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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 _ 친구들과 소박하게 23년을 마무리하다.

mangsan_TM 2023. 12. 31. 16:57

 

 

 

2023년 12월 30일(토).

남한산을 둘러보며 23년을 차분한 마음으로 여미고 왔다.

남한산성 도립공원 지도

 

 

 

산성로터리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북문 - 동장대암문 - 남한산 - 현절사 - 서문 - 마천역으로 걸었다.

 

 

 

남한산 간편 산행을 하고 마천시장으로 내려가 소박한 음식이나마 앞에 두고 23년도를 마무리하자는 것으로 의기투합한 고딩 칭구 세 명의 발자취이다. 눈 또는 비가 예보되었지만 순전히 눈만 내린 날이었다.

 

 

 

오전 9시 30분. 안양에 사는 친구 HJ와 이매에서 합류를 하여 우여곡절 끝에 산성로터리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10시 40분 경이다. 주섬주섬 채비를 갖추고

 

 

 

북문으로 향했다. 북문은 몇 년째 장막을 두르고 공사 중이었는데... 베일을 벗은 북문의 모습이 보인다.  

 

 

 

오우~~  멋지네! 나는 이것으로도 좋구먼, 역사에 남달리 해박하고 관심이 깊은 위례에 사는 친구 TH는 그렇지 못한가 보다.

베일을 벗은 북문의 모습.

 

 

 

위례에서 올라와 방금 합류한 친구 TH. 가급적 예전의 벽돌을 사용해서 복원하길 바랐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많이 실망스러워한다. 그렇지만  23년도를 마무리하는 자리이니 부디 오래 버텨서

 

 

 

이곳을 찾는 대대손손에게 무구한 우리의 역사를 공급해 주길 기원하고, 동장대터로 향한다. 사실은

 

 

 

북문이 공사 중이어서 막혔던 성 밖길로 가려했는데, 여전히 길이 막혀 있어서 성 안길로 가고 있다. 그런데

 

 

 

이미 내린 눈으로 둘러싸인 성곽과 지금도 바람결 따라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고 있어서 걷는데 또 다른 맛을 주고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구간을 오르는 중. 아주 가파르고 긴 구간이라서 예전엔 한참을 헉헉거리며 올라가곤 했는데, 미끄러운 길이라서 발자국들을 아주 조심스레 놓다 보니 오히려 힘이 덜 든다.

 

 

 

어느새 동장대터를 눈 앞에 두었지만, 바로 밑에 있는 암문으로 내려가 성 밖으로 나간다. 

동장대터(윗 봉우리)와 암문

 

 

 

왜냐하면 그곳으로 나와야 남한산 정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춥지 않은 날씨지만 습한 눈들이 카메라 렌즈를 습격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사진에 담긴 풍경이나 모두 뿌옇다. 

 

 

 

친구 HJ가 넘어졌다. 예전 겨울 검단산 겨울산행을  오늘처럼 세 명이 했는데 본인만 아이젠을 장착했던 기억이 욕심으로 되살아난 모양이다. 이 정도면... 이제는 나도 충분히 산행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괜찮다 친구야.

 

 

 

우선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괜찮고, 겨울이라고 조건이 같지 않았음을 알았으니 이젠 겨울 등산 채비를 잘 꾸릴 수 있으니 괜찮고 비록 아팠겠지만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으니 괜찮다. 남한산 정상석 앞에 왔다.

 

 

 

정상은 이곳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데, 성곽을 복원하느라 정상석을 이곳에 두었다. 이미 성곽은 

친구 HJ, TH 그리고 본인(왼쪽부터)

 

 

 

복원이 다 된 것 같은데... 예전 정상석이 있던 자리를 가보니 정상석이 앉을 자리는 보이지 않고... 아마도 지금의 그 자리에 여전히 있을 것 같다.

정상석에서 본 남한산 정상.

 

 

 

다시 동장대터로 뒤돌아간다. 원래 계획은 동장대터를 지나 동문으로 내려선 다음, 남장대터로 갈 예정이었지만

벌봉쪽에서 본 동장대터의 모습

 

 

 

동문으로 가는 내리막길이 조금 가파라서 비교적 덜 미끄러운 길인 현절사로 향하는 길을 택해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오우~~  낙엽송?인가? 군락을 이뤄 쭉쭉 뻩어있는 나무들이 하얀세상과 묘한 대조를 이루니 환상적이구만.

 

 

 

현절사. 남한산성 안에 있는 여러 사찰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자물쇠가 문을 굳건히 잠그고있는 것을 보니 사찰은 아닌 것 같고...

 

 

 

집에 와서 자료를 뒤져보니 광주시,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와 척화파의 거두 김상헌, 정온 선생의 충절을 기리는 ‘ 제향’을 거행하는 곳이랜다.

 

 

 

생각해 보니 그 당시 논쟁을 벌이던 충신들은 구국의 일념으로 제 목을 대놓고 논쟁을 벌였던 것 같은데, 지금의 위정자들은 나라와 무관하게 제 주머니 채우는 것에 목을 두고 있으니...

 

 

 

이제 큰 도로를 따라 서문을 향하고 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투석기와 신기전. 우리의 조상들은 이렇게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두뇌를 지니고 있어도 위정자들의 어리석음으로 늘 외세에 휘둘림 당해 왔다는 것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경직 목사 우거처를 지나고

 

 

 

국청사를 지나 

 

 

 

남한산 서문에 도착했다. 하얀 눈세상이 여전히 보기가 좋지만 마천시장의 야채볶음 곱창 요리가 생각이 나 얼른 지나쳐 가려다가 두 친구의 제지를 받았다. ㅋㅋ 성루에 올라가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잰다.

 

 

 

요기를 마치고 성문을 나와 서문 전망대로 왔다. 흐린 하늘이라서 전망할 것은 없지만

 

 

 

전망대 아래로 하산하는 데크길이 있다. 아무래도 아이젠이 없는 친구 HJ가 내려가기에 적합할 것 같아 이 길을 택했다.

 

 

 

계단이 아닌 짧은 흙길에서 또 넘어진 친구 HJ. 손목이라도 다쳤을까 겁이 났지만 다행히 괜찮은 것 같다. 이 때, 자신의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HJ의 신에 장착해주는 TH. 

 

 

 

나 역시 친구여도 이 길을 꾸미느라 온 정성을 쏟으신 산할아버지가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와 괜히 울컥한 감정을 일게 했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남한산성 서문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길과 합류를 하여 마천동으로 향한다.

 

 

 

이윽고 마천동 버스종점. 분위기로는 깊은 산의 심설 산행 못지 않았던 산행을 마무리 하고 마천 중앙시장으로 빠르게 갔다. 오우 여전히 맛좋은 야채곱창볶음.

 

 

 

세 친구들 간에 꽤 많은 담소가 있었지만, 끝내기가 아쉬어 버스를 타고 전철로 환승까지 하면서 이매로 와 새로운 담소로 23년을 맺고 24년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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