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남한산과 금암산 _ 나이 듦에 대하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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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과 금암산 _ 나이 듦에 대하여.

mangsan_TM 2023. 6. 16. 07:57

 

 

 

2023년 6월 14일(수). 남한산과 금암산에 다녀왔다.

남한산 금암산 등산지도

 

 

 

두 차례 소나기를 만난 날씨였지만 30년 넘게 같은 직장에 근무하면서, 동료에서 절친이 된 두 친구와 함께 했기 때문에 오히려 맑은 날이었다.

 

 

 

산행은 마천 남한산성 입구 근처에 있는 '맛있는 커피'숖에서 10시 20분 경에 시작하여

청운사 - 남한산(수어장대) - 연주봉옹성 - 금암산 - 광암정수장앞으로 내려와 2시 40분 경에 마쳤다.

 

 

 

소나기가 예보된 날씨치고는 너무 화창한 날씨. 마천동의 남한산성입구에서 얼마 전에 다녀간 

 

 

 

산성6암문을 통해 수어장대로 이어지는 그 길을 따라 작은 산등성이를 넘고 계곡을 건너

 

 

 

또다시 곧바로 올라치기엔 약간은 부담스러운 오름을 지그재그로 올라가 남한산 지능선에 올라선다.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큰 나무숲이 우거진 곳이라 걷는 즐거움이 있는 곳.

 

 

 

살랑 바람도 때 맞춰 불어와 너무 좋다고 감탄하는 친구를 보니 나 역시 즐거움이 차 오른다. 하지만 유일천약수터 갈림길부터 시작되는

유일천약수터갈림길

 

 

 

된비알 오름길을 오르기 시작부터는 적막한 분위기.

 

 

 

그렇지만 우리들이 누구? 그 쓰디쓴 세파를 넘어 지금 이 자리에 선 사람들. 오름에 집중하거나

 

 

 

나무들이 무성한 잎을 내어 바람과 어우러질 땐 함께 어우러지면서 어느새 큰 고비를 넘기는 사람들이지. 물론  

 

 

큰 고비를 넘겼단 인지가 있으면 당연히 과하지 않게 그것을 즐길줄  알기도 하고. 왜 요란히 즐기지 않냐고?

 

 

 

왜냐하면 고비라는 것은 크든 작든 삶의 일부여서 언제든 다시 올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도 하고

 

 

 

때론, 삶의 전환점이 되는 지점을 감각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는 세월의 지혜를 두르고 있기 때문. 그래서

남한산성 6암문

 

 

 

그러한 삶의 전환점과 마주하게 되면, 이제는 몸을 숙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 오히려 즐거히 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

 

 

 

젊은 날엔 힘겹고도 어렵게 도달해야 했던 그 목표를 이젠 아주 기꺼운 마음으로 도달할 수 있지.

남한산성 수어장대

 

 

 

누구는 세월의 빠름을 야속하다 하지만, 이제는 꽃길을 꽃길 그대로 즐길 수 있고

 

 

 

누군가가 이룬 업적은 순수하게 찬양을 하고 과오가 있다면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겨

연주봉 옹성

 

 

 

격하게 찬양하거나 비난을 했던 그 젊은 날로 뒤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 이유야. 그러니 지금까지 좋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느닷없는 천둥소리를 시작으로

연주봉 옹성에서 본 금암산 줄기 : 하산 경로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해도 당황하지 않고 

 

 

 

깔고 앉았던 깔판이지만 이제는 빗방울을 막아주는 방패로 사용하는 마음의 여유는

 

 

 

단언컨데, 예전엔 없었던 것이 분명해. 다만. 아직도

 

 

 

이성에 눈길이 가는 것은 본능일텐데... 음~~  그것이 추함으로 변질될까 항상 경계할 일이다.

 

 

 

경계할 또 다른 게 있다면, 아마도 경직된 사고가 아닐까? 내 안의 세계가 이미 굳어져

 

 

 

남들이 갖는 쉼을 내 기준에 빗대어 낮춰 보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가볍게 여긴다거나 또는 가식적인 웃음으로 그 일을 덮는다거나...

 

 

 

빗방울을 막아준다면 그것이 깔판이라도 주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주변의 시선을 벗어나 형식에 자유로운 사고를 패치했지만... 정말로 두려워할 것은

 

 

 

아마도... 그 내 안의 경험들이 쌓여 고착화 되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금암산 정상석

 

 

 

뭔가 경험했을 때의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하는 지금의 나는 분명히 감각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차이가 있으니까.

 

 

 

예전엔 부정이었던 것이 지금은 긍정으로 바뀌는 것이 종종 있으니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더욱이

 

 

 

어디로 갈지 몹시 망설이고 고민했었던 갈림길 앞의 경험이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의 이정표 하나로 가치가 상당히 흐려지는 만큼, 

 

 

 

내가 가진 경험을 토대로 그것이 옳다는 똥고집 만큼은 버려야 할 일이다. 

 

 

산행을 할 때마다 얻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즐거움과 행복감이다. 오늘의 산행에는 느낀점으로 고마움, 버린점은 똥고집을 추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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