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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점봉산 __ 가는고래골과 원시자연 본문
6월 11일.
화창하고 깨끗한 날씨.
용소골 탐방소에서 주전골로 내려서고 성국사 앞, 가는고래골을 거슬러올라 점봉산에 오르고 백두대간 단목령길을 걷다가 오색리로 내려오다.
10km를 8시간에 걸쳐 산악회MTR의 안내를 받다.
<점봉산 등산지도>
한참 동안이나 미세먼지에 시달리다가 한달 가까이 깨끗한 날씨를 대하니 기분이 좋다.
구름마저 높고 하얀 이곳, 설악산 용소골 탐방소에 도착한 시각은 9시 50분 경. 용소폭포로 내려가 주전골로 향한다.
독주암도 지나고 얼마 안되어
오색석사(성국사)에 도착했다. 가는고래골은 이 성국사 앞 쪽 개울 건너편에 은밀하게 내려서 있었다.
은밀한 계곡인 만큼, 들어서는 순간부터 야생을 느낄 수 있었다.
쓰러져 백년은 됨직한 나무등걸이 물길에 놓여있고,
누구의 손길 한 번 타지 않은 야생의 나무들이 곳곳에 있어서
거칠고 희미한 길을 찾고 오르는 수고로움이 그다지 힘든 줄 모르겠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가는고래골 역시 길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서(대부분 계곡을 건너가고 오곤 하지만, 정작 길이 없을 땐, 계곡 우측 숲에서 나타나곤 했다.) 길을 찾는데 상당히 머뭇거리게 했다. 특히, 갈라진 계곡길에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당황케 했지만 문명의 산물인 지도 앺을 통해서 옥녀폭포를 향해 왼쪽 계곡으로 진입한다.
장장 가는고래골로 접어들어 2시간을 거슬러오른 후에야 이곳의 백미인 옥녀폭포에 다달았다.
등로는 폭포 오른편에 있는 밧줄을 타고 오르고 있고, 그 위에서 보이는 옥녀폭 또한 아름답기만 했다. 하지만,
고래골과의 이별이 애석한지 산 등성이까지의 오름길이 급한데다 종종 낙석이 일곤 한다. 여전히 길 주위론 천년을 버팀직한 고사목도 보이고
가끔은 부드러운 흙길도 나타곤 하지만,
대부분은 희미한 길그림자를 찾아 거친 바위 밑을 지나기도 하고 주욱 미끄러지는 흙으로 된 경사면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그렇게 야생의 길을 만들거나 쫒길 2시간 정도 했을까? 그제서야 점봉산 다운 숲이 나오고 풀이 나오고 꽃이 나오더니
작년 8월 작은원진계곡으로 올라 망대암산을 거쳐 점봉산으로 올랐던 대간길과 만난다.(8월 26일자blog)
능선에 오르니 아침나절에 보였던 맑은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희뿌연 안개구름이 온 하늘에 그득하다.
이제 점봉산 마지막 오름길만 남았다. 오르다 힘들면 뒤돌아 펼쳐진 야생초의 정원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던 이곳!
갑자기 어흥!하는 깊은 울림이 있더니 바로 옆으로 큰 동물이 돌진하는 소리가 들렸다. 온몸이 쭈볏하니 긴장이 온다.
앞서 오르던 분이 말씀하시길 길 바로 옆에서 휴식을 취하던 멧돼지와 눈을 마주 하셨다고 한다.
멧돼지의 돌진방향이 숲 안쪽이라서 다행이다. 놀랄만한 상황인데도 몹시 침착하시던 그분의 행동은 내게 많은 배움을 주었다.
큭큭 정말로 처음으로 느껴보는 야생의 체험이다.
안개구름에 세찬 바람. 추위도 엄습해서 겉옷을 몸에 두르고 정상 인증을 한다. 현재시간 오후 4시. 용소골탐방소부터 6시간 걸은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왜냐하면 오를때 겪은 위험과 극복 그리고 행복해 하며 보던 장관들 그 많은 기억을 틈틈히 풀어낼 수 있으니까.
작년(2016.8.26 blog)과 마찬가지로 단목령으로 향한다. 길은 순탄하고 곳곳에 있는 야생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산행으로 몸이 지쳐 주위에서 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탐방길이라서 제대로 길을 가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때 쯤(한 50여 분 내려오다 보면) 오색리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온다.
반갑기만 하다. 그래서 선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고 누군가의 기록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보아야함이 옳다.
오색리 민박촌에 있는 한 평상에 배낭을 내려놓고 시간을 보았다.
이제 시계바늘이 이제 막 6시를 가르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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