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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잦은바위골 _ 고운 단풍이 내 얼굴도 물들였어요. 본문
2022년 10월 18일(화). 설악산 잦은바위골에 다녀왔다.
다녀온 길은
소공원 - 비선대 - 잦은바위골입구 - 촉스톤바위 - 50폭 - 100폭으로
갔다가 그대로 뒤돌아 내려왔다.
날씨가 엄청 차갑다. 아직도 여름바지에 미련이 남아 지금도 그 바지를 입고 왔는데,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그와 이별을 해야할 시기라는 걸 자각케 했다.
평일 이지만, 단풍시기이니 만큼 2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린 다음에
소공원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채비를 서둘렀지만, 그래도 첫 발을 디딘 시간은 10시.
잦은바위골로 올라 신선대로 가고 무너미고개에서 되돌아 오는 길을 그리고 있지만
시간이 어떨지 모르겠다. 더욱이 길 양 옆으로 자리한 고운 단풍이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도 있으니...
뭐 어때?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활용하면 그 뿐! 조급해 하지 말자.
저 멀리 저항령까지 뻗은 저항령계곡도 감상하고
오랫만에 보는 산우님과 사람 사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비선대에 가까이 왔다. 마치 투레질하는 말을 연상케 하는 적벽이 느닷없이 보여지는 곳
그 아래 어디쯤에 비선대가 있고
비선대에선 적벽에 가려져 있어서 보지 못했던 가운데 무명봉까지 볼 수가 있다.
저 세 봉우리를 암벽 하시는 분들은 삼형제봉이라 부르는 것 같던데...
단풍으로 이름이 높은 천불동계곡은 계곡물도 색을 입은 듯 하고
햇살 따듯한 장소 곳곳엔 가족 또는 지인들이 모여 앉아 서로의 행복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11시 8분. 잦은바위골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멈추어 서서 지르는 탄성.
단풍이... 고운 단풍이 계곡을 흠뻑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단풍에 홀려만 있을 순 없고... 가야 할 길은 가야 되는 것이 삶이겠지.
왼쪽으로 굳센 기상으로 쭈욱 뻗어 오르는 암봉줄기는...?
칠형제봉으로 가려 함인가?
잦은바위골, 첫 번째 난관 촉스톤 바위 하단부에 왔다. 아주 오래 전
신선봉에서 여기 잦은바위골로 내려올 때도 힘겨워 했던 곳.
줄과 바위 하단부에 기대어 있던 통나무도 없어져서 결국,
그 바위 오른쪽으로 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제법 깊은 웅덩이 사이의 미끄러운 돌을
건너뛰고 바위를 부여잡고 매달리면서 간신히 통과를 했다.
그리고 촉스톤 바위가 있는 곳에 도착, 리더께서 내려준 줄을 잡고 가볍게 올라섰다.
사실, 줄이 없어도 오를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점차로 깊어지는 잦은바위골. 그만큼 짙어지는 가을 색들의 향연.
물길을 따라 거대한 U자 협곡을 지나니
색동옷 뽐내는 바위 봉우리들의 머리 모양을 볼 수 있었다. 와우~~ 하다가
지나온 길이 아쉬워 뒤돌아 보곤 다시 한 번 와우~~~ 그렇지만
길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아서, 축축한 나뭇잎으로 덮혀 미끄러운
바윗길을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하여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스릴이 있는 낭떨어지를 줄 하나에 의지 해서 내려서야 했다. 그래
그 한 줄기 줄.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무심코 생각하는 그 줄의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내 주변에 있는 그 줄과도 같은 사람들을 소홀히 대함은 없는 지.
이 골짜기는 오래 전에 내려온 길과는 또 다른 길인가 보다.
저 앞 아주 커다란 동굴을 본 기억이 전혀 없으니. 맞다!! 이곳이
오십폭이랜다. 길이가 한 50 여 미터 라는데 약간의 과장은 애교.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긴 내가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한참 배가 고픈 시간. 오십폭에 자리를 펴고 저 앞 쪽 모양이 바나나와 같아서
바나나바위로 불리우는 암봉을 바라보며 행복한 점심을 가졌다. 그리고
오십폭 상단으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주변에 있는 단풍들이 화사하게 손짓을 해도 대꾸 하다가는
아마도 큰 일이 날 것만 같아서 온 신경을 써서 오르는 일에만 집중을 했다. 그러다가
협소 하더라도 쉴 만한 장소가 나오기라도 하면, 거친 숨을 몰아쉬기도 하고...
오우~~ 여기서 보니, 저 바나나바위는 뭔 거대한 파충류 같네?
또 다시 줄에 의지해 암벽에 올라서고는 마침내
오십폭 상단에 올라섰다. 아우~~ 찌릿찌릿하고 아찔 아찔! 그 스릴을
한참 동안 즐기다가 저 봉우리 사이 어디 쯤에 있을 백폭을 향해
희미한 길의 자취를 더듬으면서 찾아가는 길. 그 결과는
길이가 100 미터 쯤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백폭과 마주한 것이다.
물줄기가 조금만 더 굵어질 때 본다면 그 장관에 압도 될 듯! 감상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2시 2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 신선대로 가기엔 너무 부족한 시간이고...
조 위의 봉우리 만이라도 오를까 했지만,
동절기를 감안한 리더의 판단으로 과감히 뒤돌아 가기로 결정.
올라왔던 바위벽을 내려서고, 감히
그 아찔함에 밑을 보지도 못했던 오십폭 상단으로 올라섰던 그 곳을
부들거리면 오십폭 하단으로 간신히 내려 선 다음, 그 긴장감을
바나나바위를 보면서 희석 시켰다. 그렇지만 긴장감을 조금은 남길 일.
오를 때, 다리까지 후덜덜 거렸던 그 바위절벽에 그 긴장감을 사용해야 하니까.
같은 길이라도 오르는 길과 내리는 길응 엄연히 다른 길임을
분명히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손쉽게 올랐던 곳곳에 미끄러짐의 함정이 있었을 줄은...
그렇지만, 그러한 함정들을 여기 촉스톤 바위 옆, 난해한 바윗길도
슬기롭게 내려섰고,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 사실로 매우 우쭐댄 것이다.
오를 때, 바위 옆 물길로 올라섰던 곳. 오를 때와는 달리 웅덩이를 건너 뛰다가는
물에 빠질 것 같아서, 예전에 줄이 있던 곳에 줄을 매고 내려오는데...
통나무 있던 곳으로 오른발을 뻗쳤지만, 닿는 곳이 없어서 그만 아래로 쿵!!!
그래도 오른손 손등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으니 감사할 뿐이다. 그 손으로
잦은바위골 통과의례인 '낭떨어지 암벽 가로지르기'도 무난히 마쳤으니
새삼 감사한 마음을 천불동계곡으로 다시 나와 길을 걸으며
보이는 사람들께 전하기도 했다.
설악골을 지나_이 골짜기로 해서 범봉 안부, 천화대 등도 갈 수 있다던데 기회가 있으려나?
군량장에 도착을 했다. 정말로 진한 사랑의 감정이 들어있는 것 같은 키스바위 근처
적당한 장소에서 땀을 씻으면서 오늘의 산행을 정리 했다.
다시 소공원으로 들어서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 꼬박
7시간 40분이 넘는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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