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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산청/합천) 황매산 _ 철쭉 아닌 억새. 본문
2022년 10월 9일.
산청과 합천을 경계하는 황매산에 다녀왔다.
황매산터널을 지나기 전에 있는 떡갈재주차장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너백이쉼터 - 민봉 - 황매산 - 영암산(모산재) - 덕만주차장에서 마무리 했다.
철쭉꽃으로 유명한 황매산이지만 억새꽃 또한 장관이라는 소문을 듣고
죽전에서 산악회DUMI의 버스를 타고 산청과 합천을 경계하는 떡갈재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의 예보에는 없었던 빗방울이 버스 차창을 때리고 있어, 그 세기에 따라 걱정도 비례 중이다.
10시 45분. 역시, 복 받은 사람은 다르지 ^^; 황매산터널을 앞 둔 곳에 있는 떡갈재주차장에서
하차를 했을 때는비가 그쳐 있었다. 그래도, 우산 챙기고 배낭에 레인커버 씌우고...
길 건너 들머리로 들어섰다. 아마 10시 50분 쯤?
정말 완만하고 유순한 길인데... 뭐지? 뭘까?
왜 이렇게 힘이 드는겨? 그동안 살이 더 붙어댕긴 겨? ㅜㅜ. 암튼, 조망이 트인 조그만 곳이라도
발견되면 쉬기 바쁨. 음~~ 요 등성이 아래가 터널일 테니... 조 어딘가가 떡갈재이겠군.
어휴~~ 제길!! 완만한 곳도 힘들구만, 여긴 또 길이 왜 곧추세우고 있는 겨?
연신 헉헉거리며 장박리 갈림길을 지나니 조망이 조금씩 트이면서 경사가 무뎌지더니 곧,
너백이쉼터가 나왔다. 터널 윗쪽에 있는 떡갈재길과 합류하는 곳인 모양인데
주차장에서 여기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그리고
헬기장(민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 왼쪽으로 황매산
정상에서 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합천호 옆에 있는 악견산까지 보인다.
그렇지만, 민봉에 올라서면서 구름 아래로 보이는 장박리의 황금들녘의 풍경은 가히 압권!!!
산청 쪽이니 맑은 날에는 지리산도 보이지 않을까? 오른쪽으로
지도를 보면서 올라온 쪽(오른쪽 산줄기)의 능선을 이어보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모양의 산이
거창의 월여산, 그 뒤로 풍력발전기가 어렴풋이 보이니 감악산일테고
요 앞 오른쪽 첫 봉우리가 아마도 거창 황매산인 듯 싶다.
이제는 정상도 눈 앞. 구름에 가려진 정상의 모습을 아쉬워 하며 온 길을
뒤돌아 민봉을 바라보니, 여전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가파른 오름길. 아우성치는 심장을
빗방울 머금은 단풍들로 달래면서 20여 분 정도 오르고 나서 와우~~ 소리를 냈다. 비록,
구름에 감싸인 모습이지만... 정상의 모습이
먼저 오른 산우님들의 환호성과 함께 아주 멋스럽게 다가왔기 때문.
그 감성 좀 더 지니고 싶어 공터 한 켠에 있는 표지판을 보고 위치확인도 하고... 오~~
삼봉, 상봉, 중봉으로 가도 목적지인 덕만주차장으로 갈 수 있네... 그런데, 가만
산행지도는... 삼봉 다음이 중봉, 하봉 이런 순서인데? 에이 몰라!!
황매산군립공원에서 그리 정했나 보지 뭐. 이제 정상으로 가 볼까?
펄쩍 뛰어서
정상으로 오긴 했는데... 윗쪽 아래쪽 모두 정상석과 교감을 나누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만들고 있는 걸? 부슬비도 있어서 춥기도 하고...
그래 그래! 정상석과 눈맞춤은 했으니까... 12시 20분 쯤, 하산을 시작했다.
살짝 내려서고 전망봉을 바라보니 완연한 가을이다. 즐거운 마음이 있으니
전망봉까지도 네다섯 걸음이라 우겼더니, 아 진짜 전망봉 꼭대기에 금새 올라설 수 있었다. ^^
오우~~ 전망봉!! 이렇게 황매평원을 넓게 펼쳐볼 수 있으니 그 이름 자격이 있다.
봄에는 이 평원에 붉은 철쭉꽃이 펼쳐져 있을 테니, 상상 만으로도 황홀한 걸?
뒤돌아 봐도 장관이네? 왼쪽부터 구름에 살폿 숨은 황매산(정상), 그 오른쪽으로 매화 잎을 닮았다는
쪼르르 바위 세 봉우리인 삼봉, 지도 상으론 그 오른쪽 큰 봉우리가 중봉... 날만 좋다면
더 오래 있을 수 있는데... 12시 40분. 출출하기도 해서, 아랫쪽으로 조금 내려서서
앉기 편한 바위 위에 앉아 김밥 한 줄을 도 닦 듯 먹었다.
점심을 먹었어도 아직은 가파른 내림길. 게다가 부슬비에 미끄럽기 까지...
하지만, 잠시 후에는 황매평전의 억새들을 잘 만들어진 나무데크 계단길을 내려가면서
편하고 안온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황매평전. 가는 방향 오른쪽은 산청군이고 왼쪽은 합천군인 도 경계이고 각각 산 중턱에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붐볐다.
황매평전을 가로질러 베틀봉으로 가는 길. 걸어온 길이 억새와 더불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한창 복원 중인 황매산성을 지나다가 뒤돌아 보고
네거리길 지나 베틀봉으로 오르면서도 자주
그 모습들이 그 때 그 때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니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길 반복했다.
이제, 산불감시초소가 가깝다. 베틀봉은 지금 길 우측 봉우리이지만 길을 내지 않아서
다들 저 앞의 산불감시초소를 정상이러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바로 밑(오토캠핑장)까지 차가 올라오니, 여기 산불감시초소엔 말 그대로 인산인해.
그래도 남녀노소 모두 황매평전을 감상하면서 즐거워하니 나 역시 행복감 두 배.
처음 길이라서 모산재로 가는 길을 옆 분께 물어보니 이 하늘계단 밑으로 올망 졸망 세 봉우리 중
첫 번째가 철쭉제단이고 두 번째가 철쭉동산 그리고 세 번째가 모산재라고 친절하게
답해 주셨다. 물론, 감사한 마음 전했으나 여기에서도 그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하늘계단을 내려서 철쭉동산으로 가는 길. 역시 온 길 뒤돌아 보이는 풍경이 또한 절경.
가면서 뒤돌아 보고
철쭉동산에 올라서고 나서도 뒤돌아 보고... 이젠 그만 보고 가야지
그러다가도 미련이 남아 또 뒤돌아 보고 ㅎㅎㅎ. 이젠 정말 앞만 보는 거야!
지도를 보니 오른쪽 능선이 천황재를 지나 감암산으로 가는 산줄기.오우~~ 저곳도 걷고 싶어지는군! 그리고
왼편으로 보이는 산줄기는 황매산에서 중봉, 하봉을 거쳐 조 앞 법연사로 이어지는 능선이겠고
그런데, 저 앞 쪽으로 보이는 한 웅쿰 속은 산이 눈에 밟히는데... 허굴산인가?
암튼, 저 앞산에 모산재가 있다고 하니... 궁금한 마음에 걸음을 빨리 하는데
어라? 쭈욱 이어진 능선인 줄 알았는데...
한참을 내려서더니 작은 고개에 도착을 한다. 여기가 모산재?
옳지! 덕만주차장도 표시되어 있고... ? 그런데... 뭐야? 0.4km를 더 가야 모산재라고?
게다가 제대로 된 오름길이라고? 허~~ 참!!
맞았다. 모산재는 고개가 아니고 봉우리였다!!
합천8경에 속한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이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봉우리에 재가 붙고 정상석까지 있는 아마도 전국 유일한 산이 아닌가 싶다.
엇? 건너편 바위능선은 또 뭐지? 다시 지도를 꺼내어 펼쳐보고 확인해 보니
오우~~ 저 녀석이 돛대바위 였군! 안 가볼 수 없겠지?
뒤돌아 갈림길을 찾아 바위 상부쪽(무지개터)으로 다가가
조 아래에 있는 돛대바위로 향했다. 와우~~ 여기서 보니까
잠시 뒤 내려가야할 순결바위능선 풍광도 아주 멋지네... 오길 잘 했지.
앗! 그런데, 부슬비가 빗방울로 진화하고 있다. 돛대바위를 빠르게 둘러보고는
다시 온 길을 뒤짚어
모산재에 정상에 도착을 했는데... 빗방울이 제법 튼실해 져서
번거로워 쟁여만 두었던 우산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우산은 들고 있고
바위 위에는 물도 고이고 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걷는데...
건너 편 돗대바위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걸음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했다. 오징어게임의 대사 한마디. '이러다간 다죽어'
그래서 구경을 할 때는 아예 안전한 장소에 서서 구경만 하다간 걷고 했는데
엇? 이 녀석이 '득도바위'인가? 분명 신중하고 경건한 자세가 있고
저 아래에는 '영암사'까지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바위 아닐까?
지도 상으론 저 앞 봉우리를 가야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빠르게 그 봉우리로
달려가서 또 이녀석에게 이름을 불러 보았다. 우씨;; 생김새라도 알 수 있게 미리
공부라도 하고 올걸... ㅜㅜ 그러면서 정상부를 지나갈 때,
먼저 온 여산우님 놀라실까 저어되어 조금 아랫쪽으로 지나쳤다. 그런데...
글을 정리하면서 자료를 찾아 보니 아뿔사!!! 저 뾰족 나온 바위가 득도바위였었네?
위로 가서 보면 아래 모양이고, 좁은 문을 통과하면 천길 낭떨어지. 그 두려움을
없애면서 도를 깨닫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고도 하고... 에이~~ 담에 반드시 득도 해야쥐.
암튼, 가다보면 득도든 순결이든 특징적인 바위가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설핏 사자를 연상케 하는 바위봉우리로 의기 있게 가는데..
급강하하는 물기 두른 바위 위에 길이 있어 온 신경을 쓰고 내려섰고 더군다나
그 곳엔, 덕만주차장으로 가는 이정표까지 보이니까, 더 간들 이름 있는 바위를 찾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좌틀하여 덕만주차장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봉우리까지는 올랐어야 했는 것을...
역시 글을 정리하면서 찾아본 결과 그 바위는 눈 앞에서 오르지 않은 곳에 있었다.
'순결치 않은 사람이 그 틈을 지나가면 틈이 좁아진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
ㅋㅋ 그렇다면 안간 것이 다행인가?
덕만주차장까지는 2km 남짓한 거리. 비교적 자연에 더 가까운 길이라서 한두 번 헤매였지만
주위를 잘 둘러 보니 이정표가 보여 길 찾는데 큰 어려움 없이
산을 내려와서 오후3시 19분, 제2오토캠핑자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냇가길(찻길로 가도 됨)을
따라서 가다가 물 맑은 적당한 곳에서 땀을 씻고 잠시 더 걸어내려가다 보니
큰길 아랫쪽으로 주차장이 보였다. 덕만주차장이었다.
3시 25분. 산행을 마쳤다.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지만, 상경할 때는 빗방울이 얼마나 큰 지
달리는 버스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요란하기만 했다.
황매산으로 갈 때와 올 때, 모두 무시하기 힘든 비가 내렸지만, 난 복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끔 산행 중엔 산행에 지장을 줄 정도의 비가 없었다. 황매평원에서의 철쭉꽃이 화사하겠지만
억새꽃 역시 환상적인 풍경임에 틀림 없다. 맑은 가을 하늘이 있고 많은 억새들이
꽃을 활짝 피웠다면이 집에는 올 수 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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