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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북한산 백운대 _ 인수재로 찾아가 갈매기살 먹은 날. 본문
2023년 11월 21일(화).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다가 인수재를 찾아가서 점심을 먹고 왔다.
지하철 북한산 우이역에서 시작하여
백운교 - 하루재 - 백운대 - 대동문 - 진달래능선 - 백련사 - 인수재에서 산행을 마쳤다.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가 한겨울인 양 흉내를 내는 날,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와 함께 산행을 했다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로 나온 순간, 대비를 했음에도 훅 들어온 추위에 몸이 움찔했다. 7시 55분. 8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선 10분 정도 늦는다는 문자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보다 일찍 도착한 친구. 괜히 미안해하고 있어서 추위에 바둥대던 모습을 숨기고 별거 아닌 척 반갑게 맞이했다. 대학 시절에 과 MT로 곧잘 오던 이곳. 그때의 모습은 없어졌지만... 햇살 받은 삼각산의 모습은 여전했다.
우이동 마을을 지나고 허연 서리가 앉은 백운천 옆 데크길을 걷고, 곧 도착한 북한산국립공원 표지석에서 안전 산행에 대한 다짐을 하고는 조금 더 걸어가 만난
백운교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도선사로 가는 찻길만 있었지만, 이제는 찻길 옆을 따르는 데크길과 산등성이로 가는 길도 있어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걸을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우리는 도선사를 거치지 않고 백운대로 직진할 예정으로 가장 오른쪽 산등성이 길을 택했다.
약간의 오르막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육모정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몇 년 전에는 코끼리바위며 합궁바위 등을 열심히 찾아다니느라 부지런히 다녔던 곳인데... 벌써 그 기억이 아련하다.
몸이 후꾼 덥혀질 정도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아직까지 추위가 두려워 겉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 친구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망설임 없이 벗어서 배낭에 간수했다. 역시 사랑받는 남자는 추위에도 강하군.
도선사 주차장에서 오르는 길과 합류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파른 돌계단 길이 시작되는데... 이곳이 그 유명한 하루재에 오르는 길로 예전에는 깔딱고개라 불렸던 곳이다. 뒤에부터 들려오던 힘찬 발걸음 소리가
옆을 지나치더니 순식간에 하루재를 넘어갔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 발걸음 하나에도 즐거우니 급할 필요가 없지. 하루재에서 친구가 내준 사과를 먹으면서 주변의 풍광을 만끽했다.
9시 30분. 우이역에서 쉬멍 놀멍 걸음으로 1시간 20분 정도에 도착한 하루재. 이제 이곳을 벗어나 언제 어떻게 봐도 잘생긴 인수봉 그늘로 들어섰다. 산의 윗부분이니 만큼
커다란 바위들이 황량함을 주는 길이지만 사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열한 삶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인간의 무책임으로 탄생하는 생명체들도 보이고...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뭔가 갈구하듯이 바라보는 저 생명체들... 어차피 자연 속에 내던져진 상태인데... 그것들에게
음식을 던져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인간들의 음식에 길들여진 고양이들은 쥐가 옆을 지나가도 쳐다만 보고 있던데... 이 혹독한 추위에서 과연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이든 짐승이든
달콤하고 편하다고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요즘처럼 순식간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큰 불행과 맞닥뜨릴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다. 백운산장에 도착을 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백운대에 오를 적에... 죽을 둥 살 둥 깔딱 고개에 올랐다가 여기 백운산장에서 국수 한 그릇 사서 먹을 땐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매점과 숙박 시설은 없어지고 대피소로만 운영이 되고 있다.
북한산장에서 백운봉암문(위문)으로 오르는 길은 꽤 가파른데도... 그걸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위문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암벽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 아마도 다 왔구나 하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암튼, 그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백운봉암문에 도착하고는 쉼을 갖지 않고 막바로 백운대로 향했다
이륜에서 사륜구동으로 변환해 첫 구간을 올라가 그곳에서 비상을 꿈꾸는
오리와 아는 체하고... 숨찬 기색을 숨기느라 앞쪽의 만경봉 그 아래 노적봉, 멀리 문수봉에서 이어지는 의상능선을 바라보고는... 다시
손발에 힘을 주고는 백운대 허리에 올라 시내 쪽을 보는데... 와우~~ 이 경치는 무엇?
운무가 내려앉아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이 보이는 수락산과 불암산의 풍경. 그 너머의 산군들 까지. 대박은 이럴 때 쓰는 용어가 맞겠지? ^^
이제는 백운대 상단부 오르기. 어쩌면 가볍게? 그렇지만 옆의 난간에는 의지 하면서 말 그대로 휘날리는 태극기 아래로 올라갔다.
한두 번 온 것도 아닌데... 여기 백운대 위의 태극기와 함께 있을 때는 어찌 이리 가슴이 벅찰까? ^^
참! 이곳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온다는 친구 녀석은 온 풍경을 지 카메라에 담고 있느라 아직 이곳에 올라오지 않아서 옆에 계신 여산우 님께 인증을 부탁드렸더니... 이 역광의 풍경이 예술이라면서 굳이 이 사진을 남겨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그 산우님께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다.
이제서 올라오는 친구 녀석! ㅋㅋㅋ 내가 욕했던 것 눈치 못 챘겠지?
친구와 백운대 태극기의 감격스러운 상봉 장면을 남겨주고,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정상 잠깐 아래에 있는 공터로 내려섰다. 인수봉이 멋지게 보이는 장소로 한껏 사진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내려온 친구와도 사진놀이를 한 후에 그 옆의
마당바위로 가서, 정상 기념의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즐겼다. 당연히 친구가 내어준 과일로 식도락을 겸비하면서...
눈이 좋은 이 친구는 저기가 용문산이고 그 앞 쪽으로 예봉산 등등 손가락으로 콕콕 짚어댔지만, 눈 나쁜 나는 어슴푸레한 풍경만 보이니 그져... 그렇네. 그렇구먼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ㅋㅋㅋ
뜨거운 물과 컵라면 두 개를 짊어지고 왔지만, 나의 오늘의 목표는 인수제에 찾아가서 갈매깃살을 구워 먹는 것에 있어서 라면은 먹지 않고 11시 20분경, 하산을 시작했다.
백운봉암문으로 되내려와 그 문을 통과하고
북한산성지킴터와 대동문으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대동문으로 향했다. 대개는 이 갈림길에서 원효봉 쪽으로 내려갔었는데...
도선사에서, 혹은 칼바위능선 등에서 용암문을 거쳐 이곳을 지나 백운대로 올라가곤 했었는데, 이렇게 반대방향으로 진행했던 적은 몇 번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확실한 기억 중 하나는
아주 예전에 오늘처럼 올라와서 구기동으로 내려갔을 때이다. 바위를 부여잡고 돌을 움켜쥐면서 아주 힘겹게 내려갔었던 곳이 지금 지나는 이곳이었는데, 그때의 그 힘든 길이 이제는 데크길로 바뀌고 순화되어있어서 약간은 낯이 설다. 암튼, 백운대와 그 아래의 염초봉 원효봉과 작별을 하고
잘 생긴 노적봉 앞을 지났다. 벌써 4년? 정도 지났을까? 한참 은퇴를 준비할 때, 여기 노적봉에 올라갔다가 막판 바위 하나를 못 오르고 되내려온 기억이 나서 왠지 씁쓸했지만 그것도 이제는 소중한 자산이지 싶다.
이제부터는 높낮이가 완만한 구릉길. 하지만 인수제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어서 인수제에서 점심을 가지려면 조금은
서둘러야 할 형편, 빠른 걸음을 걸어... 용암문을 지나고
성곽과 같이 하는 성곽길 혹은 성곽 아래쪽으로 난 숲길을 그때그때 바꾸어 가면서 걷다가 동장대에 도착했다.
멋들어진 동장대. 올라갈 수 있을까? 둘러봤는데...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에휴~~ 단청은 벗겨지고 기둥도 좀이 스는 것 같고,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들락거려야 집도 윤택해진다는 친구의 말에 적극 동감했다. 관리라도 잘 하든지. 소중한 문화유산인데. ㅜㅜ
동장대에서 한 굽이 돌아서면 보이는 대동문. 올봄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었던 이곳 대동문이 드디어 베일을 벗고 우리를 맞이했다. 오구 오구 이런 행복이...
수년 동안 공사 중이어서 대충 하는 복원보다는 보다 완벽한 것이 낫지 하면서도...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베일에 싸인 모습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졌었는데... 이 깔끔한 모습을 보니 속이 다 개운하다. 대동문을 나와 그 조금 아래쪽에서
진달래능선으로 접어들었다. 수해 때문에 진달래능선으로 들어서는 곳이 줄에 막혀 있지만, 당황하지 않고 조금 아래쪽의 우회길을 찾아 진달래 능선으로 진입했다.
소귀천계곡으로 갈리는 갈림길을 지나쳐 여전히 능선을 고집.
사실, 이 진달래능선은... 한 번은 걸었다는 인식만 있을 뿐 디테일한 기억은 전혀 없다. 아니다. 조망이 좋아서 삼각산하고 도봉산이 멋지게 보였다는 흐릿한 기억이 있는 정도?
기록을 남기기 훨씬 이전의 기억이니... 아마도 직장 초반의 시절이 아닐까? 암튼, 그만큼 멋진 뷰가 있는 길이다.
백련사로 갈리는 갈림길. 아무리 오래 전의 기억이라지만 예전엔 분명 우이동에서 시작했거나 끝을 냈거나 했을 테니
이곳 백련사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첫걸음이 분명하지 싶다. 조금은 경사가 있는 돌길을 어느 정도 걸어 내려오니
백련사라는 표지석이 보였다. 예전엔 절이 보이면 들여다보곤 했는데... 요즘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를
굳이 알려고 애쓰지도 않고 있으니... 이게 늙어가는 증거 인가? 백련사 이후로 시멘트 포장이 된 길, 혹은 돌길을 걸어가다 보면
애국지사들의 묘소와 만나는데... 그중 김창숙선생 묘역을 지나 곧 만나는 이정표에서, 김도연선생과 서상일선생 묘역을 지시하는 길로 바꿨다. 왜냐하면
그 길을 약 450여 미터 걸어가면 김도연선생 묘역과 만나는데, 그 아래쪽으로 보이는 한 채의 집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인수재이기 때문이다.
북한산 산꾼들 사이에 은근히 소문난 맛집. 요즘 MZ세대들의 은근한 트렌드로 인수재에서 갈매기살을 구워 먹는 것이 있는 것 같던데... 명성 그대로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라서 점심시간으론 꽤 늦은 시간임에도 MZ들이 쌍쌍이 들락거리고 있다. 우선 갈매기살 하나와 양념 갈매기살 하나 그리고 막걸리 한 통으로 친구와 함께 행복한 식도락을 시작했다.
여느 고깃집에서 먹는 갈매기살의 맛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인수재가 산속에 있는 것이니 만큼... 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과 함께 먹고 있으니 당연히 그 맛이 별미가 되는 것 같다.
그 장소가 어디든 시간이 어찌 됐든 즐거운 것이 친구와 함께 술 한잔 하는 것인데... 피톤치드 퍼져있는 여기 인수재에서 친구와 함께 먹는 술 한잔의 맛은 또 어떨까? 즐겁고도 행복하니 막걸리 한 병 더 부르고, 못 내는 마천 시장으로 달려 가 대학시절의 곱창야채볶음으로 추억을 소환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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