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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고창 선운산 _ 높지 않아도 산행의 맛이 좋은 곳.

mangsan_TM 2023. 12. 26. 15:41

 

 

 

2023년 12월 24일(일).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선운산에 다녀왔다.

선운산 등산지도 및 등산로 안내도

 

 

선운사 주차장에서 선운사 - 마이재 - 선운산(수리봉) - 소리재 - 견치산 - 소리재 - 용문굴 - 천마봉 - 도솔암 - 선운사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소백산 산행을 예정했으나 밤에 눈이 내리고 아침에 그쳤다가 다시 눈이 온다는 선운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했다. 예보된 낮에 내리는 눈은 볼 수 없었으나 춥지 않은 날씨였다. 산행명가 MTR의 식구들과 함께했다.

 

 

 

9시 20분경. 선운사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니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ㅋㅋ 아직도 남아있는 설렘으로 산행 채비를 한 다음 선운사로 향했다.

 

 

 

작은 가지 하나하나에도 눈으로 코팅이 된 키 큰 나무들이 반짝거리며 줄지어 서있는 곳을 지나가고 있으려니 마치

 

 

 

어느 설국의 왕자라도 된 느낌이다. 아니 잠깐!!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왕자 타령일까? ㅋㅋㅋ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든지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로 만드는 것이 아무래도 이 하얀 눈의 마법이지 싶다. 도솔산 선운사의 일주문을 통과하고

선운사 일주문

 

 

 

도솔천을 따라 걷는데... 매 해 가을에 형형색색 단풍을 입어 그 화려함을 연출하던 도솔천 길가의 나무들이 오늘은 흑과 백 두 가지만으로도 그 화려함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와~~

 

 

 

하얗고 검은 두 가지로 이런 다채로움을 나타낼 수 있다니... 선운사에 도착을 하고 그곳을 지나지 않고 오른쪽

 

 

 

차문화체험관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단풍구경을 하거나 꽃무릇을 볼 때에도 선운사를 거쳐 도솔암 방향으로 산행을 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때와는 반대가 되는

차문화체험관

 

 

 

마이재를 먼저 들르고 수리봉으로 올라 천마봉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석상암 앞 이정표

 

 

 

지금까지 완만한 오르막을 유지하던 길이 점차 가파른 오르막으로 변신을 하여, 제법 까탈스러워졌지만

 

 

 

소담스럽게 쌓인 눈 위를 걷고 있어선지 그다지 힘들지 않다. 덕분에

 

 

 

경수산에서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쉽게 도착을 했다. 쉼을 가지면서 두터운 겉옷을 벗어서 배낭 속에 넣고

 

 

 

수리봉으로 다시 힘차게 출발을 하는데... 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에 연신 탄성이 인다.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설경 때문이겠지?

 

 

 

 

수리봉에 도착을 했다. 생각해 보니 여기 선운산을 무려 네댓 번은 온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표지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삼 오랜만에 이 길을 다시 걷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수리봉에서 내려오는 길. 이제는 넘어지면 큰일이 될 나이여서 아이젠을 장착하고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을 올 때마다 지나쳤던 개이빨산(견치산)을 이번엔 반드시 들릴 결심으로

 

 

 

견치산 방향으로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발자국이라곤 우리 일행뿐! 비록 무릎까지 쌓인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럿셀까지 하면서 걷다 보니 금방 허기가 느껴진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한 후

 

 

 

나머지 오름길을 가뿐히 올라서고 오늘 반드시 가야 할 견치산을 훤히 볼 수 있는

 

 

 

견치산전망봉에 올라가 견치산을 바라봤다. 그런데 저곳을 굳이 갔다가 되돌아 올 가치가 있을까? 조금은

전망봉에서 본 견치산

 

 

 

회의감이 생겨 갈팡질팡했지만, 막상 견치산 갈림길 앞에 서고 나니 또 다녀오고 싶은 욕망이 드는 이유는 뭐지? 아마

 

 

 

가까운 거리가 그 첫 번째일 것 같고 처음 가는 곳이란 것이 두 번째가 아닐까 한다. 암튼, 가파르게 내려갔다가 다시 어느 정도 올라서고 드디어 견치봉에 도달했다. 국사봉으로도 불리는지 국사봉이 새겨진 철판이 있는 바위 위로 올라가

 

 

 

드디어 개이빨산과 첫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경수산에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한눈으로 들어오고

개이빨산 정상에서 본 선운산 주능선

 

 

 

맑은 날엔 황해까지 뚜렷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조망처였다. 허허 이곳에 올 때엔 반드시 들려야 할 곳으로 저장을 한다. 좀 전에 서 있었던 전망봉을 한번 보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가

견치산에서 본 전망봉_뒷쪽 봉우리

 

 

 

주능선에 접속을 하고 이제는 큰 굴곡이 없어 완만해진 주능선길을 흥겨운 음악의 리듬을 타듯 걸어갔다.

 

 

 

걷는 것에 어려움은 없고, 눈의 무게가 만든 산죽 터널을 한껏 몸을 낮추어 통과를 하고

 

 

 

느닷없이 떨어지는 눈폭탄에 자지러지듯 놀라지만 그마저도 즐겁기만 하니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나를 산에 오게 하는 이유이다. 이제 멀리 뾰죽한 사자바위가 보이고 그 앞쪽으로 고래 머리와도 비슷한 천마봉이 보인다.

 

 

 

 아직도 힘겹지 않음에도 그들이 좀 더 잘 보이는 곳에 올라 가 쉼을 가졌다. 쉼이란 그런 것 같다.  어느 일의 매듭과도 같다거나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거나... 그러니 이제는 어느 곳이든 때든 적당한 쉼을 자주 가지려 한다.

 

 

 

낙조대에 오르려고 도움닫기를 막 하려는 곳엔 한 상서로운 동물이 도를 닦던 곳이 있다는데 그곳이

 

 

 

용문굴이다. 산만한 바위에 구멍을 내어 그곳을 집을 삼아 도를 닦았을 테지만

용문굴

 

 

 

그 후의 일은 사람들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졌을 거라 생각된다. 암튼,

 

 

 

앞으로의 산행도 지금처럼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이 되도록 간절함을 담아 대지에 남기고

 

 

 

낙조대를 향해 힘차게 올라갔다.

 

 

 

낙조대.... 음~ 옛 선인들이 이곳에 올라 일몰을 구경했을까? 

낙조대

 

 

 

곰소만과 변산반도가 바라다 보이니 나름 멋진 일몰뷰가 나올 듯싶기도 하다. 하지만

낙조대에서 본 변산반도 방향.

 

 

 

애써 일몰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으니 미련 없이 천마봉으로 향했다.

 

 

 

사실, 낙조대와 천마봉은 같은 봉우리인데 굳이 구분한 느낌? 낙조대에서 왼쪽으로 도솔암을 보면서 한 200여 미터 가면 그곳이

 

 

 

천마봉인데... 오히려 높이는 낙조대가 더 높은 듯. 역시 천마봉 정상석과도 이번이 첫 대면인데... 우와~~ 글씨의 힘을 새삼 느낀다. 천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치 말 한 마리가  달리는 것만 같았다.

 

 

 

천마봉!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우람한 근육이 있고 아래로는 깊은 낭떠러지가 있어 스릴도 갖추고 있으며

 

 

 

멀리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도 있고 아래로는 도솔암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건너편의

천마봉에서 본 도솔암

 

 

 

투구봉과 청룡산을 잇는 산줄기도 훤히 조망할 수 있어서 어느 크고 훌륭한 산에 올라간 느낌을 준다.

천마봉에서 본 사자바위

 

 

 

한참을 풍족하게 구경을 한 후, 다시 

 

 

 

낙조대를 향해 간다. 계단으로 들어서기 전에

천마봉에서 본 낙조대_ 중간 능선에 하산하는 데크길이 보인다.

 

 

 

낙조대에서 배맨바위를 거쳐 청룡산으로 가는 철계단이 눈에 확 뜨이는데, 현재는 닫혀있는 길. 도솔제에서 사자바위를 거쳐 저곳으로 오는 길도 좋다던데... 그 길은 아직 미답이니

낙조대에서 청룡산으로 가는 철계단.

 

 

 

이곳을 다시 온다면... 아마도 그 길로 걷지 않을까? 천마봉에서 도솔암으로 내려가는 계단길. 얼마나 급한지 고소감이 느껴진다.

 

 

 

다행히 중간에 잠깐 쉴 공간이 나와 쉼 한 번 갖는데... 여기가

 

 

 

천마봉의 위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보니 후드 모자를 쓴 어느 선지자의 옆모습도 보이고...

천마봉

 

 

 

이곳에선 또 도솔암의 모습을 보다 가깝게 감상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마애석불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도솔암 마애석불

 

 

 

다시 또 고소감이 풍부한 철계단을 내려가고... 아니 이런 데를 예전엔 아무 생각 없이 오르락내리락거렸었나...?

 

 

 

도솔천을 건너 이번엔 경건한 마음으로 마애석불을 가까이 영접하고는

 

 

 

도솔암을 나와 도솔천을 따라 선운사로 향했다.

 

 

 

아침나절, 나무에 피었던 화려한 단풍만큼이나 멋졌던 도솔천의 눈꽃들이 이제는 없어서 아쉬웠으나 동시에 그 찬란했던 눈꽃을 사진에 담아서 행복하단 생각도 하고 있으니... ㅋㅋㅋ 내 맘도 내가 알 수가 없네.

 

 

 

선운사에는 몇 개의 보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송악이다. 식자우환이라더니... 송자가 있어서 여태껏 바위에 기생하는 소나무?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소나무와 무관한 넝쿨식물이랜다. 어쨌든 송악을 보다가

송악_천연기념물 367호,

 

주차장으로 가면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눈이 온다길래 작정하고 찾아온 선운산. 원래 작정을 하고 행하다 보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여 실망하기 쉬운데, 지난주 무등산에 이어 이번 주까지 눈산행을 만끽할 수 있어서 행복의 여운이 지금도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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