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가은산과 둥지봉 그리고 새바위 __ 바위에 표정을 담은 산. 본문

등산

가은산과 둥지봉 그리고 새바위 __ 바위에 표정을 담은 산.

mangsan_TM 2016. 8. 4. 19:50





단양 8경 중 하나인 옥순-구담봉에 가거나 아니면 청풍호의 장회나루를 품은 제비봉에 가거나 할 때면

호변 건너편에 있는 울퉁 불퉁 근육질 바위들에 놀라고 그 절경에 감탄을 하곤 했다. 그리곤 저 곳에 대해 궁금해 하다가

생각이 날 때마다 뒤적이고 찾고 묻고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호변에는 새바위가 있는 봉우리와 둥지봉. 그 옆으로 말목산.

그 뒤쪽으론 가늠산에서 가은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그리고 그 뒤쪽에 금수산 줄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오래 전 사진을 찾아 눈으로 금을 긋는다.







그 그림에

산행코스로 옥순봉 쉼터(주차) --> 새바위 --> 벼락맞은바위 --> 둥지봉 --> 가은산 --> 가늠산 --> 옥순봉쉼터로 하는

원점회귀 선을 몇 번이고 덧칠한 끝에 드디어 오늘 8월 3일 아침 7시 30분. 오랜 산행동지 L, P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서울을 떠났다. 


쉼터에 도착하니 아침 10시가 훌쩍 넘었다.

매번 자신의 차로  P가 운전을 해주어 고마은 마음은 간절한데 선뜻 내가 운전하겠다는 말이 잘 나오질 않는다.

물론, 장시간 운전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나의 저 바닥에 깔린 이기심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불편하다.






정말 덥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올들어 첫번째로 폭염경보가 내린 날이었다.)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더니 그리될 모양이다.

이 더위에 청소년들이 걷기 대장정 중인 것 같다.

열정을 두 발에 담아 큰 소리에 맞추어 행진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산에 든 시간이 아마도 10시 30분 쯤?






작은 관목과 적당한 크기의 참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햋볕을 막아주고는 있지만 어젯밤 돌발성 비가 내리기라도 한건지 길에 습기가 많았다.

조금 올랐을 뿐인데도 벌써 땀이 온 몸을 지배했다.

어느 정도 오르니 옥순대교는 물론 옥순봉과 구담봉이 제 모습을 보여준다.

멋진 경관에 무더위로 내려앉아 있던 기분을 다시 올려놓기에 충분했지만

보이는 모습에 누군가가 아주 얇은 베일을 감싸놓은 듯해서 조금은 섭한 마음이 든다.

 






길은 호변의 연이은 작은 봉우리들과 둥지봉으로  이루어진 산줄기와 가늠산과 가은산을 이은 산줄기 사이로 나아가고 있다.

가는 동안  "탐방로 아님"의 시그널을 줄에 매달아 놓았는데 보기에 꽤 미운 모양이다.

그 미운 시그널이 두번째 나올 때. 그 뒤로 들어섰다.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해 탐방을 막는다는 이유가 있던데...

새바위와 벼락맞은 바위를 보고픈 욕망이 야생동식물을 최대한 보호하며 가야지 하는 변명을 만들고

뒤꽁지가 부끄러워 부지런히 조그만 봉우리를 오른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와우~~ 대교 그리고 옥순봉.. 새바위. 왼쪽으로 구담봉 그 뒤로 제비봉이 한눈에 들어선다.

대교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머리를 돌려 옥순봉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저 새바위는 당장이라도 포르르 날아갈 것만 같다.

하~~ 이러니 여기를 올 수 밖에... 자꾸만 변명 중이다..  






가까이 다가가 뒷쪽을 보니. 갓 부화된 아기새 바위가 숨어 있다.

사람의 인식이 완벽하지 않아서 아기새도 있었네를 몇번 되뇌이니 꼭 어미새와 아기새 같기만 하다.






새바위 아래로 얼핏보아 젖꼭지가 연상되는 꼭지바위가 있다.

전국 어디서든 이런 모양에 붙은 흔한 이름일테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여기 이 바위와 같이 이면이 전혀 또다른 모습을 가진 것들도 있다.

그 모습은 무시되어도 되는 걸까? 하긴, 사람의 인식은 다수를 쫒을테지만, 그것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다.

자기 편한 것만 생각할 테니까

그 곳에 앉아 경치를 감산하곤 했나 보다.  사람들의 손길로 표면이 반들반들하다.







저 아래로 갈라진 형태의 큰 바위가 보인다. 벼락맞은바위다.

저 곳에 가기까지는 호수의 물이 있는 바닥까지 내려서야 한다. 내려가는 길은 급한 암릉과 흙길로 이뤄져어 있다.

조심스럽고 집중있게 내려서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이 또한 하나의 봉우리라 할 수 있겠는데,

이 봉우리는 왜 이름이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벼락맞은바위.

우선 어마무시한 크기에 놀랐다. 위에서 볼때 윗부분 쬐끔 보여서일테지만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두번 째는 이 바위가 분명 하나였다는 확신이 든다는 점에 또한 놀랐다. 바위 윗부분 줄간 부분하며 쪼개진 단면이 요철의 암수와 같이 꼭 맞는다.

분명 작명에는 조상님의 숨결이 있을텐데..

바위의 미세한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던 과정에서 꽈르릉 벼락을 맞은 건 아니었을까? 푸흡!!






벼락맞은바위를 시작으로 둥지봉에 오른다. 꼭 일을 다시하는 기분이 든다. 애써 산 두개를 오른다는 위안을 동력으로 삼고 그렇게 출발한다.

둥지봉 제일관문 V협곡. 그다지 위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꼭대기 부분에서 오버행 아니면 오르지 못할 난관과 만난다.





다행스럽게도 누군가가 매어놓은 줄이 있어서 덥석 움켜잡았다. 잠깐!!!

탐방로가 아님에도 줄이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는 내 위안적인 해석을 내어놓기는 하지만,

혹시, 오래 전에 매어놓은 것이라면..? 이리 당겨보고 저리 당겨봤다. 튼튼했다. 줄에 의지해 큰 어려움 없이 올라섰다.






옛 속담에 '죽으란 법은 없다'라는 것이 있던가?

만약에 줄이 없었다면 어찌될까? 궁금해서 살펴보니 줄을 잡기 바론 전 왼쪽으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바위 표면이 반들거리고 그 앞쪽엔 ← 표시까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리로 많은 사람들이 다닌 것 같다.





V협곡을 오른 다음엔 급격한 내리막이다. 그런 다음 한동안 계곡을 타고 오른다.

옥순봉 쪽에서 보아 근육질 암릉으로 된 산이 둥지봉이었는데 아마도 그 바위능선을 우회해서 오르는 것 같다.

그리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무와 바위들 모두가 마치 원시 자연과 같아 이것으로도 충분하니까...






계곡길은 가파르고 습기가 많아 그렇찮아도 무더운 날씨와 함께 발목을 잡는다.

땀을 한바가지 내주고서야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암릉구간을 지나고






너무도 지쳐 신성한 용인지 요염한 여자인지 모를 나무에 의미 하나 붙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 오르니





아주 소박한 둥지붕이 제 머리를 내어준다.

청풍호 건너에서 보면 그렇게 강인해 보일 수 없었는데.. 막상 이곳은 나무에 숨어 다소곳 하기만 하다.

어째든 둥지봉의 이 모습 저 모습을 보았으니 둥지봉을 말 할 수 있겠다.





둥지고개롤 향하는 내리막 길은 참나무류의 넓은 그늘과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둥지봉에 오르면서 소진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다지 긴 길은 아니어서 곧 가은산 정상 등산로와 합류했다. 누가 봐주길 원한건지.. 걸음걸이가 당당하기만 하다.






둥지고개부터 가은산 갈림길까지는 길이가 고작 600 M 밖에 안되지만 고도를 급격히 높이는 구간이라서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다. 쉬엄 쉬엄 나무며 바위와 노닥 노닥 거리며 오른다.







그러다 보니 유독 이 곳 바위들은 표정이 있는 것 만 같다.

설악산이나 관악산 등 그런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드럽고 안온하며 다감한 그런 표정이 있는 바위들이 많다.

보다 사색적이랄까?










갈림길에 도착해서 오른쪽 가은산 정상에 후딱 들렸다오곤 상천주차장으로 간다.






소나무전망대에서 다시 지나온 길을 복기한다.

오르락 내리락 괜스레 대견한 생각이 든다. 저 아래 옥순대교 주변엔 여전히 유람선이 다니고 입담 좋은 선장님은

뷰포인트를 콕콕 시원히 집어주실게다.






다시 상천주차장을 향해 간다.

자연은 냉정해서 인간의 오만 따윈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자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관용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기꺼이 머리를 숙이고 그 비좁은 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그 누구도 그 상황에서는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그를 무시했다가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이끄는 특권층 사람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온 길을 뒤돌아 보니 그 또한 유쾌하다.

아래 그림 왼쪽에 있는 아이언맨의 얼굴을 한 바위. 그 밑을 기다시피 통과했다는 사실,

오른쪽 졸린 강아지 얼굴을 한 바위 위에서는 주위 경관을 둘러봤다는 사실이 마치 승리한 대국을 복기하는 기분이다.





가은산 갈림길로부터 2 Km, 가늠산 봉우리 지척에서 다시 '탐방로아님'으로 들어서야 한다.

상천주차장으로 내려서 버스로 쉼터에 다시 오기에는 이미 바닥을 보이는 에너지 게이지 상태로는 무리란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힘이란게 그런가 보다. 있을 땐 체면도 차리고 있는 체도 하는데...

그게 없어지니 주변의 시선  따윈 가볍게 무시하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생을 이어가려는 자연적인 본능일 테다.







'탐방로아님'이 무색하게 길은 뚜렷하고 곳곳에 시그널이 붙어 있어 주저함 없이 내려온다.






그 긴 여정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지 고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처음 길목에서 보았던 '탐방로아님'표지판이 있던 곳과 만났다.

대교까지 이제 900m 남았다. 






물은 진즉에 떨어졌고, 슬슬 갈증이 일고 있지만 벌써 들머리 나무계단을 지난다.

아침에 문을 닫아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쉼터의 문이 열려있어 냉수를 사서 벌컥벌컥 들이 마셨다.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발동되던 날..

습기마저 높아 땀이 몸을 타고 줄줄 흐런던 날. 무려 8시간을 2시간 반보다 많게 휴식을 하며

그래도 마쳤다는 자존감으로 씨익 웃음으로 맺을 수 있었다.  

내 작은 버킷리스트에 줄 하나 긋는다.





가은산. 말목산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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