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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진천/증평) 두타산 _ 가을을 걷고 싶다면... 본문
2024년 11월 10일(일).
충북 진천과 증평을 경계하는 두타산에 다녀왔다. 동잠교 부근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주차장 - 두타정 - 정자쉼터(전망대) - 중심봉 - 한반도지형 전망대로 걸었다.
산행하기 알맞은 가을날씨로 산행 거리와 비례해서 뿌연 안개가 점차로 맑아져 갔다. 메라피크 등반 대비 훈련의 일환으로 팀 동료들과 함께 했다.
6시 50분. 복정역 환승주차장에서 메라피크 등반 대원들과 합류했다. 원래는 내장산으로 가려했으나, 막바지로 접어든 단풍철 행락객들로 인한 교통혼잡을 예상하여 산행지를 진천 두타산으로 급 변경.
서울에 가까이 있는 만큼, 8시 50분에 진천 두타산 주차장에 차를 둘 수 있었다. 예상 밖으로 넓은 주차장과 깔끔하고 깨끗한 화장실. 부지런히 산행 채비를 하고
곧 10시가 되어가는 시간, 주차장 중간 정도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 옆으로 난 들머리로 발을 들였다. 안내도 상에 있는 1,3,4코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형적인 육산. 키 큰 소나무숲 혹은 갈참나무숲 밑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 거의
산책하듯 한 30여 분을 걸었더니 두타정이란 현판이 있는 8각정이 보였다. 오늘의 목적은 긴 거리를 쉬엄쉬엄 꾸준히 걷는 것에 있으니 한참을 쉬어준 다음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지금껏 완만했던 길과는 달리 제법 경사가 있는 오름길. 20여 분 헉헉거리며 오르고 났더니
등허리에 맺힌 땀들이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기세여서 때마침 놓여있는 벤치에 배낭을 내리고 한 대원이 내어준 과일로 과열된 몸을 달랬다.
다시 이어지는 완만한 구릉길. 주변으론 단풍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올 여느 가을산처럼 풍성하지는 않았다. 윤기 나고 싱싱한 단풍을 보기는 어렵고... 그렇지만
전체적인 색감이 완연한 가을이라서 가을을 걷는 기분만큼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또 다시 산책하는 기분으로 어느 정도를 걷다 보니
나뭇가지 너머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오랜 산행력으로 보건데, 둘 중 하나가 정상일 듯싶다.
그 봉우리 아래로 가기까지는... 아주 편안한 가을 낙엽이 깔린 길. 어쩌다
오르막도 나오지만, 가을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곳이라서 오르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러니 멋진 소나무 숲이 보이면 설령 그곳이 길 아래에 있어도 굳이 찾아가 기꺼이 즐기면서 걸었다.
그래도 고비를 넘어가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봉우리가 있을까? 마침내 긴 데크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현재 시간이 10시 39분이니 주차장에서 대략 1시간 40여 분 거리인 것 같다.
전망대란 용어에 잘 어울리게 이곳에서는 주변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다. 우선, 소나무 너머로 멀리 산 능선이 보이는데 철탑이 보이는 것을 보니 그곳이 앞으로 가야 할 철탑삼거리인 듯하다. 그리고
온 길을 볼 수 있었는데... 가을옷을 입은 산자락과 멀리 운해가 감싼 산너울이 너무 멋지게 보였다. 아래로 보이는 시가지는 아마도 진천읍인 것 같고... 이제
600여 미터를 남은 정상으로 향하는 길. 오름길이 계속 이어지긴 하지만 크게 가파른 구간이 없어서
전망대에서 20여 분 정도를 걸어 두타산 정상석을 마주할 수 있었다.
두타( 頭陀 ), 여타 두루 쓰이는 속세의 번뇌를 끊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의 의미인 줄 알았는데... 여기에선 홍수로 인해 이곳이 섬으로 보였다는 전설을 의미한다는 한 산우님의 지식을 얻었다.
이제 붕어마을까지는 대략 10여 킬로미터. 지금까지 이미 걸은 거리는 4.5 키로미터. 14.5 킬로미터의 대장정이나, 이제부터는 완만한 내리막길이고 거칠지 않은 길이라서
걸음에 속도를 더할 수 있었다. 큰 나무들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길. 덕분에 미암재에서 한 번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눈가리개를 한 말처럼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상에서 2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증평읍내를 훤히 조망할 수 있는 팔각정을 40여 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12시를 막 넘긴 시간이다. 이왕 좋은 자리이니 팔각정에 자리를 펴고 30여 분 넘게 점심을 즐겼다.
이제는 다시 걸을 시간. 즐거운 점심을 해서인지 걸음이 가볍다. 비록 작은 오름과 내림이 반복이 되었지만 여느 도시의 뒷산과 마찬가지로 크게 거친 곳이 없어서 그만큼 수월하게
송신탑 삼거리에 도착을 해서 파란 하늘 위로 우뚝 솟은 송신탑도 보고 증평군이 만든 두타산 등산로 안내도도 살펴보는 여유를 가진 다음 한 60여 미터를 더 걸어
시멘트 포장길과 만났다. 아마도 근처에 통신부대가 있는 모양. 산길은 포장길을 따라 잠시 위쪽으로 가다가 새롭게 산자락으로 들어섰다.
아마도 봉우리 꼭대기엔 국가시설이 있는 듯. 왼쪽으로 살짝 우회한 다음 한 움큼 올라가 다시 산마루금 위에 발을 들였다.
이제는 두텁게 쌓인 낙엽들을 헤치면서 오르고 내리고 걷다 보니
걸은 거리만큼 피로가 쌓여가고 있다. 당연히 그와 반비례해서 말수는 줄어들고... 그동안 히말라야 메라피크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즐거운 상상도 하고 조심해야 할 사항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각오도 하면서 걸었었지만... 다행히도 줄어든 말수는 사격장 삼거리에 도착하고 나서 되살아났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붕어마을로 가거나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하거나 결정을 해야 해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충분한 에너지를 생성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미 이곳을 다 다녀보신 대장님께서 주차장으로 가 차를 한반도지형 전망대로 가져오시기로 하고 나머지는 붕어마을로 가다가 한반도지형 전망대로 가는 것으로... 그래서 붕어마을 쪽
능선으로 들어섰는데, 와우~~ 그동안 닫혀있던 조망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이번엔 증평 쪽의 조망. 저기 산자락 너머가 괴산일 테니... 저기 보이는 산자락이 칠보산...?
암튼, 이후의 산길은 거칠고 까탈스러운 벼랑길도 있고 암반 길도 있어서
지루한 줄 모르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걷는 재미를 덧붙여 갔다. 그리고
모처럼 나온 슬링줄을 매단 바위 절벽길에 올라서고... 마치 루틴의 그것처럼 뒤돌아 섰는데...
와우~~ 이 경치는 또 무엇? 요 앞 능선 저 멀리에 있는 두타산 전망대부터 지금까지 걸은 능선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게다가 알록달록 가을 옷까지 입고. 한참을 헤~ 입 벌리고 있다가 뒤돌았는데...
오~~ 이 봉우리 이름이 있었네. 뾰족탑에 중심봉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아무렴 어때? 탑 하면 역시 정성이니까, 탑 주변에 모여 이 번 히말라야 메라피크 등반 성공에 대한 염원을 탑 속에 넣었다.
2시 55분. 하산을 시작했다. 이제는 오르는 일 없겠거니 해서 길가의 억새에게도 다정한 체했건만
또다시 오름길이 있다. 걸어온 길이만큼의 누적된 피곤이 있어서 계속되는 오르막이 있을까 은근 걱정했는데, 그게 무색하게도 쉽게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마치 소의 뿔처럼 두 곳에 뾰족한 탑이 있는 봉우리. 아주 편안한 잔디가 놓인 안온한 장소여서
서로들 말은 안 했지만... 누구라도 슬그머니 배낭을 내리고 어느새 바닥에 앉아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게 할 것만 같은 장소였다. 물론 훌륭한 조망은 곁들임이고.
홀린 듯 그렇게 한참을 쉬고는 하산을 시작했다.
요 아래의 호수에 위치한 땅의 모양이 한반도를 닮았다 하던데... 이곳에선 그 모양이 짐작되지는 않고
그러니 부지런히 걸어 전망대에서 그 모양을 확인하고 싶건만... 때를 알지 못하는 이 진달래꽃 녀석이 발걸음을 잡았다. 그래 그래! 요즘엔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이니 네 뜻을 맘껏 펼치고 가렴.
붕어섬으로 가는 길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전망대를 가리키는 길로 들어섰는데... 그렇게 험한 비탈이 아닌데도 길이 지그재그로 되어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험한 길도 다녀봐야 하니까... 곧장 가기!
마침내 한반도지형 전망대가 보였다. 도대체가 얼마나 닮았길래... 평일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궁금한 마음에 빠르게 올라가
아래를 보았는데... 뭐 굳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뭐. 어느 분은 일행들을 향해 어디가 광주고 어디는 부산이고 열심히 설명하시던데...
나는 요 앞 능선 너머로 빼꼼이 보이는 두타산하고 머리 위로 보이는 중심봉에 눈길이 더 갔다. ㅋㅋㅋ 산꾼이니 그럴까?
암튼, 3시 50분경에 산행을 마무리하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다 보니 리더께서 차를 가져오셨다. 산행 가이드 하시랴 운전하시랴~~ 감사합니다. 대장님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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