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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영남알프스 / 천황산 재약산 표충사 __ 첫눈맞이산행 본문
오래 전엔 기차타고 버스타고 1박2일을 해야 간신히 산행을 할 수 있었던 재약산.
언제부터는 영남알프스의 큰 인기를 신불평원에 양보한 산. 그곳을 가는 해*산악회 버스의 좌석을 미리 얻어 놓고
<영남알프스전도>
2018년 11월 24일(토)에 밀양의 얼음골을 들머리로
얼음골삼거리 -- 천황봉(사자봉) -- 재약산(수미봉) -- 고사리분교터 -- 층층폭포 -- 흑룡폭포 -- 표충사
그리고 서왕교의 주차장까지 약 13km의 거리를 걷고 왔다.
<천황산 재약산 산행지도>
아침 7시.
죽전역에서 경부선죽전정류소로 가는 길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걷다보니 옷이 젖어든다. 어쩔 수 었이 우산을 펴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버스 창에는 눈발인지 빗물인지 애매한 그 무엇들이 부딛쳐오더니
경상남도에 들어서부터는 다행히 그것들이 보이지 않아서 산행을 무리없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들게 했다.
오전 11시 50분. 주차장 맞은편 핑크빛 아치교를 넘으면서 산행으 시작했다.
얼음골로 가는 길. 한 200여 미터 올랐을까?
천황사가 나왔다. 보고 난 느낌은, 이름이 주는 비중보다는 아주 많이 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골의 길은 그 천황사의 오른쪽으로 이어졌고..
많은 잔 돌 혹은 작은 바위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가파르기까지..
땀이 온몸을 돌아다닐 즈음에 얼음골이 나왔다.
제법 긴 구간의 고랑을 철책으로 두르고 보존하고 있었다. 더운 여름에도 이 돌들 표면에 얼음이 붙을 정도의 찬 바람을 유지하는 곳이라니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입구 입장료(1,000원)도 이 얼음골을 보호할 목적이라니 아깝지 않은 생각이다.
얼음골 보호구역으로부터도 이 너덜의 가파른 오름길은 계속 된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이 오름질이 이번 산행의 하일라이트.
신기한 것은 이 무질서하게 놓인 돌들이 사실은 누군가가 오르는데 발디디기에 적당한 간격으로 유지시켜 놓았다는 것!
신앙의 힘이었을지 혹은 돈의 힘이었을지... 약간의 궁금점으로 힘듬을 잊고자 했지만...
굳이 쉬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과감히 돌아서서 내려온 길을 살펴보았다.
오호~~ 저 분은 오르는 것도 힘든데.. 목에 봉투를 걸고 각종 쓰레기를 주어 담고 오르시네...
버리는 사람들은 누군가 나말고 누군가 줍겠지 하고 거리낌 없이 버려서, 내 휴지만큼은 철저히.. 그런 내 신조에 아릿한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앞쪽 멀리를 바라보니 흐릿한 날씨에 홀연히 보이는 흰 백호의 모습.
오호라.. 저곳이 백운산의 백호구나. 좀 더 오르면 더욱 멋지게 보일 것 같았지만..
점차로 싸래기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가시거리는 기껏 30여 미터. 그러니 더 이상 백호는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있어 염치불구하고 이웃 블로거님의 사진을 옮겨와 그 놈을 감상한다.
그리고 이 산고랑의 효능을 아주 오래전의 전배님들도 활용하신 듯 하다.
남은 기록들을 대조하고 살핀 결과 얼음골 중에 있는 이 동굴도 명의 허준선생이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무려 1시간을 넘게 오르고서야 삼거리인 듯한 재에 올라섰지만... 그곳이 얼음골삼거리는 아니었다. 그 왼쪽 산봉우리로
상당한 시간을 거칠게 올라치고 나서야
얼음골삼거리가 나왔다. 현재 오후1시 20분.
거칠고 가파르고 꾸준했던 얼음골 너덜길을 무려 1시간 30분 동안 오르고 나서야 만난 삼거리길이다.
이곳엔 이미 제법 길 위에 힌눈이 덮혀있었다.
그리고, 산등성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기는 하다. 천지에 내려앚은 운무.
얼음골삼거리에서부터의 길은 굴곡이 완만한 능선길이라서 왠만한 동네길.
하지만, 그곳에서 보이는 억새와 주위의 뷰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 오늘은.. 오리무중.
바람이 불어와 춥기도 해서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천황산에 금방 도착했다.
영남알프스 중에서 아직까지 가 보지 못한 운문산과 가지산.
엔제 저기를 가는 것이 좋을까..? 애써 그림을 둘러보면서 상상을 하고
한달 전에도 다녀온 신불산과 영축산 등도 그림으로 둘러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그리고 옆에 계신 산우님께 부탁을 하여 인증샷 한컷!
이 춥고 번거로운 와중에도 사진을 찍어준 그분께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둘러보니 뿌연 구름속, 그리고 안개비 혹은 적은 눈. 그러니 분주한 것은? 걷기 뿐!
천왕재로...
돌이 없는 길은 질척이는 흙길과 보는 것만으로도 추위가 느껴지는 서릿발이 깔려 있는 길.
추위를 극복하는 것은 부지런히 걷는 것이어서 천황재에도 금방 도착을 했다.
키가 짧닥막한 억새들로 이루어진 천황재의 억새.
간월재의 억새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재약산 가기전 먼 산과 사자평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바위에도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재약산 정상. 약간의 바위봉우리까진 올라섰지만 인증을 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서 여기도 그냥 지나쳤다.
많은 약초를 품고 있다 해서 재약산 (載藥山)이라 하던데 맑은 날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은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인 죽전마을 방향이 아닌 고사리분교 쪽으로 산을 내려간다.
사자평의 그 광활한 억새길도 오늘 만큼은 이 구름안개로 아무 감흥이 없을테고.
고사리분교터로 가는 길은 모두가 다 계단이다.
이런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또 이런 계단으로 내려간다. 이런 계단은
산을 어느 정도 다 내려와서 만나는 임도가 나오면서 끝이 났다. 이 임도를 따라서 조금 내려와서
이정표가 고사리분교를 가르키는 방향으로 내려갔다.
고도를 많이 낮췄나 보다. 구름이 산 위에 걸쳐 있고 먼 곳에 있는 경치도 잘 보인다.
고사리분교터는 오른쪽에 있지만, 층층폭포로 가려면 이곳으로 되내려와야 한다.
여기 고사리분교터와 연결된 길로도 표충사로 가지만 층층폭포를 볼 수 없는 숲길이다.
그래서 좀 전으로 되돌아와서 이정표가 표충사(층층폭포)를 가르키는 방향으로 가면 되지만..
이 계곡 오른쪽으로 이어지던 옛길은 없어지고 이 계곡을 건너
임도와 만나 그 길을 따라서 조금 내려와서
만나는 층층폭포로 향하는 데크길이 새롭게 생겨났다.
그 길은 층층폭포를 보다 자세히 구경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듯 하다.
우선 윗단(폭포와 눈 얼음이 멋지게 공존했다)이 보이고
그 아랫단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잘 살펴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아랫쪽 전망대에서는
이 폭포가 층층폭포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표충사로 향하는 길은 옛길을 잇고
나무계단길도 이어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자연보호도 좋고 오르내리기 편한 길도 좋지만, 보니까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좋을 곳까지 설치를 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부디 어느 한 개인만이 큰 이득을 취하지 않기를 ...
그래도 흑룡폭포를 관전할 수 있는 스카이웤을 설치한 곳은 긍정적이다.
밑을 강화유리가 아닌 밑이 구멍이 난 철제로 만들었는데.. 그 밑이 까마득히 깊어 제법 아찔함을 준다.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보이는 흑룡폭포의 위엄이 압권이랄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아마도 안전상의 이유겠지만, 옆 투명펜스가 너무 높아서 폭포를 사진으로 담기가 힘든다는 점이다.
당분간 옥류동천길을 따르다가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를 어느 정도 걷고 나니 곧 천년고찰인 표충사가 나왔다.
현재시간 오후 4시 20분. 지금까지 꼬박 4시간 30분을 걸었나 보다.
표충사는 신라 무열왕 원년(654)에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죽림사라 칭하였으나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키신 서산, 사명, 기허 등 3 대사의 영정을 봉안한 표충서원이 있는 관계로 호국사찰 표충사라 칭해졌다고 한다.
일주문에는 재약산 (載藥山)이 아닌 재악산(載岳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머리 위에 바위를 이고 있다는 뜻일까?
일주문을 나서면서 오늘을 산행을 마무리 했다.
눈이 꾸준히 온 산행도 아니고 많은 빗속을 걸은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산행.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올 첫눈을 맞은 산행이라 규정할 수 있으려나?
** 참고** 대형차 주차장은 일주문을 나서고 근 1.5 km 정도를 더 걸어 내려와야 있고
그 주차장 주변이 모두 상가라서 산을 내려와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그 동네 특산 막걸리와 두부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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