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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_ 혼자 보기가 아까웠던 설경. 본문
2023년 1월 16일(월). 강릉과 평창에 걸쳐있는 능경봉 및 고루포기산에 다녀왔다.
대관령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에 주차를 하고
대관령영동고속도로준공비 - 능경봉 - 고루포기산 - 대관령두메길(구름코스) - 솔바위로그하우스
로 진행을 했다.
원래는 설악산을 가기로 했지만 대설로 인해 그곳이 통제가 되어
대체지로 여기 고루포기산을 선정한 산악회MTR의 진행을 쫓았다.
대관령 신재생에너지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25분 경.
차에서 내려 영하 10도의 차가운 날씨를 체험하며 산행을 준비하고
9시 30분 경, 영동고속도로 준공비에 올라섰다. 오호~~
추위 때문에 지르던 비명소리가 단번에 환호성으로 바뀐다.
왜? 이 주위 풍경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우선, 마치 그 나무의 이파리인 양 가지에 달라붙은 눈발들이 시선을 빼앗고
눈으로 덮힌 주위 풍경들이 또 한번 시선을 강탈하니, 추위? ㅋㅋ 그딴것도 있었나?
암튼, 기대되는 설경에 설렘을 장착하고 산으로 접어들었다.
역시!! 기대한 것 그 이상의 설경!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고
비명인지 탄성인지 나 스스로도 인지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제왕산과 능경봉으로 갈리는 갈림길까지 왔다. 9시 55분 경.
볼 것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 짧은 거리를 30분 가까이 걸었을까? ^^;
하하하 여지껏 이런 설경은 처음이다. 마치
동화 속의 설국으로 들어가는 느낌. 어쩌면 그게 맞을 수도...
다음에는 없는 지금 이 순간 만의 세상이니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니
지금을 충분히 즐겨야 하겠지? 그동안 체면 때문에 묻어뒀던 동심을
여기에선 원없이 풀어놓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유년의 그것마냥 적당히 놀고 집에 가듯이 다시 오르는 산길. ㅋㅋ 그런데
가파른 길임에도 힘들지가 않다니... 아마도 지금 보이는 저 풍경 때문이겠지?
10시 48분. 능경봉에 도착을 했다.
아랫쪽으로 제왕산과 멀리 강릉시가지가 깔끔하게 보인다. 미세먼지 없이 청명한 날씨구만...
저 바다 위를 덮고 있는 시커먼 것들은 뭘까? 설마 오염 덩어리가 아니길...
제왕산은 몇 번을 갔었지만, 여기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은 이번이 처음.
즐거운 마음을 뿜뿜대며 인증 한 컷 남기고
대간길 좇아 고루포기산으로 향했다.
능경봉에서 행운의 돌탑까지 한차례 내려서고부터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대관령에서 능경봉으로 가면서는
한참 눈 내렸던 전 날에 와서 캠핑으로 1박을 마친 캠퍼 두 팀과 마주했었는데
이곳에서는 마주하는 사람 자체를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파란하늘과 상고대가
뽀드득 대는 눈 밟는 소리가 꽤 긴 거리를 걸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했다.
거기에다 간간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상고대를 하얗게 이고 있는 저 산줄기.
하하 참~~ 때마침 피곤했었나? 한참을 쉬어가게 했다.
11시 48분. 샘터에 도착을 했다.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의 실제적인 분수령이 되는 곳이고
여기서 왕산골로 내려가 새로 난 둘레길을 걸어 대관령으로 원점회귀를 할 수 있는 곳이랜다.
샘터에서 컵라면으로 따듯한 점심을 한 다음 다시 고루포기산으로 출발을 했다.
어쩌면, 고루포기산의 랜드마크?인 전망대에 가기까진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서야만 했지만... 이 구간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완전 닥감기(닥치고 감상하기).
정말로 혼자 보기가 아까워, 아직도 추운 날씨로 손이 시리지만
장갑을 벗고, 배낭을 내려 폰을 꺼내고
사진을 촬영해서 가장 잘 나온 것은 울 마누하님께 전송.
그 보다 좀 덜한 것은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송. ㅋㅋ
그리고 하늘을 봤는데... What a wonderful sky!
다시 힘을 내어 오르는데.. 가만! 파란 하늘이 보인다고...? 가파른 구간이 끝난다는 뜻?
샘터에서 약 50분 정도를 올라 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무엇을 전망하는 곳인가 했는데...
멀리 선자령을 전망하는 곳이었다. 물론, 대관령면의 마을 역시 조망이 되고...
전망대에서 조망을 마치고, 고루포기산으로 가는 길.
완만한 구릉길에다 사람의 흔적 1도 없다.
능경봉에서 샘터까진 누군가 한 사람의 발자욱이라도 있었는데
샘터부터 지금까지의 길 위엔 그 발자욱 마저 없어서
개척자의 벅찬 감정으로 완만한 구릉길을 걷다가 막판 오름길을 올랐는데...
정상석이 짜잔 하듯이 보였다. ㅋㅋ 말 그대로 느닷없이 나타난 느낌이다.
오후 1시 42분. 대관령에서 무려 4시간 넘게 걸었건만
그다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멋진 풍경이 에너지로 변환된 모양이다.
암반대기를 지나 닭목령으로 가는 대간길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왔던 길을 뒤돌아 내려갔다. 왜냐하면, 한 200여 미터 아래에 있는
횡계마을(오목골)과 대간길(능경봉)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횡계마을로 내려가 오목교에서 산행을 마칠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이 길 위에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여러개 보이는 것을 보니 지난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했다.
아마도 횡계면 혹은 대관령면이 생활권이신 분들이 쉽게 찾는 산길인 듯 싶다.
그런데, 가는 길 도중에 종종 눈에 뜨이는 대관령두메길이란 글이 쓰인 띠지! 그 중
구름코스가 새로 생긴 모양. 그 길 따라 가면 대관령휴게소가 나온다니
가보지 않을 수 없지! 급 목표지를 바꾸어 둘레길 구름코스로 진입을 했다. 그런데...
산자락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몇 굽이를 돌았는데도 계속 나오는 산줄기.
고루포기산을 오를 때만 하더라도 가볍게 하는 럿셀이 즐겁기만 했었는데
길이 맞기는 한건지... 눈이 종아리까지 빠지는 길을 럿셀까지 하면서 가다보니
급격한 체력저하가 왔다. 조기 구릉너머로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것을 보니
저 쯤에 대관령 휴게소가 있을 듯 싶은데... 거기까지 앞으로 6km가 넘는 거리.
어휴~~ 아랫동네로 탈출하려고 동네로 가는 길이 없나 살펴봤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많이 쌓인 눈 때문에 무턱대고 없는 길 만들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둘레길을 따라가고는 있지만... 이제는 에너지가 바닥에 깔린 상태. 그렇지만
ㅋㅋ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평창쪽에 있는 대관령터널입구 부근,
전나무?숲 부근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만났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4시 27분. 무턱대고 마을로 진입했다. 글을 작성하는 지금 시간에 지도를 검색해 보니
솔바위로그하우스란 펜션이 있는 동네로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빙판길이 아니어서 자동차가 지나기에 불편함이 없는 큰 길까지 걸어내려오면서
온 길을 뒤돌아 봤다. 어휴~~ 여기서 보니 저기 보이는 산자락 중턱을 죄다 돌았으니
힘들 법도 하지. 그래도, 오늘 본 설경을 생각하니 금새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다.
4시 45분. 고속도와 국도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산행을 마쳤다. 다행히
능경봉 만을 산행 하신 산우님이 이곳으로 차를 가져와 편안한 귀가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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