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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광교산, 고기리 코스 _ 친구야 올해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 본문
2024년 2월 12일(월).
설 연휴 마지막날 가까운 광교산에 다녀왔다.
광교산을 오르는 많은 길들 가운데, 가급적 가벼운 산행이 되는 고기리 산행길을 택하고 자동차로 고기2리 복지회관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광교산 기도원 - 백운산 - 광교산 - 고기동 - 고기2리 복지회관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 고교 친구 2명과 함께 명절털이로 가볍게 땀을 흘린 후, 뒤풀이 역시 가볍게 낙지덮밥에 약간의 주류를 곁들여 앞으로도 오늘 같기를 이야기했다. 영상의 날씨,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점차로 맑아지는 날이었다.
21년 1월 1일, 새해맞이 일출을 보려고 수리봉으로 갔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고기2리 복지회관에서 음식점 산*랑으로 찾아가는 길. 그런데 겨우 3년이 지났을 뿐인데 길이 무지 낯설다.
그동안 길가에 들어선 집들의 영향일까? 아니면 점차로 낡아지는 기억력 때문일까? 암튼, 엉뚱한 길로 가다가 마주친 광교산기도원. 에이 이왕 이렇게 된 거 무턱대고 오른쪽에 보이는 산자락으로 올라섰다.
잘 가꾸어진 묘역이 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산으로 진입을 하니, 등산로가 분명한 산길이 나오고 마침내
서너 번 걸었던 이종무장군 묘역과 이어진 산길을 만나고 나서야 찌푸렸던 얼굴을 폈다. 원래의 계획은 수리봉으로 올라 광교산을 거쳐 이곳으로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뭐,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친구들과 함께 오르고 내려오는 자체가 중요한 일이니 익숙한 길과 만나서 이 길로 오르면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엔 오로지 걷는데만 열중해서 급한 걸음으로 산행을 했었는데... 아마도 기운이 팔팔했기 때문이겠다 싶고... 하지만,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힘들면 쉬기도 하면서 산행 자체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친구들이 애써 가져온 음식은 맛나게 먹고 그 고마움은 가슴 한 켠에 다져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낼 준비도 하면서...
어쩌면, 집 근처에 있다고 해서... 혹은 아주 큰 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약간은 이 산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눈이 내린 지 한참이 지났건만 아직도 쌓여있는 눈이 있다는 것에 놀랬다. 그래도
수도권 명산인데... 게재에 혹여 가깝다고, 가까이 있다고 해서 낮춰보는 사람은 없는지 다시금 주변을 살폈다. 드디어 산행 1시간 30분 만에 광교산 주능선에 도착을 했다. 왼쪽으로 가면 광교산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산이 나오는데... 능선길이고 해서 백운산을 들렸다 뒤돌아올 생각으로 오른쪽 길을 택했다.
평소 수원시를 깔끔하게 볼 수 있는 통신대 앞. 오늘은 뿌연 미세먼지가 수원시를 덮고 있어 스쳐 보내고
광청종주길을 이어가는데... 겨울 끝자락에서 이른 여름까지 늘 질척댔던 길이 지금은 미끄럼틀로 변해있어서
좀 전의 갈림길에서 한 15분이면 충분히 도착했을 백운산을 무려 20여 분을 걷고 나서야
백운산 정상석과 만날 수 있었다. 이쪽 산을 올 때면 늘 보았던 정상석이라 큰 감응이 없이 보냈지만... 오늘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기분이 업되기도 하고... 그래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것도 창피해 하지 않고... ㅋㅋ 뭐~ 이런 걸 뒷배라 하는 건가?
다시 온 길을 뒤돌아, 아주 미끄러운 길을 통과하고 통신대 갈림길도 통과해서
좀 전에 올랐던 갈림길에 도착을 한 후, 광교산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분간 걷기 좋은 능선길이라서 기분좋게 걸어가고 있지만, 산과 산 사이에는 얕든 깊든 반드시 하나 이상의 골이 존재한다는 지혜를 담고 있어서 지금 당장의 즐거움에 몰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갑자기 시작되는 내림길과 오름길에 당황하지 않고, 생각 보다 심한 굴곡이 아니라면 그 또한 고마움을 가지면서 걷는 것이 요즘 나의 산행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루목 대피소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파른 길은 장애라 하기 보다는
친구를 비롯한 그곳을 내려가는 산우님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거리일 뿐이니 아이젠을 장착하시는 산우님을 보고, 탁월한 선택이니 안전이 최고니 하는 너스레를 남기기면서 올라갔다. ^^
형제봉과 수리봉으로 가는 갈림길. 당연히 수리봉으로 가는 길에 발을 들였다. 왜냐하면 광교산(시루봉)은 그 길을 조금 걷다 보면 나오니까...
오후 1시 3분. 광교산(시루봉) 정상석과 마주했다.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도 보이지만 선명한 모습은 볼 수 없고... 그래도 정상이니 만큼, 정상놀이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 다음
수리봉으로 향했다. 하늘을 보니 조금씩 맑아져 가는 것 같은데... 암튼 수지성당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왼쪽 수리봉 가는 길로 들어서고
바위를 돌아 한 20여 미터 쯤? 그곳이 수리봉이다. 시루봉 보다는 바람이 적고 기온은 따스해서 수리봉에서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가졌다. 3년 전, 1월 1일 아침에는 이곳에서 아침해를 봤건만 지금은 굉음을 내며 날아가는 헬기를 보고 있다. 물바구니를 매단 것으로 보아 인명 사고는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산불대비 훈련인 것 같았다.
그래, 큰 재앙은 늘 대비한다 해도 부족함이 있는 것이지. 그래도 대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피해 규모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니 위험은 가급적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면 그에 대비하고 조심하는 것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비록, 양지라서 보이는 눈은 다 녹아 없어졌지만... 옅은 흙을 한 꺼풀 걷어내면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있고, 게다가 가파른 경사를 지닌 지금의 내림길과 같은 곳을 내려가고 있다면 더더욱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체육공원과 고기동으로 갈리는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고기동으로 가는 갈림길이 희미하고 이정표가 없어서 종종 지나쳤던 곳인데... 지금은
고기동을 가르키는 이정표도 있고, 길도 뚜렷해서 고기동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섰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엔 음식점 산*랑의 뒷편으로 이어지는 이 길로 광교산을 자주 오르내렸었는데... 3년 전, 새해맞이 일출을 보려고 수리봉으로 갈 때, 이 길이 보이지 않아 막산을 올랐고 이후에도
체육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보다 뚜렷해서였는지 그쪽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꼭
이 길을 걷고 싶었는데, 이 길을 찾지 못할까봐 우려했었던 사실이 무색하게 길이 뚜렷하고 길 끝에 있는 음식점 산*랑의 모습 또한 예전의 모습 그대로여서 산을 내려온 다음, 괜스레 친구들 앞에서 으쓱거렸다.
이제부터는 고기동 마을. 마을 길을 걸어 고기2리 복지회관으로 향해 가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제는 아픈 곳이 어디 한군데는 있을 우리들. 그렇지만, 자신들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있으니 주변엔 즐거움이 떨궈져 있을 테고... 우리는 그것들만 찾아도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나이다. 그러니 친구들아 23년도를 지낸 것처럼 24년도 또한 그리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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