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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대청봉 _ 밝은 날엔 오색에서 오르내리는 것도 멋진 걸. 본문
2023년 2월 9일(목). 설악산 대청봉에 다녀왔다.
대청봉 정상석과 교감을 나눈 것이 하도 오래 되어
남설악지원센터(오색)에서 대청봉으로 막바로 오른 다음 그 길로 뒤돌아 내려왔다.
오늘의 산행 리딩은 어쩌면 설악산의 역사이신
산악회 MTR의 산행대장님께서 하셨고, 그 곳 산우님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의 이미지는
새벽 3시? 혹은 밤 7시? 시커먼 어둠에 싸여있는 것인데, 밝은 날에 보는 것은 근 15년 만인가?
오로지 보이는 것이라곤 불빛에 비춰지는 앞쪽 길이 전부여서
주구장창 걷는 것에만 집중했던 새벽산행과 달리 주변이 보여서 걷는 맛이 올라왔다.
10시 10분 경.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영하권의 날씨였지만
햇빛 받은 산길 위에는 눈과 얼음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햇볕의 영향을 덜 받은 길 위엔 여전히 눈과 얼음이 있어서 걸음걸이를 신중히 해야만 했다.
고도를 점차 올리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견딜만한 오름길. 그래도 설악이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보는 제1쉼터에 무거운 숨을 뱉었다.
오~~ 여기 조망 맛집이네? 아마 저 산이 칠형제봉이 있는 곳 같고...
그렇다면 조기 오른쪽 계곡 위쪽이 한계령?
아직 갈길이 머니 여유로운 쉼을 마치고 다시 출발을 했다.
계곡을 지나고 다시 한 줌 오름을 올라 내려서려고 하는데
맙소사!!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내림길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젠을 장착해? 말까?
이럴 땐 장착이 우선! 물론, 살까? 말까?에선 말까 우선!
그렇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나는 너덜지대에서 아이젠을 탈착 했다.
이 길로 오르거나 내려서면서도 볼 수 없었던 원시자연을 걷고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에 이끌려 괜히 물병에 든 물을 쏟아 붓고 다시 채우면서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약 2.3km를 지난 지점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름길.
잠시 워밍업 하듯 설악폭포 가까이 거친 오름을 거치고 나면
본격적인 가파르고 어려운 오름길이 시작이다.
계단이 있어도 무릎높이 까지 발을 올려야 하고 어쩌다 뒤돌아 보면서
그 급격한 경사에 이런 곳을 올랐다니... 나 자신을 뿌듯해 하면서 오르길 여러 번.
마침내 그 오름의 끝에 한 매듭이 되는 곳이 있어서 이제는
이 오름질도 끝이겠거니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겸,
컵라면으로 행복하게 점심을 즐겼는데... 왠걸?
다시 오르려니 오를 곳이 까마득히 올려다 봐야할 급한 계단길.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데에는 장애물이 될 수가 없지. 마침내
고산 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주목과 고목이 나타나고
해발 1700m가 넘고 정상을 500m 정도 남겨둔 지점을 지나, 무박을 할 때마다
밝아오는 날과 더불어 벅차게 다가서는 점봉산을 바라보던 곳에서 역시
그곳을 바라봤지만... 오늘은 짙은 안개로 볼 수가 없다. 다만
잠시 따듯했던 날씨가 차가운 기온을 담은 바람으로 바뀌어
벗어뒀던 옷을 다시 꺼내어 입고
지금까지도 대단한 기억으로 남은 화채능선 산행을 시작했던 곳을 지나
마침내 대청봉 정상석과 마주했다. 현재 시간 2시 10분.
ㅋㅋㅋ 오르는데 무려 4시간 30분을 들였다니... 예전엔 이르면 3시간
늦더라도 4시간을 넘기지 않았었는데... 하지만, 속도 보다는 음미가 더 진한 맛이란 걸
깨달은 상황. 이곳에 올때마다 많은 사람들 때문에 가까이 하지 못했던 정상석에 듬뿍 정을 입혔다.
그 정에다 설악의 기운을 더해 내가 생각하는 분들께 오롯히 전해지길 기원 하면서...
대청에서 한계령까지는 약 8km. 적어도 4시간 거리이고 길 상태에 따라 30분 정도 추가 한다면
한계령에 도착할 예정시간은 7시. 에휴~ 중청도 보이지 않는 날씬데
온 길을 되짚어 오색으로 하산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오를 때엔 보이지 않던 빙판과 버므러진 돌길이 보여서 아예 아이젠을 장착하고
하산을 시작 했다.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으니 주변의 풍경이 보이고
가파른 곳에서도 함께 한 산우님들과 여유롭고 정감있는 교감을 할 수 있으니
믿음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은 봄인가 보다. 처음으로 아이젠을 장착케 한 빙판진 내림길이
대청봉에 다녀오는 동안 빙판과 눈이 많이 녹아있었고
오색하면 많은 산우님들이 떠올리는 돌길에는 눈가루 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응달진 곳에 있는 길 위에는 얇은 얼음딱지가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어느덧 다 내려온 느낌이 들더니 그 예감대로 곧
탐방지원센터가 보였고, 그곳을 지나 5시 20분 경에 산행을 마쳤다.
설악산엔 자주 왔었지만 대청봉과는 아주 오랫만의 해후!
비록, 오색에서 올라 오색으로 되내려왔지만, 그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였다.
설악산 산불예방기간을 피해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청봉을 오를 계획 중인데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오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그 경우를 대비해 교통편 하나를 확보하고 저장한다.
참고) 23년도 국립공원 산불예방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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