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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가평 유명산 _ 비가 그친 틈새 산행. 본문
2024년 7월 11일(목).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소재의 유명산에 다녀왔다.
가일리주차장 - 북릉 - 유명산 - 유명산계곡 -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연일 장맛비가 내려 집에만 있다가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어서 산악회WDC이 유명산을 산행한다길래 그들을 따라나섰다.
유명산. 30대 초반 동네 산을 다니다가 처음으로 직장 선배를 따라 올라간 큰 산. 물론, 이후로도 여러 번 왔었지만 첫 경험의 기억으로 오래 남아 있는 곳이다. 9시 10분, 가일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없었던 자연휴양림 입장료(1,000원/성인)를 내고 야영장을 지나 이 산을 올랐던 첫 번째와는 거꾸로 북릉으로 오르는 들머리 앞에 섰다.
첫 번째부터 오르막이다. 몹시 가파르진 않지만, 꽤 가파른 오름길. 왠지 낯이 설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북릉으로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닌가..?
20여 년 전에 동네 분들과 이곳으로 올랐었나...? 어쨌든 많아야 두 번째 오르니 모두가 생소할 밖에...
잣나무 군락지를 조금 지나 잠시 숨 고를 정도의 평탄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오르막이 온몸으로 땀을 쏟게 해서 그 축축함을 씻는다는 핑계로 배낭을 내려놓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올라갔다. 그렇게
오름질을 한 1시간 10분 정도? 오르고 나니 그제야 완만한 능선길이 나왔다. 여전히 조망은 없고
완만한 길이기도 해서 잰걸음으로 한 15분 정도 걸었더니, 흐린 하늘로 들어서는 나무계단이 나오고 그 끝으로 올라가 마침내 유명산 정상석과 조우를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왔었을 때에는 이런 정상석은 없었고 소구니산 쪽으로 고랭지 배추밭이 있어서 그곳까지 오른 자동차를 보고 얼마나 허탈해했던지...ㅋㅋㅋ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늦가을 때였는데 그 거친 계곡 돌길을 거슬러 오르고 급비알길을 아주 힘겹게 올라갔는데... 자동차가 떡하니 있으니 허탈함이 절로 일 밖에... 암튼, 어비산 방향의 흐린 하늘을 보고는
마눌님의 정성으로 에너지를 꾹꾹 충전을 시키고... 유명산계곡길로 향했다.
여기였던가..? 주변을 볼 수 있었던 곳이..? 뭐 아무렴 어때? 오늘은 운무 때문에 주위를 볼 수 없는 걸.
정상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참나무숲과 잣나무숲을 지나고 너덜길도 지나서 그렇게 한 30여 분을 내려와서
물이 거세게 흐르는 계곡을 만나고... 마침내
유명산과 어비산을 경계하는 유명산계곡에 도착했다. 4년 전쯤? 중미산, 소구니산과 유명산을 거치고 이곳에서 어비산을 다녀왔었는데... 오늘의 리더께서 1시 30분까지 주차장에 집결하라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와
소구니산을 다녀올까 말까로 혼란스러운 발길을 명쾌하게 주차장 방향으로 잡아줬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깨끗하고 맑고 게다가 수량도 많아 물 흐르는 소리가 듣기 좋은 이 계곡을 오롯이 즐길 수 없다는 것. 왜냐하면, 길이 너무 거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계곡물의 싸이렌(siren song)에 문득문득 주저앉았다 가기를 반복했다.
철판이 놓인 평탄한 다리가 나오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이제 곧 산행을 끝낼 시점이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계곡 위쪽에선 볼 수 없었던 계곡에서 쉼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늘 산행 들머리 바로 아래에 있는 삼거리가 나왔다. 야영장을 지나고 다시 매표소를 나서며 산행을 마무리 한 시간이 12시 30분.
산악회WDC가 초복 음식으로 닭죽을 제공해서...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행복하게 음식을 즐겼는데... 일부 산우님 중 어느 분은 과한 음주가 자신감을 줬는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론, 은퇴를 했음에도 사회생활은 여전한 것이라서... 이해하며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어비산이나 다녀올걸 하는 후회가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부제가 붙은 산행은 이제 피해야 하겠구나 하는 다짐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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