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키나발루산 산행기 2. _ 진심을 담아 가족과 지인의 축원을 올린 날. 본문

등산

키나발루산 산행기 2. _ 진심을 담아 가족과 지인의 축원을 올린 날.

mangsan_TM 2023. 11. 12. 13:00

 

 

 

2023년 11월 7일(화).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있는 키나발루산의 정상인 로우봉에 다녀왔다.

키나발루산 산행 개념도

 

 

 

파나라반 산장에서 1박을 하고  파나라반 - 로우봉 - 파나라반 산장 - 팀포혼게이트 순으로 산행을 했다.

 

 

 

 밤 1시 20분. 기상해서 비니를 뒤집어 쓰고 그 위에 헤드랜턴을 장착한 다음 산장 식당으로 갔다. 1시 30분 부터 제공하는 식사를 꼭꼭 씹어서 뱃속으로 넘겼다. 고산에서 약 800미터 정도의 고도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현지 시간으로 2시 30분에 열리는 것 같았다. 2시 30부터 사람들이 산길로 접어드는 것을 보니... ㅋ 무박으로 설악산을 갈때가 생각났다. 거기서도 3시에 열린 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곤 했는데...

 

 

 

대부분 야간 산행의 장점은 주위를 볼 수 없어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집중을 해서 낮에 그곳을 걷는 것 보다 힘이 덜 든다는 것인데... 여기 이 길, 대단하다. 처음부터 가파른 정도가 상급이다. 그래도

 

 

 

야간 산행의 잇점에다 고산 산행의 정석인 천천히 그리고 바르게 걷다보니 어느새 전망대다.

 

 

 

숨좀 돌리고 아직도 열심히 오르고 계시는 세계 각국에서 오신 산우님들의 실루엣을 살펴보고는

 

 

 

어둠에 잠겨 휴식중인 길 위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 해발 3653m를 넘어서고

 

 

 

시얏시얏 체크 포인트 관문에 들어섰다. 여기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계속 오를 지 아니면 뒤돌아 내려갈 지를 결정하란 뜻 같다. 그리고 자신의 ID 카드를 여기에 있는 직원께 보여줘야 이 키나발루산의 완등증서를 얻을 수 있댄다.

 

 

 

암튼, 시얏시얏 체크포인트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섰는데... 

 

 

 

어?어? 계속되는 바윗길이다. 더욱이 어느 곳은 밧줄을 잡아야만 오를 수 있을 정도의 경사가 있는...

 

 

 

이곳이 밑에서 본 통바위 구간인가 보다 하고 뒤돌아 확인하려는데... 엇? 5시도 안된 시간에 먼동이 트고 있다.

 

 

 

에이 설마하는 마음이지만... 어째 해가 지금 막 오를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 졌다. 왜냐하면

 

 

 

키나발루산 정상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란 소문이 있어서... 그래서 고산 산행이지만 조금 서둘러 오르기 시작하여  3930M를 넘어서고

 

 

 

4000M에 가까이 올라섰지만... 동쪽으로 얄미운 형제 같은? 자매 같은? 바위봉우리가 일출의 모습을 자꾸 가린다. 조급증으로 다시 서둘러 오르지만

 

 

 

해는 이미 바다를 벗어난 듯 싶다. 괜찮다!! 대신 이 키나발루 남봉이 금색으로 도금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키나발루 남봉

 

 

 

괜찮다!! 비가 와도 오를 수만 있다면 좋다고 했는데, 이런 맑은 하늘 아래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성요한봉

 

 

 

로우봉 정상에도 이미 햇살이 들어서고 있고, 그 위의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지만...

키나발루 로우봉(정상)

 

 

 

조금 더 낮은 곳에서 바다가 아닌 산봉우리의 일출을 볼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복인 것을... 툴툴대지 말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인지하고 간수할 일이다.

 

 

 

정상이 뻔히 보이지만, 아직도 한두 번의 쉼이 필요한 구간이다. 보다 빠른 시간 혹은 남들 보다 먼저가 뭔 의미가 있을까

 

 

 

오르면서 멋진 풍경이 보이면 느끼는 그대로 감탄하면서 즐거워하면 될 일이고

알렉산드라봉

 

 

 

요 아래에서 열심히 오르고 계시는 우리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니 열심히 응원하면 될 일이다.

 

 

 

오우~  원주민의 언어인  아키(조상)와  바로우(영혼의 안식처)에서 온 단어가 키나발루란 설이 있던데... 내려다 보고 있으니 여기가 천상계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키나발루 정상에 섰다. 현재 시간이 6시 37분이니 파나라반산장에서 약 4시간 거리이지 싶다. 내 가까운 지인들에게 늘 했던 말이 하늘에 좀 더 가까운 곳에 가면 그대들에게 행복이 깃들길 기도한다고 했으니, 우선 조용히 눈을 감고 가족과 지인들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소원 했다. 

키나발루산 정상

 

 

 

그 감격 그 기쁨을 표현하는데 태극기만한 것도 없지. 한 산우님이 소중히 가져온 테극기를 들고 인증을 한 다음,

 

 

 

정상이 협소한 관계로 정상 조금 아래에 있는 아담한 공터에서 휴식을 즐겼다.

 

 

 

혹시 분화구인 듯한 로우봉 오른쪽 절벽지대를 살펴보고, 고개를 맞은 편으로 돌려서는

 

 

 

올라온 길을 살펴보다가 하산을 시작했는데... ㅜㅜ 갑자기? 뱃속이 부글거리더니 뭔가가 곧 나올 것만 같다. 이 훌륭하고 장엄한 곳. 더군다나 훤히 보이는 곳에서 이게 왠일이람..? 그래도 실례를 할 수는 없으니 바위 은폐물과 엄폐물을 찾아 장트러블을 해결하고는 신령님께 용서를 빌었다.

 

 

 

오를 때는 어둠에 싸여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풍광에 절로 입이 벌어질 뿐이다.

 

 

 

웅장하고 장엄하고 경이로운... 게다가 아름답기까지한 풍경. 말 그대로

 

 

 

닥구(닥치고 구경)라서 여기에서도 설명을 생략하고 그림을 나열하는 것이 풍경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맑고 깨끗했던 날씨. 고도를 낮출 수록 구름들이 모여들더니

 

 

 

시얏시얏 체크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이 이미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렇다면, 선계(구름 위의 정상 부)는 여전히 맑은 하늘일까? 하계엔 이미 구름에 가려져 있었던 걸까?

 

 

 

분명한 것은 선계에 비해 하계의 풍경이 사뭇 빈약해서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에도 혹은

 

 

 

이 고산에서 피는 풀도 아닌 나무에서 피는 꽃에서도 큰 감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새 라반라타 산장군이 보였다. 산장 4개 이상을 통칭하는 말이 라반라타 산장군이라 하는 것 같은대, 그 중 가장 큰 산장이 우리가 묵었던 파나라반 산장인 것 같았다. 암튼, 산장으로 다시 들어가서

 

 

 

새벽 2시에 먹은 것을 아침이라 해야 할까? 암튼, 나머지 아침을 마저 먹고 충분한 휴식을 가진 다음, 체크아웃을 하고

 

 

 

팀포혼게이트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오를 때처럼 많은 습기를 머금고 둔한 몸집을 가진 남자처럼 가라앉아 있던 안개가 오를 때와는 달리

 

 

 

멤페닝쉼터를 지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빗방울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럴 것 같아서 배낭에 레인커버를 이미 장착을 했는데... 그런 사소한 것도 산행을 마칠 즈음이라 행복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꺼내 든 우산과 길가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어느 교향악 같기만 해서 아련한 옛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비는 그닥 큰 것이 되지 못하고 칸디스쉼터 이후론 아예 그쳤다. 덕분에 팀포혼 게이트까지 질척거림 없이 산길을 걸을 수 있었으니 정말. 이 번 산행으로 큰 부자가 된 느낌이다.

 

 

 

2시 40분 경, 팀포혼게이트를 통과 하니 내 손엔 어느새 키나발루산 등정 인증서가 들려져 있다. ^^

 

 

 

늘 염두에 뒀던 키나발루산행을 마치고 나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행복감이 스물스물 오르고 있는데... 다음엔 또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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