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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사랑산과 갈모봉 _ 엉겁결에 오지산행. 본문
2023년 7월 22일(토).
충북 괴산에 있는 사랑산과 갈모봉을 산악회 ㅇㅌ의 도움을 받아 다녀왔다.
연일 이어지던 비가 모처럼 하루 반짝 하는 날. 수해를 당한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하던 일은 해야함이 옳은 듯 하여 오늘 처음으로 사랑산을 오르기로 하고
다음의 길을 걸어 산행을 마쳤다.
사기막 하촌마을 - 용추폭포 - 사랑산 - 가령산 - 갈모봉 - 선유동주차장.
버스가 사기막리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9시 20분 경? 차에서 내려 채비를 갖추고
마을 천변에 있는 큰 도로를 걷다가 개천을 건너서
역시 천변과 나란히 가는 산자락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이 정도면 임도라 해도 될 정도의 자락길을 10분 정도 걸으니 사랑산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보이는데 가던 방향 그대로 걸어간다. 왜냐면
50여 미터 더 걸으면, 이 부근에서 제일 큰 용추폭포를 볼 수 있기 때문. 시원히 떨어지는 폭포수에 근심은 놓아두고
좀 전에 지났던 들머리로 뒤돌아와
아주 가파른 길을 갑작스런 기분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흐흐 그러니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은 가슴 밖으로 나올 지경.
잠시 뒤에 나온 연리목이 없었다면... 아마도 심장에 과부하가 생겼을 듯.
그래도 한소금 가진 휴식 때문인지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에도 처음 보다는 덜 힘들게 오를 수 있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엔 반드시 멀리까지 바라봤고, 심장이 격렬히 뛰지 않게끔 살살 걸어준 결과이다. 그래도
끝날 줄 모르는 이 오름길. 이 무더운 날, 바람 마저 없었다면 쉬는 횟수가 빈번했겠지만 다행히
시원한 바람이 있어 쉼 한번으로 삼거리봉에 오를 수 있었다.
용추폭포에서 근 한시간을 가파르게 올라와서 만난 삼거리봉. 이후로는 아주 완만한 능선길이라서 한 8분 정도? 더 걸어
사랑산 정상석과 마주 했다.
늘 앞서가던 한 산우님의 도움으로 인증 한 컷 남기고, 가던 방향으로
가파르거나 완만한 내림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트인
조망터에서, 저쪽 어딘가에 있을 칠보산을 찾는 척 하면서 잠시 쉼을 주고 다시 길을 걸어
삼거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마을로 내려갈까? 잠시 흔들린 마음을 다잡고 굴바위로 직진.
그런데... 여기 등산로가 맞는 겨? 길이 희미하거나 숨거나 해서 길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먼저 지나가신 한 산우님이 결정적인 곳마다 깔지를 남겨두었고
나 보다는 한 발 앞서서 가시는 산우님은 이미 진행하셨던 어느 분의 트랙을 담아 오셔서 보다 쉽게 굴바위를 찾아가
좀 전에 내려온 사랑산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었다.
굴바위는 가던 길에서 약 100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 다시 가던 길로 뒤돌아와
산길을 이어가기는 하는데... 사람의 흔적이 너무 옅은 길이라서 잘 가고는 있는 것인지 불안함 커질 때 쯤 나온
송면재. 그나마 제대로 가고 있다는 위안이 들었다.
옥남봉을 향해 다시 시작되는 오름길. 지금까지 걸은 길이와 높이가 있어서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
결국 앞 선 분들을 붙잡지 못하고 도중에 자리를 잡고 철푸덕 주저앉아 얼려온 커피를 시원하게 드링킹. 시간을 보니 12시가 넘었다. 내친 김에 아예 빵 하나로 점심까지 마무리 한 후,
위는 감히 바라보지 못하고 열심히 땅만 보면서 옥남봉 정상으로 향했다.
옥남봉 정상에선 앞 섰던 분들이 점심 중, 얼음 막걸리 한 잔 얻어 마시고 먼저 출발을 했다.
희미한 산길이고 걸음도 느리니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가령산과는 생각 밖으로 일찍 만날 수 있었다. 정상이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는 산.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고, 멧돼지 놀이터 근처엔 아예 사람의 흔적은 없는 오지의 산.
제대로 가는 것인지 확신을 못하고 있을 때, 때마침 뒤에 계시던 분들이 와주어 안심을 하고 그 분들의
꽁무니를 따라 붙으며 매봉재로 내려섰다가 다시
매봉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앞 선 분들 중 일부가 매봉에 앉아 쉼을 갖고 계시건만... 갸우뚱. 나는 이제서야 걸을 만 한 걸?
또다시 혼자가 됐지만... 숨겨진 길 찾아 밟아가면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주저함 없이 올라 갔다.
오호!! 그 확신에 대한 보답일까? 드디어 남군자산에서 갈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과 만났다.
여기부터는 약간 눈에 익은 길. 예전 남군자산에서 갈모봉으로 걸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갈모봉까지 오르내림의 폭이 아주 적은 능선길. 덕분에 콧노래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갈모봉 정상에 도착해 있음을 알 수 있는 길이다. 정상에선 조망이 두 군데가 트여 있는데...
온 길 쪽으로 남군자산과 그와 이어진 능선을 볼 수 있고
정상석 쪽으론 사랑산과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을 볼 수 있다.
1시 55분. 오랫만에 갈모봉 인증을 하고
선유동 계곡을 향해 하산을 시작 했다.
내림길의 랜드마크 격인 너럭바위. 앞 삼면으로 시야가 열려있어서
멀리 주흘산도 가깝게 보였지만, 지금은 갑작스레 내리는 부슬비의 영향으로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만 아랫쪽으로 선유동 계곡의 상류쪽의 모습이 시원히 보여서
그를 가늠하고 바지런히 걷다보면
생각 밖으로 빨리 선유동 계곡과 나란히 하는 차도에 닿을 수 있다. 2시 27분. 엇 그런데... 여기가 출입금지였었네?
비록 시원한 바람이 계속 있었지만 워낙 더운 날이어서 몸은 이미 땀 투성이
선유구곡의 명물들을 일일히 찾아보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알탕장소 찾기 바쁘다. ㅋㅋ 알탕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다보니 이미 선유동 주차장에 와 있다.
2시 50분. 물길 하류 적당한 곳으로 가서 몸에 있는 땀을 씻겨 내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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