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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남한산 _ Natural is so cool. 본문
2024년 11월 30일(토).
남한산에 올라 역사가 깊숙이 박힌 남한산성을 둘러보고 왔다.
거여동 버스 정류장 비호아파트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다음과 같이 걸었다.
청운사 - 유일천약수 - 수어장대(청량산) - 북문 - 남한산 - 동장대터 - 남장대터 - 남문 - 남한산성유원지
엊그제 내린 첫눈이 고스란히 쌓여있었지만 기온이 영상 3,4도 정도로 크게 춥지 않았다. 하루 종일 찌뿌둥하게 흐렸지만 어쩌다 파란 하늘을 멋지게 보여준 날씨, 오랜 친구와 함께 했다.
복정에서 3217번 버스를 타고 위례신도시 비호아파트에서 내렸다. 이제는 버스 정류장으로만 이름이 남은 비호아파트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11시 15분경 남한산으로 출발했다.
여기 산성차고지부터 시작되는 상가골목, 오늘 같은 토요일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어쩐지 한산한 느낌이다. 날씨 탓일까?
암튼, 마을을 지나고 청운사도 지나 화장실이 있는 산길 들머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벗어나 오른쪽 산자락으로 올라간다.
처음 들어서는 길의 흔적이 희미해서 사람들이 이 길로 잘 들어서지 않지만, 산을 좀 다녔다는 분들이 주로 다니는 길이라서 아주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그 길들 중에서도 흔적이 더 희미한 오른쪽 능선으로 걷곤 했었는데, 오늘은 러셀이 된 유일한 길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 나오는 튼실했을 소나무가 꺾여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쯧쯧!
유일천약수터를 지나고... 일장천약수터를 지난다. 지금까지는 완만한 산길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아주 가볍게 걸어왔지만.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 가파른 고개부터는 말할 힘도 아껴야 할 구간이다.
고개를 올라 예전에 다니던 능선길(현재는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음)과 합류를 하고 수어장대를 향해
아주 가파른 길을 등허리에 어느샌가 맺힌 땀이 흐를 정도로 오르고 또 오르는데... 뭐 죽기 살기로 오를 이유가 없으니 뒤돌아 눈으로 튜닝된 멋진 나무들을 감상하면서...
급기야 이 길로 청량산(수어장대)을 오르는 하이라이트를 구간을 통과해 친구가 건네준 사과 반쪽으로 숨을 고르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리고
오르막이지만 좀 전의 기세엔 한참 미치지 못한 곳이라서 아주 가볍게 올라가
남한산성 성곽과 마주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돌아 서문으로 가도 되지만, 우선은 수어장대는 들려야 하니까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
6암문(서암문)을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안길을 가로질러 건너고 그것과 이어질로 곧장 올라가 마침내
청량산 정상에 있는 수어장대 앞에 섰다. 지금 시간이 12시 40분 경이니 상가골목부터 1시간 20여분 정도 걷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기온이 꽤 찬 듯하다.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보면 살짝살짝 한기가 들어오고 있어서 수어장대를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고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곳으로 향할까 고민하다가 서문으로 향했다. 사실,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 친구라서 힘든 기색이 보이면 곧장 남문으로 갔다가 산성공원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역시
그동안 그가 쌓아온 산행력 때문인지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아서 이왕이면 남한산 정상을 다녀갈 생각이다. 어쩌다 햇빛이 내리는 구룡산과 대모산 그들 뒤로 청계산과 관악산을 보면서 기분 좋게 걷는데
오랜 세월 동안 남한산성을 꽉 채우고 있는 이 멋진 소나무들 중에는 이번 첫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들이 보여 안타깝기만 했다.
서문을 지나고 있다. 보통 때라면 서문 밖으로 나가 전망대에서 서울시가지를 감상하거나 연주봉 옹성에 올라 하남시가지를 감상했겠지만 오늘은 긴 거리를 걸어야 해서 패쓰!
미련 없이 북문을 향해 가는데... 어휴~~ 길을 가로질러 쓰러져 있는 큰 소나무. 분명 튼실해 보이고 수많은 시간 동안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줬을 것 같은데...
맞다. 자연은 그것이 튼실하든 부실하든 혹은 성실하든 그렇지 못하든 따지지 않는다. 그저
그게 어쨌든 눈을 내리거나 큰 바람을 보내거나 할 뿐이다. 그러니 너무 힘든 것과 마주한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그것을 원망하거나 하면서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 다 자연스럽게 지날 테니까.
이제는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한 북문에 도착했다. 성안길보다는 성밖길을 걷는 것을 더 좋아해서 성 밖으로 나가
길을 모색했지만... ㅜㅜ. 이렇게 쌓인 눈을 헤짚으며 길을 내고 갈 자신이 없어서 다시 성 안으로 들어와
성곽을 따라갔다. 많은 분들이 성 안에 있는 로터리주차장부터 남문, 서문 그리고 북문으로 혹은 그 반대로 한 바퀴 도는 경우가 많아서 북문을 지난
이 길 위엔 인적이 거의 없다. 가다가 뒤돌아 보니 저 멀리 수어장대로부터 꽤 멀리 걸은 듯.
7암문이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이미 1시 20분을 넘긴 시간. 근처에 있는 벤치로 가서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고 빵과 고구마로 즐거운 점심을 가졌다.
이제부터가 이쪽에서 남한산을 오르는 하이라이트 구간인데... 출발에 앞서 둥치가 거의 성곽 높이만 한 소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아무리 자연은 냉정한 것이라 하지만
그가 두른 세월의 켜며 사람에게 내려준 피톤치드며 생각하니 맘이 아프다. 애써 그 맘을 곱씹으며 어쩌면 이 성곽 중 가장 가파를 이 길을 오르다 멈추고 또 오르고 하고서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머지 한 움큼의 오르막을 올라
동장대터 아래에 있는 3암문으로 내려섰다. 이 3암문이 남한산성 3개의 외성 중, 봉암성과 한봉성으로 가는 문이자 남한산 정상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3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오고 홍예문을 통과해
저 앞쪽으로 보이는 남한산 정상으로 간다. 예전엔 무조건 봉암성을 들리곤 했지만... 오늘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걍 패쓰.
드디어 2시 20분경. 남한산 정상석 옆에 섰다. 그렇지만... 이곳이 정상은 아니다.
정상은 이곳에서 100여 미터 더 멀리에 있는 둔덕인데... 봉암성 성곽을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이곳으로 밀려났다. 쯧쯧 제 자리가 아닌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지금의 나와 같을까?
암튼, 예봉산, 검단산 그리고 용마산을 아주 멋지게 볼 수 있는 조망 맛집, 남한산 정상에서 모처럼 맑은 하늘 아래에 있는 그들을 감상했다. 예봉산부터 차례로
검단산, 고추봉 그리고 용마산까지... ㅋㅋㅋ 이곳에 온다고 언제나 저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오늘은 충분히 복을 받고 있는 중.
이제 충분히 감상했으니... 돌아서서 다시 길을 걷는데 여태껏 흐렸던 하늘이
이렇게도 변했네? ㅋㅋ 가을 하늘도 이보다 못할 듯싶다.
왔던 길 되짚어 다시 홍에 문을 통과하고 3암문을 지나 동장대터로 올라갔다.
동장대터에는 치욕이든 영광이든... 깊은 역사의 내음은 눈으로 덮여있고 좀 전에 보았던 남한산 정상 위의 파란 하늘은 점차로 닫혀가고 있었다.
그래. 그 무엇이든 변화는 언제나 있는 법이지. 다만, 그것들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맞서는 기세보다는 순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되기도 했고... 더울 때 숲길을 찾았다 해서
이렇게 눈이 소복이 쌓였을 때도 굳이 숲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 다만, 저 왼쪽의 한봉에서 몽고군이 포탄을 성 안으로 쏘아대서 기세가 꺾인 조선군처럼 고개가 꺾인 이 소나무를 보는 심정만큼은 여전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장경사를 지나간다. 오늘 같은 날에는 동문까지 아주 평탄한 포장도로로 가도 되련만... 은근 산 마니아의 자존심이 있어서
계속 성곽길을 따라갔다. 사실 자동차까지 다니는 포장길을 걷는 것보다야, 산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길을 좋아하지 싶다. 이렇게 남장대까지 이어지는 성곽을 구경할 수 있고
좀 더 걷다 보면 좀 전까지 있었던 청량산(수어장대)까지 보여 가슴이 웅장해 짐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까.
암튼, 동문이 내려다 보인다. 남한산성 성곽만 한 바퀴 돌때, 저 아래 길 옆 주차장에 차를 두고 한바퀴 돌곤 했었는데...
오늘은 차가 없으니 큰길을 건너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남장터를 향해 3시 14분 힘차게 출발을 했다. ㅋㅋㅋ 뭐 지금까지 쭈욱 걸었는데 웬 너스레냐고?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사실 동문부터 남장대까지는 새로운 산오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곽을 이미 3/4 정도를 돌은 정도이니 이 오름이 얼마나 힘겨울지는... 그래도.
한바탕 오르고 난 후에 뒤돌아 보는 맛 또 엄청나서 그 풍경을 보겠다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오를 수 있다. 남한산에서 한봉, 그리고 동장대터를 지나 지금까지 온 길을 쭈욱 이어 보는 맛이 무척 좋다.
남장대터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어느새 거뭇한 땅거미들이 은근살짝 내려와 있다.
제1남옹성 너머 멀리에는 한참 저녁노을이 익어가고 있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하고 시간을 보니 4시 40분...? 음~~ 남한산성유원지(산성공원으로 이름이 바뀜)까지 가기 전에 해가 지겠는데...?
그렇다면 남문에서 공원으로 이어진 큰길엔 가로등이 있을 테니 우선은 남문으로 가기로 하고... 7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갔다. ㅋㅋㅋ 친구에게 성밖길의 맛을 보여주고 싶기도 해서.
남문에 도착했다. 어...? 지금 쯤이면 해넘이도 끝나가고 있을 테니 컴컴해져야 하지 않나? 이상해서 시계를 다시 보니... 뭐야!! 아직도 4시가 안 됐다고?
ㅍㅎㅎㅎ 눈이 좋지 않아서 시간을 잘못 읽은 해프닝. 그래서 큰길을 버리고 덕운사로 향하는 산길로 다시 접어들었다.
덕운사가 가까워지는데 앞쪽에서 왁자지껄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친구 사이인 듯한 나이 지긋하신 산우님들이 이 추운 날 산행의 기쁨을 서로 공유하는 소리였다. 그래
인생 성공이 뭐 별 건가? 이렇게 노년에도 내 두 다리로 내가 좋아하는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 성공이지. 뭐 친구들과 함께라면 금상첨화겠고, ^^. 덕운사를 지나간다.
이후부터는 평탄한 포장길. 결빙된 구간도 없어서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챙겨두고 좀 더 걸어 내려와
만난 화장실에서는 스틱마저 접어 그것 역시 배낭에 집어넣고 이리저리 추스르며 산행을 마무리했다. ㅋㅋㅋ 재미있는 것은 산성공원을 지나칠 때까지도 하늘엔 여전히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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