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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지리산 한신계곡 본문
2015년 8월 23일. 지리산을 들리다. 백무동을 들머리로 장터목대피소, 연하봉, 촛대봉을 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서다. 약 16km를 9시간30여 분간 걷다.
8월 22일(토) 밤10시 30분. 분당 서현역이 있는 A백화점 앞에는 말 그대로 불야성이다. 늦은 시간이 무색하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서 전철을 타고 강변역에 있는 동서울버스터미널로 가야만 한다. 자정 12시에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함양지리산 고속버스이다.
버스가 백무동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 40분. 요기를 하고 화장실도 들리고 가방을 바투 메고 산행을 시작한다. 새벽 4시다.
주위는 고요하다. 부족한 잠 그리고 짙은 어둠이 머릿속을 텅 비우게 한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가끔 정신을 차리게 한다.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헤드랜턴의 불빛이 반짝인다. 그들도 나와 같이 이 넉넉한 지리산 자락에 부벼보고픈게다.
사실 백무동에서 소지봉에 이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다. 보통은 무박을 하여 백무동에서 중산리로 가는 지리산 횡단 대표 코스이다 보니 늘 어둠 속에서만 보던 길이다.
아무 느낌이 없을 수 있는데 가만히 보면 그래도 정비가 잘된 너덜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샘에 도착한다. 다른 큰 산을 특히 여름에 오르려 할 때는 물 준비도 필수 그래서 그 무게도 만만치 않다. 이 참샘은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아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앞으로도 3km 이상을 더 가야 장터목에 다다른다. 이제는 렌턴을 꺼도 길을 걷는데 어려움이 없다.
소지봉부터는 완만한 구릉길로 이어진다. 울창한 산죽길 그리고 주변과 잘 동화된 데크길. 비로소 주변의 꽃이 나를 바라본다.
무려 3시간하고도 40분. 드디어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다. 이 높은 곳에서 옛 사람들은 산 이쪽과 저쪽에서 올라와 물물교환 혹은 매매를 하여 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터목이다. 자리를 잡고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다시 길을 나선다. 지리산 주능선길을 거슬러가야 세석으로 갈 수 있다.
장터목에서 세석에 이르는 길은 완만한 구릉길에다 주위 조망이 좋고 경관이 뛰어나서 절로 힐링이된다. 길 주위에는 각종 야생화가 지 이쁜 모습을 뽐내기 바쁘다.
연하봉. 야생화와 그리고 자연스런 산길. 이 모두가 아름답다.
촛대봉이다. 세석산장에서 1박할 경우 일출을 감상하는 장소이다. 밝은 날에 이 곳을 둘러보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밑으로 세석평전이 보이고 산장이 보인다.
산장에서 가볍게 간식겸 점심을 하고
온길을 조금 뒤돌아가다보면 백무동 가는 길의 이정표가 있다. 그 길이 한신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한신폭포까지 대략 0.7km ? 몹시 가파르고 야생의 그것인양 거칠다.
하지만, 계곡 아랫쪽은 데크로된 길이 계곡과 나란히 있어 그 맑고 힘차고 아름다운 물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즐길 수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니 말 그대로 물반 사람반이다.
장장 9시간 30분. 새벽에 어두워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장터목과 세석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늘도 이만큼 보았으니 내 삶의 질도 그만큼 좋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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