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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도봉산 _ 축복처럼 내려앉은 하얀 상고대. 본문
2024년 2월 24일(토).
오랜만에 도봉산을 다녀왔다. 모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망월사역에 도착한 후,
한신대학 - 원도봉탐방지원센터 - 망월사 - 포대능선 - Y계곡 - 도봉산(신선대) - 천축사 - 도봉탐방지원센터로 걸었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 봄기운이 감돌아 따듯한 날씨를 예상하며 산을 올라갔는데, 능선에 정말 축복처럼 하얀 상고대가 내려앉아 있어서 벅찬 감동을 맛본 하루였다.
분당에선 무척 먼 거리에 있는 망월사역. 하지만, 일찍 서둘러 움직였더니 8시 40분경에 도착했다. 4번 출구로 나와서 한신대를 오른쪽에 두고 큰길을 따라 걷는데,
왜 이리 길이 생소한지.. 다행히 큰길을 우선하고 걷다 보니 도봉산이 보이고... 그 아래로 아주 익숙한
서울제1순환도로가 보였다. 오우~~ 맞다!! 저 다리에서 왼쪽, 대원사 방향으로 가면 심원사가 나왔고... 곧 다락능선을 통해 도봉산에 갔었지? 그때, 망월사를 보면서 저기로도 한 번 가야지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 바로 직진을 해서
포장이 되어있지만, 여느 흙길처럼 정감을 주는 길을 따라 걷는다. 아마도 북한산둘레길로 이어가다 보면 회룡역도 나오겠지만, 초행이라서 한눈팔지 않고 이정표가 망월사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만 걸어간다.
그렇게 한 20여 분 포장도로를 걷고 나니, 쌍용사가 나오고 그 앞에 쌍용산장이 있는데, 원도봉탐방지원센터는 그 쌍용산장 우측 담벼락 끝에 있었다.
이제 센터 건물을 지나 개울 건너에 있는 차단기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등로 위엔, 하얀 눈이 녹지 않고 여전히 쌓여있어서 왠지 푸근하단 느낌이다. 그래선지
눈이 없을 땐, 분명 강퍅한 감정이 생길 것 같은 돌길을 걸어도 힘들다는 생각은 나지도 않고 있다.
걸으면서도 연신 건강해지는 느낌이 오던데... 염홍길 씨도 이런 곳에서 생활해서 그 어려운 히말라야를 올랐나 보다.
길은 개울을 건너거나 옆을 따르거나 하다가 조금은 단조롭다 생각이 들 때엔
살짝궁 오름을 주거나 가볍지 않은 변화를 주어 걷는 맛을 유지하곤 한다.
뿌리 깊은 나무. 세찬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을 수 있지만 가벼운 눈들이 모인 무게만큼은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다. 작은 것들이라도 모이게 되면 유연하게 털어내야 하건만... 마치 우리 정치의 앞날을 보는 것만 같아서 잠시 슬퍼진다.
덕재샘. 음~~ 덕이 담겨있는 샘이란 뜻인가? 그러고 보니
이 골짜기엔 유독 물이 많은 것 같다. 이 만큼의 산 중턱에 제법 큰 폭포가 있을 정도로... 그래선가?
이 계곡 곁에는 유독 절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덕이 담긴 물이 신심을 더 깊게 하는 모양이다.
민초샘 갈림길. 이곳에서 더 빨리 자운봉으로 갈 수는 있지만 예전 먼발치에서 본 망월사의 매력이 비록 바위 너덜로 된 길이지만 발길을 그리로 향하게 한다.
오우~~ 기대한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망월사. 천년 고찰이니 만큼
볼 것이 많아 10여 분을 봤음에도 다 볼 수 없을 지경. 다음 언젠가 꼼꼼히 사찰을 둘러보기로 하고 오늘은
포대능선 아래에 자리한 영산전의 그림 같은 모습을 눈에 담고 포대능선으로 향한다.
망월사에서 도봉산 주능선의 한 부분인 포대능선까지는 겨우 300여 미터의 거리. 그래서 약간의 가파름이 있지만
빠르게 주능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살짝 올라서면 원도봉 정상이지만, 서슴없이 왼쪽으로 올라간다. 왜?
O my god!!! 아니 여기에 상고대가 있다고...?
나뭇가지에서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이 나는 하얀 상고대가 삼거리에 오르자마자 유혹을 하고 있으니... 그 경황에 어찌 원도봉 정상인들 갈 수 있을까.
세상에나... 눈은커녕 상고대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도봉산에 온 것인데... 이런 축복을 받다니... 상고대에 마음이 빼앗겼지만, 그래도 반가운 수락산과 불암산에 눈인사하고
이제 길을 나서려고 앞을 바라보다가... 허거걱!! 통신탑이 있는 포대능선 정상. 그 왼쪽 아래로 자운봉, 만장대 그리고 선인봉. 그리고 오른쪽으로 쭈욱 이어지는 도봉산 주능선까지... 이런 환상 속의 길을 걸어가게 되다니... 하지만,
난관이 없는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그 멋진 세계 속을 걷기 위해선 가파르거나 미끄러운 혹은
자칫 미끄러져서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길을 난간에 의지하거나 두 손 두 발을 사용하면서 지나야 만 한다.
그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아감에 따른 보상 역시 틈틈이 존재하는데... 그것들을 찾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 일 듯 싶다. 눈을 둘러쓴 이 두덩이 바위를 보면서 유년의 고향친구들을 찾아낸다든지
좀처럼 볼 수 없는 바위 표면 혹은 나무줄기에 마치 코팅되듯 붙어있는 상고대를 보면서 대단한 발견을 한 것만큼이나 기쁨을 느낀다든지... 이러한 것들이 내겐 충분한 보상이 되어 산을 찾게끔 하는데
나와 같은 이유 말고도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단초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산을 찾는 거의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다면... 어렵게 산봉우리에 올라 편안하게 주변을 돌라볼 때 느끼는 벅찬 감동과 희열일 게다. 그러니
혼자 보기엔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과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 함께 산행하자고 권하는 것이 아닐까?
저 멀리 원도봉산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탑이 보인다. 거기부터 여기까지 왔으니 꽤 많이 온 듯 싶다.
가야 할 포대능선 정상도 이제는 가까이 보이고... 다시 힘찬 발걸음으로 일단은 출발을 한다.
망월사 못 미쳐에 있던 민초샘 갈림길과 이어진 갈림길을 지나고...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Y계곡 우회길로 갈라지는 갈림길. 혹, 빙판으로 더욱 험해졌을 Y계곡을 건널 수 있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Y계곡을 건널 결심으로 직진을 한다. 그래도 도봉산의 시그니쳐 중 하나인데... 어렵다고 피하지 말자! 결심을 세우고 길을 가서 그런지 여기 상고대가 가장 멋져 보이네 ㅎㅎ.
이제 포대능선 정상 밑. 정상까지는 나무 계단이 놓여는 있지만 길게 이어져 있어서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는 핑계로 숨을 고르고 그 기세를 모아 더욱 가팔라진 계단을 단숨에 올라 마침내
포대능선 정상에 도착을 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우선 도봉산 사령부와 마주하는데... 맨 왼쪽 봉우리부터 선인봉, 만장대 그리고 자운봉이다. 자운봉 오른쪽 봉우리가 신선대로 일반인이 갈 수 있는 도봉산 최고봉이다.
눈앞의 바위 오른쪽으로는 멀리 북한산이 보이는데... 멋진 모습이지만 약간의 비장감으로 제대로 감상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Y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한참을 몹시 가파른 바위 절벽을 쇠 난간에 의지해 한참을 내려섰다가 또다시 급하게 올라가야 하는 길로, 아래로 이어진 계곡과 붙여보면 굳이 Y자 모양이라서 Y계곡으로 불리는 것 같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곳을 건널 때마다 나이가 의식된다. 점점 힘이 부치는 것을 체감하다 보니 이러다 내년부턴 건너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도 들고...
예전 보다야 힘이 더 들긴 했지만, Y계곡을 건너 자운봉과 신선대를 마주하고 있다. 자운봉이야 전문 산악인 몫이지만 오른쪽 신선대는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도봉산 최고 높이.
부지런히 다가가 오봉능선을 바라보며 신선대에 올라가 오랜만에
신선대 정상목에 손을 얹고 정을 나눈다. 그리고 조금 전 건너온
Y계곡을 바라보며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다. 이번에 문제없듯이 다음에도 Y계곡은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거야. 준비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없으니 꾸준한 운동만이 답이야.
다시 멀리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주능선과 인수봉 및 백운대가 제대로 보이는 북한산을 바라보다가
하산을 시작한다. 주능선을 조금 더 걷다가 우이암 쪽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조금 일찍 산행을 마치고 싶어
선인봉쉼터가 있는 급경사 내림길에 발을 놓는다. 망월사 길과는 달리 이 쪽 길에는 토요일인 만큼 많은 산우님들이 보인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마당바위에 도착했지 싶다. 배 속에서 연신 에너지가 떨어졌다는 신호가 와서 평평한 바위에 자리를 펴고 컵라면으로 점심을 한다.
점심을 마치고, 아이젠을 벗었는데... 산 아래쪽임에도 많은 곳이 빙판이라서 조금 가다가 아이젠을 다시 착용했다. ㅋㅋ 생각해 보니 예전엔 한 번 벗은 아이젠을 다시 신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ㅋㅋ 자존심?
천축사를 지나고
계곡 하류에 도착을 하여, 다시 아이젠을 벗고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고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가고 있다가 마주한 광륜사. 적어도 30여 년 전에 아래 사진의 자동차가 향하는 방향으로 가서 다락능선으로 등산을 했었다는 흑백의 기억이 떠오르지만
하도 희미해서 뚜렷한 것 하나 없으나 분명한 것 하나는 아주 해복했었다는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러니 뭐 하나 알 수 없음에도 이렇게 미소 짓지. ^^
도봉산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 산행을 마치고 도봉산역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길가에 있는 등산매장 시**애서 Rab 뉴트리노 프로 재킷과 벙어리장갑을 구입하고는 메라피크 정상에서 두 손 번쩍 들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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