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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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민주지산 _ 황룡사에서 한바퀴 돌아오기.

mangsan_TM 2024. 2. 18. 13:57

 

 

 

2024년 2월 16일(금).

충북과 전북을 경계하는 민주지산에 다녀왔다.

민주지산 등산지도

 

 

 

충북 영동에 있는 황룡사 앞쪽에 있는 한 상가에 차를 두고

황룡사 - 쪽새골 - 민주지산 - 석기봉 - 은주암골 - 황룡사로 원점회귀를 했다.

 

 

 

산 아래에선 영상의 기온이었지만 산 위쪽은 영하의 기온이었고,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씨였다. 혹시 하는 마음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상고대가 있던 산행으로 산악회MTR과 함께 했다.

 

 

 

물한계곡주차장(무료)이 있지만, 황룡사에도 주차장이 있을 것 같아 황룡사 까지 차로 올라왔지만, 주차장이 없어서 황룡사 일주문이 직접 보이는 상가에, 하산 후에 식사할 것을 약속하고 주차를 했다.

황룡사일주문

 

 

 

황룡사에 들어서고 그 오른쪽에 있는 계곡을 따라 가다가 그 계곡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데...

 

 

 

길이 완전 탄탄대로였다. 물한계곡의 상수원 보호 차원으로 세워진 철망을 옆에 둔 대로를 한 20여 분 걸어가서 만난

 

 

 

잣나무숲 삼거리. 지도를 보고 나서야 한두 차례 지났던 삼도봉으로 가는 길이 생각났다. 하지만 오늘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다. 왜냐하면 민주지산을 거쳐 석기봉까지는 갈 수 있겠는데... 삼도봉은 석기봉에 도착한 시간을 보고 난 후에 가고 말고를 결정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주지산은 이미 두세 번은 다녀온 것 같은데... 그 중 기억나는 것 중 하나... 아주 오래전 눈이 엄청 쌓여있었던 그 어는 날. 삼도봉으로 올라가 민주지산을 거쳐 이 길로 하산하는데... 내내 엉덩이 썰매로 내려왔었던 기억이다.

 

 

 

그렇게 재미있었던 하산 길이었지만, 너무도 길게 느껴졌던 이 길. 그때와는 달리 눈도 없고 길도 널찍해서 오르는 재미가 덜했지만, 많은 물이 흐르는 쪽새골을 건너가고 오는 재미로 산행을 이어갔다.

 

 

 

그렇게 삼거리에서 20여 분 더 걸어오르자 보이는 눈. 오~ 어젯밤 많은 지역에서 비가 내렸는데... 이곳은 눈이 왔나 봐?

 

 

 

고도를 높여갈수록 점점 길 위의 눈들이 더욱 새로운 것 같으니 그 생각이 맞는 듯했다. 드디어 대로가 끝나고

 

 

 

산길 다운 산길로 들어서는데... 그래도 큰 산이 주는 위엄인지

 

 

 

길바닥엔 오랜 시간을 버텨낸 얼음덩이가 있고, 길가 주변에 있는 바위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미끌거리는 길에 조심스럽게 오르다가 보게 된 풍경.  나뭇가지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햇빛에 영롱히 빛나고 있는 풍경이다. 가만? 이것은...? 상고대가 녹은 흔적인데?

 

 

 

복권을 살 때의 그 기분. 당첨을 기대하되 당첨될리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그 느낌. 그 기분으로 상고대를 기대하면서 오르고 있었는데... 얏호~~  허연 산꼭대기가 보였다. 대박!!

 

 

 

정상을 700여 미터 남겨두고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아래쪽에선 녹아 물방울이 됐던 상고대가

 

 

 

고도를 높여갈수록 자신들의 존재감을 점차로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얼어있는 길 위를 어제 내린 눈이 덮고 있고 게다가 가파르기까지 해서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이 됐다면 이럴까? 여러 난관이 있지만, 기쁨이 더 커서 어려움이 절로 극복이 되어지는 기분! 암튼,

 

 

 

각호산에서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민주지산 주능선에 어렵게 올라섰다.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는 잠깐의 수고로움이 있으면 보다 쉽게 오를 곳을...  

 

 

 

그 귀찮음의 댓가가 혹여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음에도... ㅜㅜ. 어쨌든 쪽새골삼거리에서 잠시 가쁜 숨을 고르는데... 우와~~

쪽새골삼거리

 

 

 

여기 상고대가 요즘 젊은이들 용어로 찢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를 적당한 굵기로 새하얗게 감싼 상고대. 얼마나 멋진지 거짓말 보태서 한 10여 분은 감상한 것 같다.

 

 

 

이제 정상까지는 100여 미터 남짓. 오래 전의 기억이지만 분명 경사가 몹시 급했다는 기억이 있어서 아이젠을 장착하고 정상으로 오르는데... 

 

 

 

아니나다를까? 아이젠을 장착하고도 그곳에 있던 로프를 잡고서 간신히 오르는 비탈이 존재했다. 그래도 그 정도의 수고로움 쯤이야

 

 

 

정상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이 주는 맛에 비할까. 저 능선이 백두대간인가? 보통은 보고 그 멋짐 자체를 즐기는 편인데... 가끔은 어딘지 궁금할 때도 있다. 

 

 

 

아직 밟아 보지 못한 멋진 곳이 보여서 언젠가는 그곳을 걸어보고 싶은 욕망이 일 때가 그렇다. 물론, 주변에 유명한 산이 있어서 지금의 위치를 대충 인식하고자 할 때도 그렇긴 하지만...  

 

 

 

한 때는 점점 몸이 낡아져 간다는 느낌에 가급적 사진을 남기지 않으려 했지만, 낡아져 가는 것이 아닌 아름답게 늙어가야지 하는 인식 이후론,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란 기분으로 내 자신을 종종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이제 석기봉으로 가야할 시간. 조 앞에 뾰족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석기봉이다. 어느 해 여름, 도마령에서 각호산에 올라 여기를 거쳐 석기봉과 그 옆의 삼도봉으로 갔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한동안 길을 그리고 난 후,

 

 

 

좀 전에 힘겹게 올랐던 가파른 길을 되내려가 쪽새골 삼거리에 있는 벤치 위에

 

 

 

점심 자리를 펴고, 파란 하늘과 흰 상고대를 보면서 점심을 즐겼다. 

 

 

 

현재 시간 12시 58분. 황룡사에서 2시간 정도를 지불한다면, 정상석과 교감을 나누고 주변을 충분히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이제 행복한 점심도 마쳤으니 석기봉으로 출발!

 

 

 

석기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아주 완만한 오르내림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그 작은 높낮이가 상고대의 있고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 걷는 일에 흥미를 더했다. 그래도

 

 

 

석기봉이 민주지산 보다 약간이지만 더 높아서, 어느 정도 다시 오른 고도부터는 하얀 동화 속 세상을 만들었다.

 

 

 

석기봉에 오르기 전, 전북 내북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오른쪽에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봤다. 어느새 먼 곳으로 보이는 민주지산을 한 번 보고

 

 

 

올라야 할 석기봉을 바라봤다. 음~~  이 부근에 뭔 마애불이 있었다는 기억이 문득 들었는데... 조 앞에 보이는 바위가 그곳이 아닐까 하는 뜬금 생각도 들고... 그 조급한 생각으로 급히 가 보니...

 

 

 

그 생각이 맞았다. 삼두마애불. 머리 부분만 크기 순서대로 3개가 아래로 연이은 불상이 부조된 바위. 그런데 그 아래에 있는 석간수는 기억에 없으니 물은 이번에 처음 마셔보나 보다. 

 

 

 

마애불에서 잠깐 올라선 곳에 있는 삼거리 이정표. 석기봉 정상과 삼도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지만 정상까지는

 

 

 

불과 50여 미터? 정상에 올라갔다가 이곳에 되내려와 삼도봉으로 이어가야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막바로 넘어가는 바윗길로 내려가 삼도봉으로 갈 수도 있다. 암튼, 이곳 역시 조망 맛집. 

 

 

 

오른쪽 각호산에서 민주지산 그리고 이리로 연결된 주능선을 보면서 뿌듯해 하고

 

 

 

가는 길 오른쪽이 무주군이니 덕유산이 어디쯤 있을까 찾아도 보고... 저기 슬로프 모양이 있는 산이 덕유산이 아닐까? 그리고

 

 

 

그리고, 사진 중간 뒷쪽에 있는 봉우리가 삼도봉이고 그 아래 안부가 삼마골재 같은데... 현재 시간 2시 38분.

 

 

 

삼도봉을 거쳐 황룡사로 가는 거리가 대략 7.5 km. 그럼 도착 시간이 약 6시 정도? 에이 여유있는 산행이 컨셉인데... 일단 가 보기는 하지 뭐. 

 

 

 

우선, 은주암골 삼거리로 내려섰다가 상황을 봐서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느긋하게 내려서는데...

 

 

 

허걱!! 계단 위에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 빙판이 된 계단길. 그래서 계단을 두고 엉뚱한 곳을 헤치며

 

 

 

조금은 힘겹게 은주암골 삼거리에 도착을 했는데... 눈이 많으면 눈이 많으면 위험스런 길이 운주암골 길이라는데...? 비록, 삼도봉이 1km 밖에 안되지만 좀 더 편안하게 내려갈 결심으로 과감히 삼도봉은 패쓰!!

 

 

 

은주암골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으악~~  세상에 이런 급경사에 눈 쌓인 빙판길이라니

 

 

 

한참 동안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각종 동작을 취하면서... 그렇지만 연신 헛웃음을 흘리면서 경사가 완만해 지는 곳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길 옆으로 많은 눈이 왔을 경우 길 안내를 해주는 폴대를 살펴보니

 

 

 

눈이 많이 왔을 경우엔, 허리 높이까지 눈이 쌓이는 모양인데... 그런 상황에서 산행을 하는 상상을 해보니 ㅋㅋ 우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몹시 힘들고 위험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가파른 경사길을 제외하면 순둥이 등로라서 빠른 걸음을 걸어

 

 

 

삼도봉과 이어지는 미나미골길에 합류를 했다. 이제부터는 오를 때의 그 길처럼 아주 평탄한 길.

 

 

 

그렇지만 워낙 많은 물을 간직한 민주지산이어서 물을 건너다니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오를 때 지났던 잣나무숲 삼거리를 가까이 두고 민주지산갯마숲길로 들어서는 이정표가 있어,  그 숲길로 들어섰다. 

 

 

 

오를 때의 임도길과는 다르게 물한계곡을 따라 산자락에 놓인 길이라서 걷는 맛이 좀 더 좋은 길이었다.

 

 

 

물한계곡으로 흐르는 물이 얼마나 풍부한 지, 물소리가 마치 신화 속의 싸이렌 소리인 것만 같았다.

 

 

 

4시 40분. 황룡사를 지나 차를 세워둔 그 식당에 도착을 하면서 산행을 마쳤다. 

 

삼도봉. 어쩌면 민주지산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지만, 거기를 들리지 않고 왔음에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디를 가든 그 과정을 더 즐길줄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의 음식을 권하는 식당주와 말을 섞은 이후로는 오늘의 즐거움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져, 그 분이 요구하는 주차비 일만원을 재빨리 주고는 떨어지는 행복감을 급하게 막았다가 황간마을에 있는 동해식당에서 올갱이국으로 행복감을 재충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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