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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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두타산은 없고, 쉰움산은 있다.

mangsan_TM 2017. 6. 19. 13:22




2017년 6월 17일(토). 여름만큼이나 더운 날씨.

산악회JM의 교통을 이용하고, 천은사에서 갈림길로 올라 산성터. 무릉계곡을 거쳐 삼화사로 내려오다. 대략 14km, 5시간 30분 정도를 기록하다.





 야근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보잘 것 없지만, 다음 날에는 이상하게도 피곤이 몰려든다.

그래서, 야근 다음날은 보통 느지막히 일어나 가까운 야산을 오르곤 했다. 16일(금)도 야근이라서 내일은 가까운 청계산이나 갈까 하고...

산우한테 연락을했는데, 벌써 찌뿌둥한 몸을 주체할 수 없어 삼척 두타산을 가는 산악회JM에 한 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굳이 혼자 잘댕겨오겠다는 문자를 내게 정조준해서 보내오는 바람에 나 역시 한 자리를 얻어달라고 했다.

내가 가고픈 산이 있어 가자고 연락하면 기꺼이 함께 한 산우인데 어찌 홀로 보낼 수 있을까?   


산악회JM. 두타산이 가까워지자 원래 공지된 천은사 코스(해발 300m에서 시작)를 버리고 보다 쉬운 댓재코스(해발 810m에서 시작)를 선택한다.

조금은 황당한 마음과 오래전(2009.06.14) 댓재에서 두타산 청옥산 그리고 삼화사로 내려선 기억이 있어서 천은사코스를 원하는 소수와 함께 한다.


천은사 일주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10분이 채 되지 않았고,

일주문 오른쪽으로 난 새로운 숲길을 들어선 시간이 11시 10분 쯤인 것 같다. 산악회JM은 오르다가 장소가 어디든 오후 2시 30분이 되면 반드시 삼화사로 내려와야 됨을 강조했다. 그래서 걸음을 빨리 한다.





한 20여 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한 사당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고려 충렬왕때 강직한 관리이자 대학자인 이승휴가 두타산 구동에 세운 용안당이다.

우리민족의 대역사서이자 서사시인 제왕운기를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용안당을 지나면, 굴피로 삼각외벽을 세운 물방아가 나오고 그 위쪽으로 천은사가 모습을 보였다.





길은 그 천은사 약사전? 왼쪽을 끼고 큰 나무 밑을 지난다.




천은사에서 한 100여 미터 쯤 지났을까? 길은 자갈 위를 지나고 돌과 소나무 사이를 지나면서 가파르게 위를 향하고 있다.





그렇게 된 비알길을 50여 분 오르니 등성이에 기묘한 바위를 인 봉우리가 나왔다. 여기가 쉰움산이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무나 배추 혹은 고구마 등을 저장하는 곳을 움이라 하는데, 이 바위 위에는 세월이 만든 그러한 움이 5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로는 오십정이다.





또한, 이 산은 지리산이나 계룡산 못지 않은 영험함이 깃든 산이라고 하던데, 곳곳에 무언가를 염원하는 기도처가 보였다.





현재 12시 30분. 저 멀리 정상까지는 대략 3.2km. 2시 30분이면 충분히 정상에 다달을 수 있겠다.




하지만, 처음에 보였던 멋진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오로지 오르기만 한다.




오로고 또 오르고...... 오르고.. 무더운 날씨와 잠시의 평탄면도 없이 오르기만 한다. 말 그대로 초지일관을 뒤새기려면 이 곳에 오면 될 것 같다.

그렇게 헐떡이며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30분.




시간을 맞추려 조금 서두르던 산우. 결국은 오버페이스로 거의 탈진 지경이다. 여기서 기다릴테니 정상에 다녀오란다.

왠지 금방 다녀올 것만 같은 알수없는 자신감으로 그러마 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하늘이 열린 곳에서 보니 정상이 코 앞이다.




산우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잰 걸음으로 오른 결과... 나 역시 오버페이스.

잠시 길가 바위 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굳이 정상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내 욕심 한가지로 산우를 오래 기다리게 해야만 하는 걸까? 

결정적인 것은 시간 상 10여 분 정도 더 가면 될 것 같았는데.. 정상에서 내려오시는 한 산객의 한마디.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40분 걸렸다고 한다.

지금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으니 하산 시각 2시 30분에 맞추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굳이 정상을 찍는 것은 아마추어나 할 짓이지.. 위안을 두르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머물던 바위와 함께 한 컷을 부탁했다.



정상에 대한 아쉬움 대신 2009년 6월 14일. 정상에 올랐던 정상석을 그려본다.




다시 갈림길로 뒤돌아와 무릉계곡 방향으로 내려선다. 길은 가뭄으로 메말라 있고, 큰 나무들이 길을 감싸고 있어 조망도 좋지 않다.

단지.. 묵묵히 내려가고 내려가고.. 가끔씩 보이는 소나무 군락에 위안을 얻으면서...






 그나마 산성터가 같고 있는 진경에 만족스러워할 뿐이다.






그 외에는 여전히 가파르고 건조한 길을 여전히 내려올 뿐이다.





오후 4시. 무릉계곡에 도착했다. 오래전 기억으론 풍부한 수량과 다양한 물소리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었었던 같았는데...

물도 바닥에 고일정도여서 무릉계곡의 명성을 잇기엔 한참이나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잠시 물가에 앉아 땀을 식힌다.




다시 일어나 주차장으로 간다. 길은 왜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보물 제1277호인 삼층석탑을 품고있는 삼화사.  지나온 길만큼이나 마음이 건조해져서 그냥 지나쳐 간다.




 보물 제1277호 삼층석탑은 인터넷에 나온 사진들 중 가장 멋진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삼화사 십이지신상을 지나 일주문을 나서고 ...





 주차장으로 내려섰을 때, 시계는 오후 5시를 알려왔다.



하지만, 우리가 늦게될 경우 자신들의 기다림이 길어져 짜증이 날 것을 대비해, 그렇게 오후 5시까지 하산을 강조했던...

산악회JM은 없었다. 그들은 무려 1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돼서야 나타났다. 자신들의 기다림은 짜증을 유발하겠지만, 자신이 아닌 남은 아랑곳할 필요가 없었는지 희희낙락하면서 모습을 보여준다. 공지된 산행코스도 임의로 바꾸더니.. 산악회JM. 분당과 용인지역에 있는 요즘 한창 피어오르는 꽃의 이름을 가진 산악회이다.

차라리 천은사에서 쉰움산까지가 좋은 산행이 될 것 같다. 두타산.. 천은사코스는 .. 선뜻 누군가에게 추천하기엔 망설임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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