때기골에 신고는 해야 하겠지?
그동안 가뭄이 커서 계곡물도 보잘 것 없을 테지? 하는 우려에 비해
계곡엔 적지 않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적은 양이나마 그젯밤에 내린 비 때문인 것 같다.
깨끗한 암반과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 그리고
청아한 물 흐르는 소리.
설악 하면 늘 어려움이 우선하곤 했는데, 오늘은
적당한 곳에 자리펴고 쉬다 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구칠 정도의 환경.
그렇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점점 거친 모습을 보여주더니
자그마한 바위동산을 여러 번 넘거나 혹은
많이 높지는 않지만 미끄러운 작은 폭포도 거슬러 올라야만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온 몸이 땀으로 젖어들어 가지만, 보이는 주변의
풍경이 좋고 걸음에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적당히 있어서
힘들다는 생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그냥 건너긴 힘든 구간은 있어서 그런 곳에서는
계곡의 이쪽 저쪽의 산자락으로 올라 나름 또다른
원시자연과 만나면서
계곡 상류를 향해 가벼운 전진.
그래! 오늘은 아주 빡쎈 산행이 아닌 힐링 트레킹이니
온 길 뒤돌아 보면서 혹여 놓친 즐거움이 있으면 주워담으면서 가자.
어느 덧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목표지 까지는 한참이 남았다는 것을 계곡이 험난한 난관을 주어 일깨우고 있다.
그래! 어려운 것을 넘는 것도 좋지만 굳이 그러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지. 돌아가다 보면 이렇게
지난 청도 화악산 산행 때, 이름이 뭔지 몹시 궁금증을 키워주던
이 참조팝나무꽃도 아주 원 없이 볼 수도 있고. ^^
게다가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나무줄기에서
사랑에 빠져 격정적으로 나누었던 그 언젠가의 키스도 떠올릴 수도 있고.
그래도 큰 주제를 놓지면 방향을 잃기 쉬우니
다시 본 계곡으로 복귀하는 현명함은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제법 큰 폭포가 보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서 본 주변 풍경.
아~~ 여기구나. 쉰길폭포로 가는 가장 큰 난관이 있는 곳.
리딩하시는 산우님의 요령과 지도로 절벽을 오르고 그 절벽 위를 가로지르려 하니, 발을 디딜 수가 없다.
오우~~ 도저히~~ 마음이 먼저 항복하니 몸이 따랐다. 휴~~
오늘의 목표가 쉰길폭폰데~~ 다른 산우님들을 그리로 보내드리고, 낙오자인 나는
낙오자가 안되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홀로 이 계곡을 만끽 해 보기로 한다. 그래서 한 30분을 조용히
계곡의 물소리에 몸을 맡겼는데... 오~~ 이 계곡의 소리가 이리 컸었나?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와 같았다. ㅜㅜ
안되겠다 싶어 큰 돌덩이가 물처럼 흐른 옆 산자락 사면을 타고 오르는데, 쓰러진
커다란 나무 밑에서 발견한 이 버섯!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나무상황버섯이랜다. ㅋㅋ 혼자 있었던 보답인가?
헤어진 지 거의 두 시간 만에 다시 본 산우님들. 보지 못한 나를
위로하려 함인지 쉰길폭포의 보잘 것 없음을 강변 하신다.
ㅋㅋ 괜찮아요! 제게는 튼실한 상황버섯이 있는 걸요. ㅎㅎㅎ
늘 그랬듯이 산을 오른 후에 갖는 하산은 뿌듯함과 행복감으로 채워져서
보이는 주변의 것들이 보다 더 예술품으로 보여지고
주변의 별 볼일 없는 돌 조차도 친근한 얼굴을 가지고
나를 배웅하는 것만 같아 보여진다.
백담사에서 용대리로 가는 막차 시간은 오후 6시. 그 버스를 놓치면 7KM의 거리를
꼬박 걷는 수 밖에는 없다고 하는대. 우리 팀 중 두 분이 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단지 5분 만 더 기다릴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정을 들어주면 원칙이 무너진대나 뭐래나~~ 하면서
갑의 충분한 윽박질. 에효 코로나19를 겪었으면서도 관광객 중요한 지 모르지.
막차라는 특성상 원칙을 부드럽게 주장하면서 출발 시간을 은근 슬쩍 5분을 늦추는 것은 지혜가 아닌가?
다행이 실랑이 중에 두 분이 오셔서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오늘의 써스펜스와 스릴러의 대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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