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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능걸산 _ 인적이 없어 생각이 많았던 길. 본문

등산

양산 능걸산 _ 인적이 없어 생각이 많았던 길.

mangsan_TM 2023. 12. 5. 00:37

 

 

 

2023년 12월 3일(일).

양산에 있는 천마산과 능걸산에 다녀왔다.

능걸산등산지도

 

 

 

양산시 소토리에 있는 감결마을에서 산행준비를 한 후, 

성불사 - 천마산 - 능걸산 - 좌삼경로당으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영하의 날씨였는지 몹시 추웠지만, 산행을 시작할 때쯤에는 큰 추위를 느끼지 못했으나, 산행 내내 구스조끼를 벗을 수는 없었다. 산악회 ㅇㅌ의 도움을 받았다.

 

 

 

버스가 생각 밖으로 운행이 늦어져 11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감결마을에 30분 더 늦어서 도착을 했다.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마을 뒤편에 있는 성불사를 향한다.

감결마을을 통해 성불사로 향하는 길.

 

 

 

마을 뒤편을 지나 산자락에 들어설 즈음에 한 기와집이 보이는데, 입구에 성불사라 적혀있는 표석이 보인다. 엇? 여기가 성불사였네?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내가 믿음에 대해 무지한 결과겠지?

 

 

 

 마을을 벗어나 산자락에 들어선다. 점심 무렵이어선지 아니면 따사로운 햇살 덕인지 등에 땀이 난다. 겉옷을 벗어 가방에 넣고 본격적인 산행모드에 돌입하여 완만한 오름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 입구부터 한 30여 분 걸었을까? 고개가 나왔는데, 올라서보니 각종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 같은 휴일에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혹시 예산 낭비는 아닐는지.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 가파른 산길. 오른쪽으로 나무가지 사이로 봉우리 하나가 보이는데, 혹 천마산은 아닐까?

 

 

 

ㅋㅋ 그것이 천마산이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산을 오를 때, 그 힘듦을 살짝 숨겨주는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이 길은 날 것 그대로 같다. 

 

 

 

아마도 사람들의 발길이 보다 적어서이겠지만, 어쩌다 불쑥 찾아드는 바위들 각각이 무척 정감이 가는 모습이어서 여기도 조만간 잘 정비된 길로 변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어지는 오름길을 걷다가 왼쪽으로 눈길을 주는데 멀리 잘생긴 봉우리가 눈에 들어선다. 음~~  그대가 능걸산인가? 멋진 모습을 보니 빨리 다가가고 싶네 그려. ㅋㅋ 실없는 소리가 곧 휴식이지.

 

 

 

요 바위덩이들 위로는 파란 하늘이 보이니 오름길이 끝나 가는 모양이다. 기대를 안고 올라서니

 

 

 

오우~~ 여기가 지도에 표시된 전망대였구나. 산행을 시작한 마을어귀가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너편 산자락이 훤히 보이는데... 그곳이 화엄늪을 간직한 천성산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길을 나서는데, 예상했던 대로 급한 오름길은 보이지 않아 잠시 빠른 걸음을 걸어 갈래길에 도착을 했다.

 

 

 

 어라? 능걸산 방향이 오른쪽이라구? 그럼 조금 전에 본 잘생긴 봉우린 뭐지? 등산 앺을 열어 대강 위치를 추적해 보니 그 봉우리는 어곡리 건너편에 있는 선암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후 한참을 걷는데, 마치 진안고원의 평탄면을 걷는 기분이다.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곳이 없으니 콧노래도 절로 흥얼거리며 걷다가 도착한  

 

 

 

능선삼거리. 분명한 것은 왼쪽 오른쪽 모두 길이 있지만, 그곳에 세워진 이정표엔 방향지시판이 모두 떨어져 있고...

 

 

 

그래도 산행을 오래한 사람의 감은 있어서, 그 감을 믿고 오른쪽에 있는 오르는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왜냐하면 등산지도를 참고해 보면

 

 

 

이 정도 쯤에 천마산으로 들어서는 길이 있었기 때문. 한참을 가다가 잘못 가고 있지는 않을까 회의가 들 정도에

 

 

 

삼각점 표시판이 나와서 여기가 천마산이려니 하고 되돌아설까 망설이는데, 나보다 한참 앞서 가셨던 산우님이 마주 보며 오시다가 조금 더 가면 천마산 표지석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고 가신다. 옳거니!

 

 

 

제대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등등 갖은 내게 좋은 생각을 두르고 조금 더 걸으니 언뜻 거북이 머리 같기도 한 바위봉우리가 나오고 그 뒤로

 

 

 

천마산의 우람한 표지석이 나를 반겨준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곳에 계시던 산우님과 품앗이 인증을 하고

천마산 527m

 

 

 

좀 전의 능선삼거리를 향한다. 다시 만난 삼각점 표시판. 올 때는 경황이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뒤에 능걸산을 둔 모습이 몹시 당당하다. 

 

 

 

아까 12시 40분경에 도착한 삼거리. 천마산을 다녀온 지금은 오후 1시이니 이곳에서 천마산은 20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아침을 6시경에 먹었으니 지금은 배가 몹시 고픈 것이 정상.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하려고

 

 

 

양지 바르고 바람이 잔잔한 따스한 곳을 찾으면서 가고 있지만, 적당한 곳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저 앞의 커다란 철탑이 보여 궁금증은 쌓이고...

 

 

 

1시 20분. 어느새 그 철탑까지 왔건만 점심 먹을 장소를 아직도 찾고 있으니 배에선 난리통이다.

아마도 통신안테나?

 

 

 

안 되겠다 싶어 조금 더 걷다가 길 옆의 쓰러진 통나무에 걸터앉고 배낭을 내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는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잠시 후, 배고픔 때문에 덜 익은 라면이지만 허겁지겁 먹고는 집 근처의 유명한 과자맛집인 무루과자점에서 사 가져온 초코휘낭시에로 입가심을 했다. 에너지가 급속 충전이 되는 느낌이 온다.

 

 

 

에너지가 충전이 됐기 때문일까? 다시 질머진 배낭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졌다. 오우~~  좋아 이 기분으로 다시 고고고!!

 

 

 

능걸산 정상까지 1km를 알리는 안부에 세워진 이정표. 어쩌면 이제부터가 능걸산의 영역일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렇지만 길 옆에 있는 바위들이 다들 날 서 있지 않고 있어서, 혹은 지극히 원시의 소나무가 잘 가꿔진 정원수와 같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바위와 마주하고 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차바위의 시작인가? 위험하다 해도 이곳의 랜드마크인 만큼

 

 

 

우회길이 아닌 능선길로 들어서야 하겠지? 까다로운 내리막길에 거친 오름인 능선길. 길 흔적도 없어서 가끔씩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간신히 발견한 띠지를 방향 삼아 올라가다가 

 

 

 

잠시 숨을 고르려고 뒤를 보는데... 요요!! 이렇게 멋진 풍경이 펼쳐지다니! 산등성이의 풍력발전기의 모습도 멋지게 다가온다.  

 

 

 

다시 오르는데 집채보다 큰 바위가 턱 하니 가로막아 오르는 곳이 없나 살펴보니 다행히 암벽 오른쪽으로 띠지가 보인다. 얼른 가보니 위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큰 바위 덩이들이 서로 어긋나 앉혀 있는 곳을 적당히 잡고 올라서면서 오르는 길. 손으로 잡고 발 디딜 곳이 확실해서 큰 어려움 없이 올라섰는데... 

 

 

 

와우~~  옅은 경호성이 나왔다.  어느 시골집의 마당과 같이 널찍한 바위가 나왔고. 그 위에 올라서니 사방이 막힘없이 열려있다.

전망바위 혹은 마당바위

 

 

 

온 길을 눈으로 쭈욱 이어 보기도 하고 그 너머에 있는

 

 

 

천성산의 모습을 살펴본다. 저기 산 정상부의 갈색 부분이 화엄늪일까? 예전 홍룡사에서 한 번 오른 기억뿐이라서 확신은 없지만, 그것이란 강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선암산과 풍력발전기. 아래는 무슨 캠핑장? 자세히 보니 어느 추모공원으로 보인다. 암튼 시간만 준다면

 

 

 

언제까지라도 주변을 보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아직도 오를 곳이 있으니 가깝게 보이는 정상을 향해 출발을 한다.

 

 

 

어쭈? 보이는 것과는 달리 가까이 가보니 넘어야 할 바위들이 장난이 아니네? 그나저나 이 바위가 키스바윈가?

 

 

 

커단 바위들이 서로 맞물려 있고 밑으론 큰 구멍 사이로 낭떠러지가 보여 온 신경을 세우고 하나를 넘고 또 하나를 넘으니 나름 재미는 있었는데

 

 

 

앞에 보이는 저 바위를 넘으려 할 땐 약간의 두려움이 일었다. 다행히 주위를 살피니 오른쪽 아래로 길이 보여 조심스럽게 그 길로 내려가서

 

 

 

다시 위를 향해 올라간다. 뭔가의 생명체인 듯한 바위 밑을 지나고 바위들이 만든 틈도 기어 넘었는데... 엇? 오를 길이 아직도 남았네? 하지만 꾸준한 발걸음에

 

 

 

능걸산 정상에 올라선다. 2시 35분. 성불사에서 보통 걸음으로 두 시간이면 여기 정상에 충분히 도착할 것 같다.

 

 

 

우선 웅장한 표지석을 사진에 담고, 카메라를 셀프타이머 연속 3장 모드에 놓고 예전처럼 멋진 포즈를 취했는데... 나온 결과가 이렇다니...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 ㅋㅋㅋ

 

 

 

지도를 보면 북쪽으로 영남알프스가 있던데... 저 멀리 있는 산 능선이 아마도 그것인 듯하다. 그리고 왼쪽의 큰 산봉우리가 내석마을로 갈 때, 거쳐야 할 뒤삐알산 같은데... 현재 시간이 2시 40분. 시간에 쫓기느니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좌삼리로 가는 길을 택하고 그 길에 들어섰다. 한 50여 미터 걸었을까?

 

 

 

적당한 크기의 바위들을 이고 있는 암봉이 보여 올라서니 나름 조망이 있어서 잠시 내려온 정상부도 보고

 

 

 

성불사에서 지금까지 걸었던 능선도 확인해 본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문제는 오른 바위봉을 내려와 그와 마주한 또다른 암봉. 오른쪽 우회로가 있나 싶어 내려갔지만 길이 끊겼고 다시 살펴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산길은 멀리 봐서 찾으라' 해서 그 암봉에 올라갔더니... ㅋㅋㅋ 길이 그곳에 있었다.

 

 

 

사람들의 흔적이 뜸해 낙엽들만이 쌓여있는 길. 한참을 내려가도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헬기장을 볼 수 없다.

 

 

 

덜컥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에 금이 간다. 그렇다고 뒤돌아 가기엔 너무 멀리 내려와 있고... 뭐 어디로 내려가든 내려가서 궁리할 뜻을 세우고 낙엽을 헤치며 힘차게 걸어갔다. 에휴~~ 이 낙엽길은 왜 이리 긴 건지. 

 

 

 

그래서 그 지루했던 낙엽길이 끝나고 만나게된 새로운 길들이 반가워 내게 새로운 생동감을 줬다. 그렇지만

 

 

 

아직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길. 한가지 특징이라면 길 옆으로 작거나 조금 큰 산봉우리가 옆을 지나쳐도 즐기차게 내리막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어려움 없이 하산할 수 있어서 여유있게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코끼리 코를 닮은 바위도 보고... 그러고 보니 이 산에 있는 바위들은 죄다 날 서지 않고 부드럽다. 마치 물살에 깎인 듯이. 양산 단층으로 유명한 곳이니 어쩌면 태고적에 바닷속에서 융기한 것일지도... 

 

 

 

이제 농가가 보이고 임도가 보인다. 오후 4시가 막 되어가는 시간이니 정상에서 1시간 20분 정도 내려온 것 같다.

 

 

 

임도를 따라 마을에 접어들고 다시 마을 아래로 내려와 큰 길에 닿았지만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폰을 꺼내 지도를 열고 현 위치를 확인하니, 얏호!! 여기가 상북면 좌삼리였다. 우려와는 달리 제대로 내려온 것 같다. 

 

 

현재 시간 4시 17분. 버스 탑승시간(5시 10분)에 비해 넘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지만 다른 길로 내려와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것 보다야 훨씬 행복한 일이다. 행복한 일은 또 있는데 좌삼경로당에서 기꺼이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허락해 주신 것이다. 그래서 산행 중에 쌓인 몸의 속과 밖에 있는 오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비우고 씻어냈다. 이제는 이런 사소함에도 행복할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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