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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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유명산

mangsan_TM 2007. 9. 18. 13:50
 

유명산 (862 m, 경기 가평 설악. 양평 옥천. )


2007년 9월 16일

산행구간  ↱ 출발 9:00 ⇤ 2.5km ⇥ ↱10:00 20분휴식 하산시작 

         휴양림매표소-----주능선---정상- -----------마당소---.용소----박쥐소--


                                    하산계곡길 ⇤ 4.5km ⇥    ↱도착12:10 하산 후 점심

                                  --------------------매표소 (산행거리:약 7 Km. 시간: 3시간)


들머리   11호 태풍 나리(NARI, 한국에서 제출한 이름)의 북상으로 연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보여준 파란 하늘은 왠지 행복한 산행의 그림일 것만 같다. 팔당대교를 지나 한강변의 도로를 타고 가는 내내 보여준 산허리를 길게 두른 구름 띠는 탄성이 절로 나오다 못해 상스러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유명산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모든 풍경이 모두 그림 같아서, 비 때문에 산행을 주저하게 했던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 주고. 오래된 흑백 필름에서 나오는 빛바랜 영상처럼 예전에 이 산을 올랐던 잔상들을 펼쳐주어 즐거움에 들뜨게 한다.

아침 9시 경, 어느덧 유명산 입구에 도착했다. 중부의 맹주인 용문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6 Km 뻗어나가는 능선에 완만히 솟은 산으로 옛날에는 말을 방목 했다하여 마유산이라 전해오다 1973 년 엠포르 산악회에서 실시한 국토자오선(127'30") 종주대등산중에 찾아 낸 이름 없는 산이어서 당시 종주대의 홍일점인 진유명(당시27세)회원 의 이름을 따서 불리어진 이름이 지금의 유명산 이라고 한다.

오르기     산행코스는 주능선을 타고 오른 후 계곡을 따라 내려오기로 결정을 하고 가벼운 운동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위한 묵시적인 눈인사를 한 후 9시 드디어 출발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곧바로 야영지가 나오는데 텐트를 치기 좋게 설치한 좌대들이 큰 나무들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곳을 지나자마자 등산로가 자세히 표시된 조형물이 있고 오른쪽 길이 주능선 길이다.

속리산 자락에 군자산이라고 있다. 그 산은 첫발부터 오르막이어서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길이 그 산을 연상케 한다. 오르기 10분, 벌써부터 숨이 가퍼진다. 쉴까말까 망설일 즈음에 너덜지대가 나오고 결국엔 그 지대 끝 무렵에서 숨을 돌렸다. 갈래길이 없다보니 길 찾느라 보내는 시간은 없고 대략 1.4Km 정도 오르면 산등성이가 나오는데. 이 곳부터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 나무 저 나무 아님 이 꽃 저 꽃 괜스레 시비를 붙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20여분 산 능선을 따라 오르면 바로 산 정상에 이른다. 용문산 허리에는 띠 모양의 흰 구름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대며 움직이고 그 아래 펼쳐진 한강과 양평 시가지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의 감동을 준다. 산에 오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아주 가는 실바람에도 느낄 수 있는 시원함. 내려다보이는 세사의 난제마저도 우습게 볼 수 있는 대범함.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아는 선량함. 이래서 산에 오르나 보다.

 

 

내려오기   정상에서 주는 감동을 만끽한 후 10시 20분 경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이 산은 갈대꽃으로도 명성이 있는 산인데 계곡 쪽으로 접어드는 지점에 많은 갈대 군락이 있다. 아직, 꽃이 필 시기는 아니지만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많아서 추억을 간직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놓곤 한다. 산 중턱에 다다를 즈음부터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그 유명한 계곡의 시작을 알린다. 이 부근의 용문산 자락 여기저기에서 발원한 물줄기들 중 일부가 이 계곡에 들어서기 때문에 조그만 이 산에 비해 수량이 매우 많다. 그래서 옛 조상님들은 여기 고갯길을 무너미재(물넘어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계곡을 따라서 난 길은 때론 바위들로 혹은 정겨운 자갈들로 채워있고 아찔한 절벽 밑을 지나기도 하며 예쁘게 놓인 철교를 지나기도 해서 지루함이 없다. 같이 내려가는 물들은 세류의 맑은 소리로 마치 전원교향악과도 같아 귀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서로들이 만나 한 몸으로 긴 여정을 하게 되니 그 격한 감정이 천둥과도 같은 굉음으로 다가올 땐 괜스레 숙연한 기분이 든다. 그들이 어우러져 의지를 함께 했을 듯한, 옥빛 맑은 물이 담긴 웅덩이들은 박쥐소, 용소, 마당소 등으로 각각 불리는데 모양을 따른 이름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알 수 없으나, 가만히 보노라면 영물들을 잉태한 것만 같은 기운이 느껴지니 그래서 그런 이름으로 전해지는 것은 아닐까?

 

 

 

마무리  발이 피곤을 느낄 즈음에서 잔잔한 물길이 계속되는데, 적당한 곳을 찾아 발을 담갔다. 피로가 금방 풀린다. 너무 차가워 오래 머물진 못하고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야영장이 보인다. 지금 시각? 12시 10분. 오를 때 걸린 시간보다 두 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물론, 계곡 길이 능선길보다 길이가 두 배되니 그렇다 할 수 있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그 무엇이 계곡에는 있다. 야영장 한 좌대를 차지하여 도시락을 펼쳐놓으니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양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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