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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북한산, 비봉능선과 소귀천계곡 _ 일찍 일어나서 생긴 일. 본문
2024년 5월 2일(목).
북한산 비봉능선과 소귀천계곡에 다녀왔다.
불광역 2번출구에서 북한산생태공원까지 걸어가
용화공원지킴터 -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청수동암문 - 문수봉 - 성덕봉 - 대동문 - 우이역으로 산행을 했다.
비교적 미세먼지가 없는 맑고 깨끗한 날씨였으며, 잔잔한 바람이 있어서 산행하기 아주 좋았다.
어제 우리 부부와 처제 부부가 모처럼 만나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는데... 술이 어설펐나 보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경. 무료하게 있느니 북한산이나 다녀올까? 하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채비를 갖추고...
5시도 안된 시간이었지만, 전철역으로 향했다. 이매역에서 5시 14분 첫 차를 타고 불광역에 내린 시간이 6시 40분. 2번출구로 나와 북한산둘레길을 따라 구기터널 방향으로 걸었다.
예전 어느 산우님의 글이 얼핏 생각이 나서 이곳 생태공원을 시작으로 족두리봉에 오른 다음 향로봉을 거쳐 불광사 방향으로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생태공원에 도착해서... 계단을 올라 멀리 보이는 족두리봉을 향하기는 했는데... 이후의 길을 알 수 없어서 산책 중인 어느 분께 길을 여쭸다. 그 분께서는 오른쪽에 보이는 마을을 손으로 가르키시더니...
마을 사이로 난 길을 친절히 가르쳐주셨다. 그 길을 지도에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그 분의 친절한 가르침 덕에, 용화공원지킴터에 쉽게 도착을 하고
달콤한 향으로 힘을 주는 아카시꽃의 응원에 힘입어 족두리봉을 향하는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북한산 특유의 바윗길을 오르기도 하고, 국립공원 특유의 돌계단길을 걷기도 하면서 한 25분 정도 올랐을까?
나무에 가려졌던 하늘이 확 열리면서 불광동의 모습이 보이는데... 맑은 아침햇살 덕분인지 건물조차 싱싱해 보였다.
이정표를 보니, 이제 족두리봉까지 남은 거리는 500여 미터. 바짝 힘을 주면 금방 올라갈 것 같은데...? 하지만
경사도 있는 바윗길을 걷는 것이 재미도 있고...
북한산 산그리메도 막 보이기 시작하고... 게다가 이미 한번쯤은 다 올라가 본 경험으로
이 봉우리는 향로봉이고, 저것은 비봉인데... 여기선 문수봉이 보현봉 보다 낮아 보이는데...? 확신을 재어보기도 하다 보니 시간 비용이 꽤 들었다.
암튼, 여전히 재미있고 스릴이 있는 바윗길이 남아 있어서 행복한 마음으로 바위 위에 올라가
올라온 아래를 보면서 그 아찔한 기분을 만끽하기도 하고
저 앞쪽 멀리에 있는 안산, 인왕산 그리고 북악산의 모습을 감상하는데... 인왕산 뒷쪽 더 멀리에 있는 남산타워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을 즐거워했다. 그런데...
다시 만난 이정표엔 족두리봉을 가르키는 나무판이 없다! 막바로 향로봉으로 가라는 것 같은데... 찾아보니 나무 난간을 따라 곧바로 오르는 길이 보여서 불문곡직 그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맙소사!! 눈 앞에 버티고 선 이 가파른 바위슬랩은 또 뭐람. 그래도 누군가 오른 흔적이 보여 눈 질끈 감고 직등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무서움이 일어 조심스럽게 뒤돌아 내려오고... 슬랩 왼쪽으로 비교적 오르기 쉬운 곳으로 올라와
아래를 보면서 연신 맙소사!만 외쳐댔다. 아니 이곳을 직등하는 분들이 있다는 글을 보기는 한 것 같은데... 이런 곳을? 줄 없이 올라왔다고...?
에효~~ 그럴 담량이 없는 내겐 완만한 릿지 혹은 정겨운 바윗길이 제격이지.
드디어 정규 등산로에 접속을 해서 족두리봉 정상에 올랐다. 족두리봉은 돔 형태의 암봉이라서 사방이 모두 절벽이다. 따라서
오르고 내리는 길은 같은 것으로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지금까지 올라온 길(아래 그림의 주황색 선)은 당연히 정규 등로가 아닐 확률이 많고...
암튼, 8시 2분. 족두리봉과는 첫 대면을 하는 것이니 만큼 공손한 마음 가짐으로 정상목과 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봤다.
쥬라기 시대에 분출된 화산으로 형성된 암봉이라는데... 그래서 생성된 암석 절벽과
나마(물웅덩이 같은 곳)와 토어(울퉁불퉁 바위위덩이) 등도 관찰?해 보고...
무엇보다도 가야할 향로봉과 그 뒤로 이어지는 비봉능선을 시원한 기분으로 감상한 다음
족두리봉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암석 돔을 오르내리는 유일한 정규길을 따라 조금 내려와서 만난
갈림길. 곧장 가면 불광공원지킴터로 갈테지만, 향로봉을 목표로 오른쪽 길로 꽤 깊히 내려선 다음
족두리봉을 오른쪽에 두고 반바퀴 빙돌아 내려가다가
살짝 올라가서 용화공원에서 향로봉으로 직접 가는 등산로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한웅쿰 올라서다가 뒤돌아 보면서... 오우~~ 족두리봉이란 이름이 어떤 이유로 붙게 됐는지 깨달으면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향로봉을 바라봤다. 그런데, 저 향로봉을 오른쪽으로 도는 허릿길을 요즘 북한산 차마고도라 부른다고 어느 산우님이 그러던데... 한번 가볼까?
안부 오거리로 내려와 막바로 향로봉에 오르지 않고, 오른쪽 탕춘대공원지킴터 방향의 길로 들어섰다.
왜냐하면, 그 방향 산허릿길을 쭉 따라가는 것이 북한산 차마고도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저 앞 모퉁이에서
왼쪽의 바위 위로 올라서거나 혹은 조금 더 가면 탕춘대능선길과 만나는데...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자연스럽게 향로봉에 도달한다고 하니 열심히 그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향로봉은 바로 머리 위로 보이건만, 이정표엔 비봉을 가르키며 여전히 오른쪽 길을 택하라고 유혹 중이다. 비록,
처음 걷는 길이라 얼 수가 없지만, 그래도 지조가 있지... 곧장 오르는 길의 흔적이 보이면 서슴치 않고 그 길 위에 섰더니... 에너지가 바닥에 있는 기분. 적당한 곳에 앉아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엇? 향로봉 오르는 탄탄대로가 따로 있었네? 그렇게 그 길을 가고 있는데
왼쪽으로 멋진 바윗길이 보여, 또 아무생각 없이 전신운동을 하며 그 길로 올라갔다. 애쓴 보람이 있는지
탁 트이는 조망! 왼쪽으로 잘생긴 향로봉 암벽이 보이고
아래로는 북악산, 인왕산, 란산이 또 멋지게 보이고... 암튼, 정규등로와 재 접속을 하고 조금 더 올라가 비봉능선과 접속을 했다.
올라선 곳 바로 왼쪽에 향로봉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른 다음
우선 조금 전에 올라가 있었던 족두리봉을 보면서 새삼스러워하다가
하산할 예정인 능선을 손가락으로 짚어 봤다. 가까이 있는 요 어래 흰 바위가 있는 것이 삼각점봉이고, 그 아래가 진관봉. 그 밑이 기자봉 그렇다면 저 왼쪽 아래의 봉우리가 향림봉이겠군.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와우~~ 저 멀리 북한산 사령부(삼각산), 그 앞이 의상능선. 또 그 앞은 응봉능선. 머찌다 머쩌!!!
관봉과 비봉은 지척인데...? 가만 현재 9시 28분?? 넘 이른 시간인데? 즉흥적으로 비봉까지 갔다 오기로 결정을 하고...
가볍게 관봉으로 올라와 향로봉의 멋진 모습을 눈에 담고 나니 왠지 기분이 벅차다. 그러나 이제는 격한 감정이 필요치 않은 시절.
일부러 털어내고는 침착하고 관조하는 자세로 임했다.
오~~ 북한산 사령부는... 걸어온 걸음 수 만큼이나 뚜렷해지고 멋져 보이는군.
이제 코 앞에 보이는 비봉과 비봉능선. 관봉과는 오르내림도 거의 없는 길이라서
5월의 꽃인 병꽃의 산뜻함을 안고, 비봉의 암봉 밑으로 왔다.
젊은 날에는 달리다시피 오르내리던 바윗길을 이제는 길 아래에 배낭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올라가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비봉능선을 감상하고, 진흥왕 순수비도 멋지게 찍고? 어...? 순수비 사진이 왜 없는 거지? 분명히 찍은 기억이 있는데...? 다시 내려와
코뿔소바위 앞에서 숨을 골랐다. 앞에 펼쳐진 비봉능선과 그 왼쪽의 의상능선을 보니 왠지 가슴이 설렌다. 현재 시간 10시. 하산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래! 모처럼 시간도 되니
북한산 종주를 하자. 문수봉에서 백운대를 거쳐 우이동으로 내려갈 결심을 하니 사모바위까지는 한달음에 도착한 느낌이다.
오래 전에는 이곳에서 응봉능선을 타고 진관사로 내려섰지만, 오늘은 저기 앞의 승가봉을 향해 줄발.
시작이 반이다란 말이 있듯이 종주를 결심하고 나니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다. 마치 축지법이라도 쓴듯 어느새 승가봉에 올라 온 길을 뒤돌아 보고
요 앞의 돌문바위를 지나 그 뒤로 올라가야할 문수봉 암벽길을 설계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정신력을 강조한다고 해도... 몸이 피곤하면 따를 수 없는 법. 그렇게 종주를 하고자 하는 의지에 반해 돌문바위를 지나고 나니 몸이 무겁다. 그나마 내게는 이럴 때일수록
적당한 곳에 앉아 쉼을 갖고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는 지혜가 있어서 다행이다. 귤 반 조각과 맛 없는 멥쌀떡 한 귀퉁이로 에너지를 채우면서
어떻게 문수봉에 오를까 고민을 했다. 조기 암벽을 오르는 길(주황색선)은 둬 차례 다녀봤으니... 이번엔 걸어본 적 없는 청수동암문 쪽으로 오를까?
오늘은 왠지 청수동암문쪽 길이 궁금하여(사실은, 힘든 길을 피할 목적 다분하지만), 쉼을 마치는 대로 돌문바위를 내려와 잠시 숲길을 지나고
뒤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돌문바위와 작별을 한 후,
갈림길 앞에서 망설임 없이 청수동암문 방향의 길로 들어섰다.
평탄 숲길을 지나 너덜 오름길을 올라가는데... 왜?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느니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느니 하는 말이 생각날까? 아마도 그건 문수봉을 오르는 두 길 역시 모두 힘들어서일 게다.
암튼, 청수동암문을 통과해서 의상능선과 접속을 하고... 그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문수봉 오르는 길 중, 나한봉과 나월봉 그리고 백운봉이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옛 기억으로 쉼을 대신했다. 그리고
11시 42분. 문수봉 정상목 앞에 섰다. 불암역에서 대략 5시간 거리인 듯 싶다. 북한산 차마고도를 감안하더라도
불광역에서 적어도 4시간 30분을 들여서야 문수봉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주변 산우님 덕에 인증을 하고
걸어본 지 벌써 2년이 지난 사자능선과 보현봉. 그리고 아래에 있는 문수사도 둘러보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열심히 걸어온 비봉능선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본 다음, 산성주능선길에 발을 들였다.
그런데... 그런대... 있어도 보지 않던 플래카드를 대남문에 도착해서야 보았는데... 이런~~ 용암문에서 백운대로 가는 길이 낙석으로 인해 막혔다는 내용이다. 허허 참~~ 그럼 종주는 틀린거고... 우선 대성문까지 가 보고...
여기 대성문에서 형제봉을 지나 국민대 앞으로 갈까? 조금 더 가서 칼바위능선으로 내려 가?
암튼, 칼바위능선의 입구인 보국문까지 가기로 결심을 세우고 여전히 성곽을 따라 걸어서
조망 명소인 성덕봉 위에 섰다. 온 길 뒤돌아 형제봉에서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감상하고
백운봉과 멀리 도봉산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락산과 불암산도 보고...
보국문에서 이어지는 칼바위능선도 살펴본 다음, 다시 힘차게 발을 디뎌
보국문에 도착을 했지만... 보국문은 복잡한 작업환경 속에 있었다. 그 속에 발 들이기도 싫고...
그래서, 대동문까지 가서 진달래능선 혹은 소귀천계곡으로 내려갈 결심으로 바람이 적당히 살랑대는 성곽 나무그늘길을 걸어가는데... 나무그늘이 얼마나 좋은지. 었다 가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아
적당한 곳을 찾았지만 결국엔 대동문에 와서야 나무그늘과 상쾌한 바람을 만끽했다. 그렇게 한참을 멍때리다가
대동문을 나오고
진달래능선과 소귀천계곡 갈림길에서, 역시 처음 가보게 되는
소귀천계곡으로 향했다. 한동안 급격히 떨어지는 것 이외에는
걷기 편안한 길이 이어져서 이 생각 저 생각 급기야는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다.
용담수는 물이 말라가는 듯했지만, 이후로 이어지는 계곡엔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고 있어서, 발 담그기 적당한 곳으로 가 땀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 잠시 후에 이용할 대중교통을 대비했다. 그리고
잠시 더 걸어내려와 만난 약수터(용천샘)엔 물이 풍부해서 한 그릇 시원하게 드링킹.
소귀천공원지킴터를 나오니
한옥카페 선운각이 나왔고,
이 후, 북한산 우이역으로 향해 가다가 여름철 이곳을 지날 때마다 들리는 콩국수 집에 들려서 맛난 콩국수 한 그릇으로 2시 30분,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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