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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남한산 _ 마음이 심란해서... 본문
2024년 5월 20일(월).
남한산에 있는 산성을 한바퀴 돌고 왔다.
동문에 차를 두고
장경사 - 동장대터 - 벌봉 - 남한산 - 북문 - 연주봉 옹성 - 서문 - 남문 - 동문으로 성 안팎을 넘나들었다.
한 달? 그 이전부터였나? 울 마눌님께서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해서, 나 역시 크게 생각치 않고 있었는데... 그래도 뭔지는 알아야 하겠기에 오늘 근처 C병원 부인과로 갔더니... 암센터로 가서 정확한 진료를 받으랜다. 그래서 그곳에 가급적 빠른 날인 내일로 예약을 하고 집에 왔는데... 왜 이리 심난하고 가슴이 답답한지...
안되겠다 싶어 11시가 다가오는 시간이지만 대충 산행준비를 하고 남한산성 동문으로 왔다. 평소엔 이곳에서 남장대터로 올라 시계방향으로 돌곤 했는데... 오늘은
평소 보다는 다른 간절한 마음을 표하고 싶어 동장대터로 올라가 남한산 정상을 먼저 들릴 예정으로 동문 왼편에 있는 가파른 계단으로 발을 들였다.
잠시 오른 뒤부터는 오른쪽으로 훤히 열려있어서
멀리 검단산 송신탑부터 맞은편 남장대터가 있는 봉우리 그리고 오른쪽 멀리 청량산(수어장대)까지 한동안 바라봤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부디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그 놈만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걷고 있는데...
장경사를 눈 앞에둔 지점에서 정말로 뜻 밖의 사람과 만났다. 나보다 2년? 앞서 은퇴한 직장 선배.
산을 좋아해서 같은 직장에 다닐 때, 산행도 함께 자주 했었던 선배님인데 이제는 국제적으로 활동하시는 듯. ㅋㅋ 그래서 평소와 달리 이곳으로 먼저 올라오게 된걸까?
어쩌면 운명이니 인연이니 이러한 것들이 존재하는 것일 수도... 보지 않은 기간의 길이 만큼이나 긴 대화를 나누고 서로 각자의 길로 향했다.
제2암문을 통해 나갈 수 있는 장경사신지옹성에 도착해서, 이제는 남한산 정상이 앞쪽에 보여서 갈 길을 가늠해 보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끝에 있는 한봉과도 눈인사 했다. 역사적으론 철옹성인 남한산성에 청병들이 한봉에서 포를 쏘아대는 통에 임금이 항복했다는 썰도 있던데...
우리의 건강도 여지껏 잘 지켜냈으나 저 한봉과 같은 곳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암튼, 바짝 한소금 치고 올라가 동장대(터)에 올라섰다.
남한산성엔 외성이 세 곳이 있는데... 한봉을 중심으로 한봉성과 벌봉을 중심으로 하는 봉암성. 그리고 신남성이 그 곳이다. 오늘은 그 중 한곳인 봉암성에 다녀올 예정으로
동장대 바로 밑에 있는 제3암문을 통과해서 벌봉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벌봉과 남한산 정상과는 서로 아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5월의 꽃들 중 여왕이라 불리는 꽃. 붓꽃(Iris_달콤한 키스의 향기). 강력한 아름다움에 전설 한 번 떠올려보고
남한산 정상과 벌봉으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왼쪽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오른쪽으로 가 정상을 먼저 들려도 되지만...
걍 지금 바로 생기는 마음을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마치 옛 수도사가 걸은 마음가짐으로...
통과해서 성 밖으로 나가면 하남이나 광주 산곡으로 갈 수 있는 제13암문 앞에 섰다. 벌봉은 13암문 성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면 나오는데...
어렵지 않게 오른 마지막 바위 봉우리를 다시 내려설 때엔 고소감이 와서 무척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정상의 조망은 나쁘지 않았지만, 좁게 보이는 단점이 있어서 봉암신성 신축비가 있는 바위를 둘러보고는 온 방향으로
왼쪽으로 성곽을 두고 걷고 있다가 적당한 곳에서
보수공사를 마친 성곽 위로 올라 성곽길을 따라갔다. 사실 성곽을 개보수 하기 전에는 조기 가장 높아 보이는 곳에 조그맣고 검은 남한산 정상석을 두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단지
삼각점 하나가 있다. 어째든 작은 산임에도 많은 사찰이 앉을 정도로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곳이니까.
부디, 울 마누하님 아프지 않기를... 혹여 와야할 힘든 시련이라면 금방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이제 온 길 즉, 성곽길 왼쪽 아래에 있는 정상석이 있는 길에 들어섰다.
음~ 14암문 이었던가? 검단산에서 은고개로 내려와 그곳에서 이 암문을 통과하는 아니면 그 반대가 되거나... 그런 산행을 한 번은 해보고 싶은데... 신기하게도 오래지 않아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봉암성 성곽을 개보수 하면서 생겨난 정상석. 하지만... 정상에 있지 못한 정상석은 아무래도 큰 가치가 있을 수 없지 않을까? 역시 뭐든 제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날 듯 싶다.
12암문과 3암문을 차례로 들어서면서 다시 남한산성 내성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 성곽길 중 가장 가파른 구간_이 곳을 오르는 재미가 있어서 반대로 돌곤 했지만_을 천천히 내려서다가 성 밖 풍경이 좋아 보여 제4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와 성밖길로 들어섰다.
오래 전엔 성안길 보다 성밖길이 좋아 자주다녔던 이 길. 북문을 개보수 하면서 같은 시기에 닫혔던 길이기도 하다. 그래도 잡풀이 무성해서 종아리에 상처를 냈어도 다녔었다가
근래엔 다니지 않던 길인데... 아마도 북문이 완성되어선지 잡풀들이 정리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 나무 아카시나문줄 알았는데... 어딘지 묘하게 다른 것 같으네... ? 느낌만 그런건가?
암튼, 오랫만에 성밖길을 걸으니 볼 것도 많다. 옛 노래 가사때문에 붉은 색으로 착가하는 소박한 듯 화사한 찔레꽃도 풍족히 볼 수 있고
다른 곳과는 확실히 그별되는 성곽릐 구조와 그를 구성하는 돌들. 사실, 남한산성의 큰 특징 중 하나가 각 시대별 축조된 성곽돌들을 볼 수 있다고 것이라던데...
이래서 나는 산행이 좋다. 이것 저것 보다가 혹은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북문이다. 오전까지도 불안감으로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프고 했는데...
지금은 오롯이 걷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어느새 근심 걱정 등이 잊혀져 있었다. 북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갈 수 도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성밖길을 원하고 있어서 꿋꿋하게 성 밖으로 가고 있다. 북문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 성밖길엔 성을 비춰주는 조명이 있다는 것.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해지니
이곳 역시 조만간 야등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암문에 도착을 해서 연주봉 옹성에 들렸다가 여전히
성밖길을 통해 서문을 향했다. 음~~ 저 나무에 핀 꽃들은...? 함박꽃은 당연 아니고... 혹시 산딸나문가? 궁금한 마음에 급하게 다가가 봤더니... 엇? 이것은 산수국?과 꽃모양이 같은 백당나무랜다.
서문 전망대에 도착했다. 역시 날씨만 맑았다면
멀리 북한산도 보였겠지만... 청계산과 관악산, 인능산과 구룡대모산 그리고 잠실벌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멋진 북한산의 모습이 보였다면... 당장 북한산에 가려들 수도 있으니까...
서문을 지나고
여전히 고집하는 성밖길. 그런데... 서문을 지나 얼마 안가서 망치질 소리 돌 떨어지는 등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가니 꽤 많은 인원이 성곽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음~ 그러한 곳은 빨리 지나치고... 해마다 한 번씩은 찾는 길. 유일천약수터 방향과 이어진 길과 이어지는 갈림길을 조금 지나서 만나는
제6암문(서암문)을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섰다. 왜냐하면 성안으로 들어서고 만나는 길을 가로질러 오르면 그곳이
남한산성의 랜드마크인 수어장대가 있으니까. 그래도 이곳에 들렸으면 살짝 인사는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수어장대에 왔다가
온 길 되짚어 내려가려는데... 속이 쓰려와서 시계를 보니 2시 40분이 넘은 시간이다. 마음이 심란해서 점심 때를 놓치긴 했지만, 적당한 곳에 앉아 빵 한 개로 늦게나마 점심을 가졌다.
이젠 성안길로 갈까? 생각했지만 발길은 주저함 없이 6암문으로 다시 나가 여전히 성밖길을 따르고 있다. 여전히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에 대한 생각.
음~~ 안 보던 사이에... 다행히도 일이 터진 후에 대처를 잘 한 모양이 비춰보였지만... 이 천년 유산이 어이없이 유실되지 않기를...
아마도 이곳이 조기 성 안쪽의 단풍나무가 화려하게 단풍으로 물들일 때, 가장 멋지게 사진을 찍을 수 있지?
그렇지... 조기 앞쪽 봉우리에 망월정이 있겠고... 저곳을 넘어서면 곧 남문이 나올거야...
그런 저런 생각으로 밑에 깔려있는 어지러운 생각들을 다독이다 보니 곧 망월정이 있는 봉우리에 다가서서
검단산을 앞 쪽 가까이에 세울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조기 골짜기 아래에 남문이 있다는 얘기! 생각대로
잠시 내려서자 남문이 보였다. 남문에 도착을 해서도 여전한 성밖길 고집.
당분간 성남시계등산로를 따르다가 성곽에 접근하는 길로 들어서는데... 여기서도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제1남옹성 위로 올라 잠시 성밖길을 걷다가
7암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섰는데... 이번엔 약간의 망설임? 마음은 성안길로 향하는 것 같은데...
에이 몰라! 이번엔 관성의 법칙을 빙자한 억지로... 성밖길을 택했다. 그런데...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성밖길이 완전 자동차길과 한가지다. 아마도
성곽 보수공사로 인한 자재들을 나르느라 이리 변한 것 같은데... 걷기가 편한 것은 좋지만 산길이 주는 매력이 없어 9암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섰다.
ㅋㅋㅋ 우습게도... 성 안쪽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성 바깥쪽 길을 걸을 것인가를 놓고 지금껏 쓸데 없는 고민을 한 것 같다. 아니지!! 쓸데없다고는 할 수가 없지!! 아마도
집사람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스러움을 그렇게라도 가라앉히려 하는 마음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잠잠했던 불안감, 혼란스러움 끝내는 걱정스러움이 얼마 안가 산행을 마치게 되는 이 시점에서 다시 들끓고 있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지 싶다. 어째든 다시 불거진 심란한 마음을
예전 호국불교의 요람이었던 망월사를 바라보며 다시 가라앉히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두 손을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울 집사람에게 머문 아픔이 부디 가벼운 아픔으로 머물다 떠나시기를...
다시 동문으로 내려왔다. 그 심란한 마음이 어떻게 정리된 줄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가 해야 할 것은 산행을 마치면서 정리가 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옆에서 든든하고 튼튼한 버팀목으로 있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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