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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광주 무등산 _ 바위도 꽃을 피울 수 있구나! 본문
2023년 12월 18일(화).
광주시의 주봉인 무등산에 다녀왔다.
원효사주차장에서 옛길2구간 - 목교 - 서석대 - 입석대 - 얼음벽 -늦재전망대 - 원효사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연일 강추위가 계속되어서 단단히 추위를 대비하고 광주로 갔지만, 영하 2도까지 날씨가 올라가서 추위로 산행을 방해받지 않았다. 산악회 MTR의 뒤를 쫓았다.
서울에서 머나먼 광주. 장장 4시간 30분 정도를 운전하여 원효사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대충 시간을 유추해 보니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약 11시 30분 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차장에서 갈림길까지 올라가 오른쪽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왼쪽의 꼬막재로 가는 길로는 내려오기로 하고 오른쪽에 있는
옛길2구간 들머리에서부터 산행할 결심이다. 갈림길에서 한 30여 미터 걸었을까? 옛길 들머리가 나오고 그곳으로 발을 디디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남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무등산 산행을 하기로 한 것인데... 그것이 해안가에만 적용된다고 해서... 혹시 무등산에 눈이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왔는데
서울 근교에선 볼 수 없는 소담스러운 눈이 산죽을 덮고 관목 가지 위엔 쌓이고 큰 나무줄기에는 바람 타고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함께 하는 산우님들의 입꼬리들이 모두 눈을 향하고 있다.
그래선가? 영하 3도는 됨직한 현재의 기온으로, 장갑을 벗으면 손이 금방 얼얼해지는 날씨이건만 오히려
보이는 풍경은 따사롭기만 하다. 그래서 계곡물 위에서 놀고 있는 털북숭이들을 잠시 만졌을 뿐인데... ㅋㅋ 손가락이 찌르르 거리며 굳어갔다.
산 아래에서 묻힌 오물들이 어느샌가 다 떨어져나가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길이며 주위가 모두 순백의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점점 가파르게 오르는 길. 추운 날에는 땀을 적게 내는 산행을 해야 해서 그렇게 오르고 있지만 어느새 등으로 땀이 흐르고 있다.
때마침 조망이 확 트이는 곳이 나와서 땀도 식힐 겸 잠시 서서 조망을 하는데... 와~~ 감탄이 절로 이는 풍경이다. 그런데? 등에 흐르던 땀을 통해 한기가 스며오기 시작해서 많이 쉬지도 못하고
몸에 열기를 더하려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겨울철 등산은 땀이 흐를 듯 말 듯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더 오르니 나무터널 밖에서 밝은 빛이 들어오는데 이 모습이 또 다른 우주의 문인 듯하여 힘차게 통과해 보니
무등산 8부 능선 정도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나왔다. 이곳에도 지명이 있는데 그 이름이
목교라 하는 것 같았다.
우선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서는 듯하니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고
다시 서석대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설마 이 나무다리 때문에 목교란 지명이 붙은 것은 아니겠지?
그 오름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하지만, 오르는 것엔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왜?
오르는 도중에 볼 것이 많아 그들을 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쉼도 축적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석대 오르기 전의 전망대에서 중봉과 광주시내를 보다가 흥이 올라
한 차례 부산을 떨며 인증을 하기도 하고
오늘은 올라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이렇게 천지인 세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오를 것이란 희망도 채우고
이제는 눈 앞 가까이에 서석대가 보이니, 그동안 오르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잊히고 에너지도 재충전이 될 수밖에...
다시 서석대로 향하는 길 역시 여전히 가파르지만, 이곳에서도 힘듦은 찾기 힘들다. 여전히 볼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우~~ 세상에... 인간이 아무리 공들인다 해도 이런 예술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자연이 준 이런 작품들 앞에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감탄의 소리를 내는 일일 뿐. 물론,
가슴에 담아두기엔 너무 아까운 모습이라 사진으로 박제하기도 한다.
나 역시 오늘의 모습은 가슴에만 담아두기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남들 따라 슬그머니 이 순간을 박제했다.
드디어 오늘 꼭 봐야지 했던 서석대 전망대에 올라섰다. 우선 광주 시가지를 둘러보고... 서석대로 눈을 두는 순간!
숨멎!!! 입이 턱 하니 절로 벌어진다. 오~ 마이~ 가뜨!!! 바위가 꽃을 피우다니. 오늘로 무등산을
네 번째 오르는 것이지만, 겨울철에 그것도 원효사에서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울 무등산! 이렇게 멋지다니... 백마능선의 봄 철쭉과 가을 억새가 멋진 줄은 알고 있었지만 겨울 무등산은 거기에
환상을 더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궁금해지는 것이 여름철 무등산의 모습이니 아마 어느 여름철에 이 자리에 다시 서 있지 않을까? 어느새 천왕봉의 모습이 확연히 보이더니
능선 삼거리. 그곳에서 몇 걸음 옆에 있는 서석대 정상부로 가서
서석대 표지석과 격하게 감정을 나눈 후, 천왕봉을 뒤에 세우고 기념사진 한 컷! 하지만
오르랴 구경하랴 잊고 있었던 추위가 어느 순간 훅 들이닥쳐서 재빨리 천왕봉에 작별인사를 하고
장불재로 향하는 길. 그렇지만 이렇게 멋진 전망바위는 지나칠 수 없으니
나름 시그니쳐 포즈 하나 남기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귀찮음이 사고를 부른다는 것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이번에도 귀찮음에 굴복하여
아이젠 장착을 미루고 빙판 내리막을 내려가다 보니 그렇게 조심했건만 등에 땀이 흥건히 고인다.
아주 오래 전에는 입석대 하단에서 바위를 넘어 입석대 상부로 왔다고 하던데... 그 위험성이 높아 그 길은 막히고
이제는 윗쪽 서석대에서 장불재로 가는 도중 슬쩍 내려와 상부를 구경을 하고
내려온 길을 되올라가 원래의 길을 따르는 수밖엔 없다고 리더께서 말씀하신다.
늘 서석대 만큼이나 감흥을 줬던 입석대. 그렇지만 오늘은 서석대의 꽃을 보고 온 후라서 예전만큼의 감흥이 따르지 않는다. 에효~~ 이 얄팍한 갬성이라니... 하지만, 보통의 인간이라면 대부분이 갖는 갬성이니 꼬집을 필요는 없다.
장불재가 눈 앞으로 다가선다. 지금까지 억새꽃이 필 무렵에만 보아왔던 장불재라서 약간은 낯이 선 모습의 장불재.
추운 날씨로 점심을 가질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은 미루고 미뤘던 점심을 장불재 대피소 안에서 가졌다. 그렇지만 오후 2시 40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점심을 마치고 나니 오후 3시 3분이 막 지나가고 있다. 음~~ 규봉암을 들려 꼬막재로 가기에는 가뜩이나 짧은 겨울철 해가 기다려줄 것 같지는 않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칠 목적으로 걷기 편한 임도를 택해 하산하기로 결정. 아주 탄탄대로?를 걷는데...
이게 또 쉽지가 않다. 얇은 얼음을 이고 있는 도로 표면이 곳곳에 있는데 그 마저도 눈으로 덮여 있어서... 제길~ 세게 넘어졌다. 창피해서 아무렇지 않은 채 하기는 했지만 꼬리뼈가 얼얼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개가 산길을 좋아하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임도길을 걷지 않는데...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 넘어져서 왼쪽 손목도 뻐근한데... 길게 이어지는 임도길. 당연히 구시렁거리며 내려오는데...
오호!! 이 광경은 또 무엇이지? 중봉이 품고 있는 물줄기를 이곳에 모두 쏟아내고 있는 건가?
마치 폭포수와 같은 커다란 빙벽이 산자락 단면을 채우고 있다. 온 길을 뒤돌아 봐도
앞을 바라봐도 예사롭지 않은 얼음벽. 그 얼음 줄기 하나하나는 또 얼마나 강인하고 날카롭게 보이는지... 그렇지만
얼음벽이 주는 감동이 작지 않음에도, 그 감동이 가실 때까지도 임도길은 끝나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니... 이 임도길의 단점 중 하나로 이 긴 거리를 놓고 싶다. 그래도
지루하다 싶을 때, 늦재전망대가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다시 나서는 길.
길가 큰 나무들의 사열을 보니 어깨뽕과 가슴뽕이 절로올라와
순식간에 옛길 2구간 들머리를 지나치고
원효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쳤다. 기대한 만큼의 눈산행, 게다가 서석대의 눈꽃은 무등산 하면 절로 떠오르는 연관 영상으로 오랫동안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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