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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청계산, 무더위 산행 _ 대공원역에서 청계산입구역까지. 본문
2023년 7월 3일(월). 청계산에 디녀왔다.
분당에서 3330버스에 탑승하고 안양 범계역에서 전철로 환승, 대공원역에서 하차를 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무척 더운 날씨였다.
다음은 진행한 코스이다.
대공원역 - 과천매봉 - 석기봉 - 매봉 - 옥녀봉 - 원터골 - 청계산입구역.
대공원역, 전철에서 내리니 더위가 기습한다. 그래도 침착하게 산행 채비를 갖추고 2번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섰다. 아직 9시 55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햇볕이 송곳 같다.
날이 얼마나 뜨거운지 맑은 날씨가 분명한데, 보이는 풍경은 얇은 투명막이 한꺼풀 끼워져 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평소 궁금해 했던 과천에서 청계산 오르는 길을 걸을 예정이다. 대공원역에서 곧장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카페고고스가 있는 건물이 나오는데, 그 건물 오른쪽으로 들어섰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좀 더 걸으면 이정표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과천 매봉으로 가는 산길 들머리가 있기 때문. 물론 다른 곳으로 매봉을 갈 수는 있지만,
한바탕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고, 큰 나무숲으로 덮힌 작은 구릉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맛이
그 어느 곳의 산책길에서 얻는 맛보다 좋았다는 한 산우님의 느낌을 공감하고 싶어서이다. 그 말 그대로
걷기 편하고 시원한 공기와 맑은 기운이 도사리고 있어서 근처에 있는 유아들의 학습장으로도 쓰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는 내내 과천에서 합류하는 갈래길이 보이더니... 여기 오른쪽으로 묘역을 둔 계단부터 길이 가파르게 솟구친다.
더위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심장 박동이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정도... 한소금 쉬었다가 다시 잠깐 올라가
생애 처음으로 과전 매봉의 정상과 조우를 했다. 11시 15분. 역에서 부터 1시간 20분 거리이다.
전망이 트이는 곳이 있어 보니, 관악산이 보이고... 그 아래 과천 시가지. 그리고 산자락들이 보이는데 아마도 자락들 마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길을 품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걸은 길이와 난이도에 비해 기운이 소진된 느낌. 가져온 과일로 천천히 기운을 쟁이고
청계산 망경대를 향해 발을 디디는데... 내림길이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 다행히 길이 완만해 지더니
가끔씩 까탈을 부리기는 랬지만, 대부분은
방긋 밝은 미소를 짓는 능선길이었다. 아마도 이 능선을 의왕시에서는 의왕대간이라 이름한 것 같다.
매봉에서 50여 분 정도 큰 어려움 없이 걸어 도착한 절고개. 그런데 벌써 또 기운이 소진된 느낌이 들어 때마침 구비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과일 약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며 날씨를 검색하니 맙소사! 섭씨 32도.
아무리 더워도 산속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서면 더위를 느끼지 못했었구만... 완만한 길을 걸어도 힘이 들고
더욱이 경사라도 있는 길을 오를 때엔, 정말 심장 박동으로 가슴이 뻐근해 질 정도이니... 이러다
심정지가 오는 것 아냐? ㅋㅋ 그래서 아주 천천히 걷고 어쩌다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오면
적당한 곳에 앉아 가져온 먹을거리로 체력을 비축 했다. 이번엔 맥주 1캔을 순삭. 이미 더운 날씨를 예상하여 얼려 가져왔는데 더위에 지쳐있던 몸을 확 되살려준 느낌이다.
1시 25분. 이수봉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평소 같았다면 이수봉까지 빨빨 거리며 다녀왔겠지만, 오늘은 패쓰!
막판 오름길인 소나무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눈과 함께 있는 여기 소나무들의 풍경이 일품인데...
오늘은 길가에 핀 산수국에 눈길이 더 간다. 그렇지만
이 구역에서 최강을 뽐내는 가파른 오르막이니 만큼, 그 구간을 다 오르고 나니 또 나타나는
에너지 방전 현상. ㅋㅋ 얼려 가져온 비장의 마지막 한 수. 카라멜 마끼야토로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고
이번엔 좀 빠른 동작으로 석기봉에 올랐다. 당연히 이 더위에 밧줄 구간은 피함은 물론이고...
1시 56분. 석기봉 정상에서 보는 풍경. 예전에는 맑은 날 인전 앞바다가 보였다고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맑다 하더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그것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국사봉과 그 너머로 광교산까지 이어지는 산그리메를 보고
바로 이웃한 망경대를 향해 출발을 한다. 국가시설에 너무 근접해 있는 망경대. 예전과 달리
망경대는 오르지 않고 그 아랫쪽으로 지날 결심이다. 비교적 가파르게 석기봉에서 내려와
청계산 다른 곳 보다 습기가 많아 미끄러운 곳을 좀 더 세심하게 오르내리락 하다가
망경대 아랫부분 허리를 돌아 혈읍재에 도착을 한다.
매봉 가는 길.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데크길이 보인다. 그리고
어딘가에 데크로 설치될 나무판과 그 뒤에서 잠시 휴식 중인 외노자 한 분도 보이고... 이곳도 조만간 데크가 설치되려나?
이제 청계산 매봉이 가깝게 보이지만... 아니
어째서 또!! 에너지 방전 현상이 또 일어나는 겨? 에이~~ 오기가 있지. 이 번엔 쉬지 않고 매봉까지 가려 했지만
여기 이 삼거리에서 잠시 발길을 멈췄다! 청년 시절 청계산에 올라와 매 번 이곳에서 막걸리 한 잔씩 했는데... 함께 했었던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스치면서 어느 새 입가엔 미소가 맺힌다.
2시 35분. 젊은 날, 내게 산맛을 알려준 산.
대부분이 원터골이나 옛골을 들날머리로 정해서 기분 좋게 산행을 하고 행복하게 뒷풀이를 나누곤 했던 산이다.
마침, 2,000원 계좌이체로 꽝꽝 얼어있는 아이스바를 파는 무인 판매다가 있어서 그 아이스바를 녹여 먹을 때까지 이 매봉에 관한 나의 역사를 반추했다. 그리고 옥녀봉은
과천 쪽으로 이어진 길을 처음으로 걸을 결심을 하고, 좀 전의 갈래길로 뒤돌아 가서 그곳
봉우리로 올라가 바위 뒤쪽에 있는 오래된 철조망을 넘었다.
당분간 가파르게 떨어지던 길이 능선을 만나 완만해 진다.
그런데... 이 인공 구조물은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잠시 쉼을 가졌다가
다시 이어 내려오는데... 오우~~ 여기 엄청 가파른데? 그 가파름은
졸졸졸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서야 완만해 졌다.
이름처럼 청계산엔 이런 물 맑은 계곡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계곡을 건너 갈래길. 오른쪽 계곡 역방향으로
올라간다. 풍부한 물이 있고 시원한 나무그늘이 풍성한 만큼 갈래길이 많이 보이지만
가급적 옥녀봉이 있는 왼쪽 길을 쫓아 오르다 보니, 곧 청계산 주 능선길과 만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거의 평탄한 아는 길.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빨라지는 발걸음. 그러니 당연하게도
옥녀봉에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었고, 내친 김에 뒤돌아
원터골을 향해 내달리듯이 걷고 있는데... 이런 이런
이번엔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방전 현상. 시원한 그늘에 묻혀서 남은 음식 다 뱃속에 채우고
좀 전엔 거들떠 보지 않았던 갈림길에서 원터골입구로 가는 길로 바꾸어 걷는다.
이 쪽으론 자주 다니지 않았지만... 암튼, 이렇게 잘 정비된 길을 걷진 않았으니, 참 오랫만에 걷는 가 보다.
아 참!! 이 능선길이 진달래 능선인데... 그렇다면, 이 나무들이 진달래? 꽃이 아니면 나무를 알 수가 없다니... 잘 알고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론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항상 유의해야 할 것 같다.
하늘이 열리고 멀리 구룡산과 대모산이 보인다. 그리고
솔 향이 진하게 배어있는 전나무?숲을 지나
원터골에 닿았다. 4시 42분. 계곡물로 다가가서 발을 담구고 땀을 씻으니 ㅋㅋ 다시 산에 오를 것만 같다.
이제는 제대로 상권이 형성이 된 원터골굴다리를 통과해서
4시 53분 청계산입구역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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