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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청계산 _ 새해 인사 합니다. 본문
2024년 1월 27일(토).
청계산에 다녀왔다.
청계산입구역부터 걷기 시작하여
진달래능선 - 옥녀봉 - 매봉 - 석기봉 - 이수봉 - 옛골로 내려왔다.
새해 들어 가까이에 있는 산들과 인사를 나누며 올 산행도 무탈하게 마치길 소원할 결심을 세웠는데, 지난주 관악산에 이어 두 번째로 청계산 산행을 했다. 영상을 넘나드는 날씨로 약간의 미세먼지가 있었다.
청광종주를 하게 되면 양재화물터미널에서 시작하곤 했는데, 신분당선이 생기고부터는 종종 청계산입구역에서 옥녀봉으로 올라 청광종주를 하고 광교역에서 마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왕 청계산께 인사드리는 마당에 가급적 종주를 할 요령으로 원터골굴다리를 통과 하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산자락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막 9시가 넘어가는 시간. 모처럼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산행을 시작하니 기분이 무척 좋아지고
왼쪽으로 보이는 원터골마을. 그 건너편 산자락엔 이곳으로 오면 늘 지났던 천개사도 보인다. 그곳에서 헬기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상큼하게 보인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때, 이곳으로 오면 꽃구경을 멋지게 할 수 있다는 진달래능선. 불행하게도 이곳의 진달래꽃구경은 아직까지 하지 못했다. 꽃피는 시기를 맞추기 힘든 까닭으로...
이제는 은퇴하고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이곳에 진달래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만 고대하고 있다. ㅋㅋ 듣자마자 달려오면 볼 수 있을 테니까.
높이야 낮지만 그래도 산인 만큼 응달엔 잔설도 있고 길 위의 흙먼지 속엔 얼음판이 깔려있는 곳이 많이 보인다. 무턱대고 걷다가는 미끄러지기 십상. 그래서
겨울철 산행은 보여지는 것에 속지 않게 주변을 잘 살피보면서 조심스레 걷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암튼, 조심스레 걸어 청계산 주등산로와 접한다. 오른쪽으로 옥녀봉에 갔다가 이곳으로 되내려와 매봉으로 갈 예정이다.
옥녀봉. 뭔가 특별하지 않으면 청계산 산행에서 자주 패쓰가 되는 봉우리. 그렇지만 최근만 해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여기 옥녀봉 정상에 발을 디딘다. 청계산입구역에서 여유롭게 1시간 정도를 걸으면 올 수 있을 것 같다. 멀리 과천시 뒤에 있는 관악산과 다시 눈인사를 하고
이제 매봉을 향해 출발을 한다. 왔던 길을 되짚어 가서
좀 전에 원터골에서 올라왔던 삼거리를 지나 매봉으로 향한다.
지금 걷고 있는 구간은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기억이라곤 엄청 긴 나무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갔었던 기억뿐이었는데...
그 힘들었었던 기억대로 오늘 역시 힘들게 올랐다가 한소금 쉼을 갖고
또다시 시작되는 가파른 계단길은 원터골에서 올라오는 그 역시 가파른 계단길과 합류한 이후에서야 수그러진다.
그런데, 이후엔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빙판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예전엔 이런 길도 극복의 대상인 양, 아이젠 없이 굳세게 진행해서 산행을 마쳤고, 또 그것을 자랑스러워도 했지만 지금은 헬기장에 구비된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아이젠을 장착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하고 있다. 사실, 예전엔 오색에서 대청봉을 두 시간 반 만에 오른 것을 부러워했고 실제로 어느 해 겨울에
스틱 만으로 백무동에서 천왕봉에 올라 중산리로 내려간 일도 있었지만... 무릎이 아파서 무려 3개월 동안 산행을 할 수 없었던 지난 경험이 안전하고 여유로운 걸음 만이 산행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제 저 앞에 있는 계단을 올라서면 매바위다.
매바위에서는 대모산과 구룡산 그리고 그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뷰스팟인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있어서 흘깃 한 번 보고는 바로 옆 매봉으로 간다. 그런데
명산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다. 잠시 여유를 가졌으면 했지만 마치
등 떠밀리다시피 망경대로 향하게 됐다.
햇볕이 드는 곳엔 아예 빙판이 없고, 응달엔 미끄러울 소지는 있으나 조심히 걸을 수 있는 곳이라 아이젠을 벗을까도 했지만
망경대 부근이 응달이고 조금은 까탈스런 곳이라서 여전히 아이젠을 장착하고 혈읍재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혈읍재에서 망경대로 오르는 구간이 죄다 하얗다. 더군다나 계단 윗쪽으론 빙판이 여전히 존재해서 망경대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석기봉에 갈 예정으로, 망경대 왼쪽 아래가 아닌 오른쪽 아랫길로 들어선다. 사실, 많은 분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서 한적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라서
이 부근을 지날 때면 자주 이용하는 길이다. 망경대 쪽으로 상당히 접근해 가는 길인데 오르는 도중엔
관악산과 옥녀봉을 시원히 바라볼 수 있는 조망터도 있는 길이다.
암튼, 망경대 턱 밑을 지나 조금은 거친 구간을 오르내리다가 이 길에서 가장 엑센트가 있는
밧줄 구간을 사족 보행을 하면서 통과하고 나면 왠지 가슴이 웅장해 지는 곳이기도 하다.
떨어지면 꽤 큰 데미지가 있을 낭떠러지의 빙판길을 여전히 빙판이 있는 길을 지나가 막판 오름질을 하고 나면
앞쪽으로 뽈록한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곳이 석기봉이다.
사실, 망경대는 국사시설이 들어서 있어서, 많은 분들이 청계산 정상놀이를 하는 석기봉. 주위가 모두 트여있어서 멀리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멀리 모락산과 수리산, 가까이로는 과천 매봉능선도 보이는 곳이다. 물론
대공원과 과천시 그리고 관악산을 볼 수 있고 날이 좋을 땐 인천 앞바다도 보인다던데... 그것은 아직도 확인 중이다.
마지막으로 좀 전에 지났던 길 위의 망경대를 살펴보고는 이수봉으로 향한다.
예전엔 헬기장이었지만 지금은 뭔 관측소가 들어선 곳을 지나
이수봉 쪽에서 오르다 보면 막판 힘을 내야 하는 깔딱고개 하지만 내려갈 땐 명품 소나무군락을 감상하면서 내려갈 수 있는 곳을 지나 나오는 공터에 도달한다.
공터 한 켠에 데크 평상이 있어서 지난 날, 청계산 야등을 할 때면 그 평상에서 저녁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그곳에서 점심을 하고 있다. 20여 분 식도락을 즐긴 후 다시 이수봉으로 향한다.
한웅큼 계단길을 오르면 과천 매봉과 이수봉이 이어지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성남시, 의왕시 그리고 과천시가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휴일엔 다른 곳과 달리 이곳에선 간이 상점이 열리는데, 막걸리도 있고 컵라면도 있고 물 등등을 취급하는 것 같았다. 글쎄 내 개인적인 입장에선 탐탁치 않다.
암튼, 이수봉은 이곳에서 멀지 않아 걸음에 탄력이 붙나 싶을 때 도착을 했다.
일년에 자주 오고 그만큼 자주 보는 정상석 이지만 오늘은 새해 인사차 왔으니 특별히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국사봉으로 갔다가 운중동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옛골이 보고 싶어 옛골로 가는 길 위로 발을 놓는다.
친지들? 가족? 뭔 관계인지 몰라도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내 기분을 좋게 하는 이유는 뭘까? 그러고 보니 유독 이 청계산엔 남녀노소는 물론 가족이나 친지들의 교류가 많은 것 같다.
응달엔 눈이 여전히 있지만... 대부분의 길 위는 흙길. 아무래도 계속 아이젠을 신고 가는 것은 혹사 논란이 일 것 같아 아이젠을 벗고 내려간다.
멀리 보이는 소나무 군락이 눈에 익은데... 가까이 가 보니 예전에 자주 이용했던 영남길 갈림길이다. 하지만, 금토동의 개발바람이 등산로를 막아서 현재에는 갈 수 없는 길이 되어있는 길이다.
헉!! 아이젠을 넘 일찍 벗었나 보다. 빙판길이 두세 곳 나왔지만... 다행히 다시 아이젠을 장착할 정도는 아니어서 좀 더 주의를 갖고 내려왔다.
직진을 하면 코속도로 옆으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가면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
왼쪽 길로 방향을 잡고 마을로 들어간다. 청계산입구역이 생기기 전엔
여기 옛골에 차를 대고 조기 오른쪽 능선으로 매봉에 올라가 지금처럼 돌아내려오곤 했는데... 그것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마을 입구로 오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11-1번 버스가 보이면 모란으로 가서 전철로 귀가 하려 했지만,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3412번 버스가 보여 그 버스로 청계산입구까지 간 다음 진분당선으로 귀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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