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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이진봉. 작은분당봉. 영장산 _ 가볍고도 즐거운 산책. 본문
2024년 4월 23일(화).
우리 동네 영장산에 다녀왔다. 걸은 길은 이매역 - 이진봉 - 작은분당봉 - 율동공원 - 영장산 - 매지봉 - 종지봉 - 이매역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와~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몹시 맑다. 산에는 바람결을 따라 움직이는 연두색의 물결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결국은 충동적으로 배낭에 물 한 병과 빵 한 덩이를 넣고서는 집을 나섰다.
이매역에 도착하니 10시 20분. 오늘은 어떤 산행을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큰길을 따라 서현역 방향으로 간다.
서현 먹자골목을 감싸는 작은 동산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들어서면 깊은 산의 맛을 지닌 곳이라서 내가 아끼는 산책길이다. 오늘은 그 길을 걸을 예정이다. 서현 근린공원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들머리로 들어서니
싱그러운 연두빛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마치 맑은 물속에 있는 수초처럼 보인다.
이매역(3번출구)에서 한 15분 정도 걸었을까? 이 동네의 대장인 이진봉에 도착을 했다. 잠시 앉아서 쉬어도 좋으련만...
뭐가 바쁘다고 그냥 휑하니 지나가는지... 오래 전엔 곧장 가서 영장산에 갔었는데, 지금은 철망으로 길이 막혀 있다. 사유지일테니 이해는 되는데... 좁은 길 하나 내어줄 아량이... ㅜㅜ 어쩔 수 없이 철망을 따라
산에서 내려가니 마을이 보이고... 규모가 있는 빌라동들이 여러채 모여있는 동네였다.
동네에서 내려와서 만난 큰길. 서현에서 새마을연수원으로 가는 도로인데 당분간 그 도로를 따라 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주말농장처럼 여러 농작물이 자라나는 밭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왜냐하면 밭을 가로질러 조악한 다리를 건너고
왼쪽, 밭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자락에 도착하는데... 그곳에 작은분당봉으로 가는 들머리가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산자락을 올라가면
벤치 몇 개가 놓인 고이 나오는데.. 그곳이 작은분당봉 이다. 지금 시간이 11시 13분이니 이진봉에서 약 35분 거리에 있는 것 같다.
작은분당봉에서 한 발짝 내려와 만나는 길에서, 왼쪽으로 계속가도 되지만, 한 30여 미터 가다가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왜냐하면 그 길로 내려서면 율동공원에 있는 분당저수지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 무척 깔끔하다 했는데... 근동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듯 싶다.
11시 25분. 이매역에서 약 1시간 정도를 걸어 율동공원 책테마파크에 도착을 했다.
분당저수지의 수변과 맞닿아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휴식을 하면서 힐링을 하는 곳인데... 급할 것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이곳저곳 기웃거려졌다. 그러면서도
발걸음은 공원 관리소 쪽에 있는 율동푸드파크로 향하고 있다. 왜냐하면 푸드파크를 가로질러가야
국궁장으로 가는 길과 만나고 그 오른쪽으로 가다가 국궁장 앞쪽에 세워진 이정표가 보이면 그가 가르키는 거북터로 향해야
비로소 영장산으로 들어서는 들머리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미 몇 차례 다닌 바가 있어서 익숙하게 도착을 하고
산길로 들어섰다. 매번 처음에 마주친 오르막에 당황해서 과한 힘을 들이며 올라가곤 했으나, 곧
걷기가 좋은 정도의 산길과 만나고 나서야 아~ 이길이 이랬지 하면서 즐거운 마음에 괜히 혼자 흥얼거리며 걷곤 했는데... ㅋㅋ 오늘도 마찬가지. 이런 좋은 길을 걸을 땐 무작정 가는 것 보다
멈춰서서 이 숲의 세세한 것까지 즐겨야 하건만... 할 줄 아는 것이 셀카놀이 뿐인가? ㅋㅋ 너도 이젠 많이 늙었구나.
완만한 길은 잠시 봉긋한 언덕에 있는 연수원 갈림길로 와서 끝이 났다. 여기서 연수원길과 산책로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작정하고 한 번 와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오는 이유는 또 뭘까?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 다른 격한 오름길. 빽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른 때엔 길만 보고 오르느라 보다 더 힘이 들었지만, 지금은 주위가 온통 연두연두 해서 힘이 드는데 힘들지가 않다. ㅋㅋ 뭔 말인지.
등산 앺에서 울리는 요란한 신호와 함께 도착한 봉우리. 주변의 여건을 살펴보면 이곳이 응달평산일 확률이 높은데... 앺에는 곧은골고개로 표시되어 있다. 암튼, 지금 시간이 12시 28분이니 율동공원에서 대략 1시간 만에 오른 것 같다.
봉우리에서 내려와 거북터를 지나고 영장산 정상을 향해 간다.
가는 길에 어쩌다 하늘을 봤는데... 연두색이 이렇게 유혹적이었다고...? 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가슴까지 설레는 것을 보니... 이미 유혹이 됐네! 됐어!
어느새 영장산 정상 밑에 와 있다. 누군가 말한 '정상은 쉬이 보여주지 않는다'란 말을 실천하는 듯이 아주 거칠고 급한 오르막길. 그럼에도 예전엔
단박에 올라갔지만... 악착함이 순해진 요즘엔 이렇게 한 번 쉼을 주고 저 앞쪽에 보이는 문형산은 또 언제 가지? 하는 적당한 핑게로 에너지를 축척하고는
영장산 정상에 올라섰다. 12시 42분이다. 이제부터는 하산의 시간.
아주 오래 전에는 없었는데... 어느 분의 지극한 정성이 모여서 이룩된 국기탑에 인사를 하고
종지봉 방향의 길 위로 들어섰다. 이매역에서 영장산을 오를 때
솔밭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산행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인데... 그 구간을 내려가는 맛도 나쁘지 않아서 종종 이용하곤 하는 길을 내려와
이 후. 완만한 내림길. 걷는 속도를 높혀보기도 하고 즐거운 상상도 하면서 운동시설이 있는 곳까지 와서 멈췄다. 예전엔 이곳에서 턱걸이도 하곤 했지만... 걍 패쓰! 곧바로 매지봉 영역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매지봉으로 이르는 길은 올라섰다가 평지를 걷고 하는 것을 세 번이나 반복해서, 뭔 노래의 라임 만큼이나 걷는 것이 즐거운 곳이다. 게다가 큰 힘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많은 분들이 즐겨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암튼, 매지봉에 올라서고 다시
안부로 급하게 내려섰다가, 200여 걸음으로 급한 계단을 올라가면서 종지봉 영역에 들어섰다. 다시 그곳에서
편안한 능선길을 300여 걸음을 더 걸어 도착한 곳이 종지봉. 매지봉과 종지봉은 바로 이웃한 봉우인데도 한 15분 이상을 투자해야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종지봉에서 여성문화회관 쪽으로 비교적 가파른 길을 500여 미터 정도 내려가서 안부에 도착했는데...
갈림길이기도 한 이곳에서 곧장 올라가 성남아트홀로 가도 되지만, 가는 길 왼쪽으로 난 이매역 방향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은연 중, 지금까지 긴 거리를 걸었으니 아트홀로 가는 길에 비해 거리가 많이 짧은 이 길을 택했나 보다. 그렇지만
이 길 주변의 풍경도 좋아?서 자주 이용하는 곳인데... 농작물 경작도 좋지만... 이 흉물스러운 울타리는 뭐람. 괜히 잠재적인 도둑놈이 된 기분이라서 내려가는 동안 불쾌한 기분이 조금이지만 담겨진다. 암튼,
분당 외곽을 지나는 도로 밑을 지나면서 이매동 마을로 들어서고, 한 15분 정도 마을길을 걸어
이매역(2번출구)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에어건으로 몸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먼지 등을 떨궈내리면서 오후 2시 15분, 오늘의 기분좋은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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