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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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청화산 조항산 __ 다시 와야 하겠군.

mangsan_TM 2019. 5. 19. 14:35



2019년 5월 18일(토).

충북 괴산과 경북 상주와 문경을 나누는 청화산 조항산을 다녀왔다. 코스는 다음과 같았다.

늘재 - 정국기원단 - 청화산 - 갓바위재 - 조항산 - 의상저수지 - 입석리주차장

거리는 13 Km정도이고 여유로운 6시간 산행이었다.


<청화산 조항산 등산지도>





버스(ㅎㅂ산악회)가 백두대간 늘재 못미쳐에 도달한 시간은 오전 9시 52분 경.

버스에서 내렸더니 비가 내리고 있다.

무시 하기엔 지나친 감이 있어서 우산을 펴고 늘재로 향했다.




늘재에는 백두대간 인증석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인증을 하고 있었다.

사실, 오늘의 길은 백두대간 제9구간의 일부로서 속리산군과 대야산 낙영산 도명산 등 많은 산군을 조망하기 좋은 길로 유명한 곳인데

계속 비를 흩뿌려대고 있으니, 기분이 마냔 가라앉을 밖에




그렇지만 그 기분은 싱그러운 나뭇잎 속으로 들어서면서 점차로 올라서기 시작한다.





비가 온들 또 어떨까?

비가 와야만 이 짙은 나무내음을 맡을 수 있고 흙내음도 맡을 수 있는 것을.




한 40분 쯤 어렵지 않게 올랐나 보다.

백의민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정국기원단에 도착을 했다.

이제부터는 단일민족이 아닌 여러민족이 잘 어우러져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번영하기를..





비가 그쳤다.

하지만 다시 흩뿌릴까 말까 하는 날씨





그러니 주변이 온통 물기가 넘쳐나고 있다.





거기다가 이 산이 100대 명산임을 증명하고픈 듯

제법 거친 암릉에다 가파름을 갖추어 줄을 잡고 간신히 오르기를 요구하고 있으니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오르고 내려야만 했다.






태풍 소식은 없었는데? 바람의 세기로는 거의 태풍급.

태풍 소식은 없었는데? 바람의 세기로는 거의 태풍급.




나뭇가지 위 나뭇잎들 땅 위의 모든 풀들이 앞다퉈서 비명이다.

체온은 급격히 고두박질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주변을 보는 것을 멈추고 빠르게 움직여 체온을 높혀 갔다.

이 길을 가다가 뒤돌아 보면 속리산 연봉들의 모습이 멋지게 보인다고 하던데..

그래도 길가에 있는 철죽이 예뻐서 가끔은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눌재(늘재) 2.6 km.

늘재에 있는 이정목에는 청화산까지의 거리가 2.6 km 였으니.





맞았다. 이정목을 지나니 곧 청화산 정상. 현재 시간은 11시 13분.





청화산에서 조항산으로 가는 길은 너무 뚜렷해서 아무 생각없이 길 위를 걸었지만 청화산 정상을 조금 지나 만나는 삼거리.

이정표가 조항산을 가르키고 있지만 선뜻 그쪽으로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직진방향이 몹시 유혹적이고, 조항산 방향은 급한 내림길이기 때문. 하지만 이정표가 옳았다.





잠시 내려오다 다시 평탄한 길을 걷고 다시 조금 올라서서 만나는 봉우리. 아마도 884봉?

이곳이 전망봉인가 보다. 주변이 모두 운해라서 볼 수는 없었지만

몸이 휘청일 정도로 부는 바람의 세기가 그런 추측을 불러왔다.




게다가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지고





물기 머금 암릉길 역시 가파르기만 해서





지금까지 온 길 중, 가장 조심하고 신경을 써서 내려온 곳이 이 지점이었지만





분명 환상적인 주위의 풍경이었을 텐데, 보이는 것은 구름 뿐이니.

날 좋을 때 다시 와야 한다는 중얼거림이 나만의 것은 아닐 듯 하다.





갓바위재에는 아무런 표지가 없었다. 이정목도, 혹은 비닐봉지 속에 든 안내지 마져도

의상저수지로 내려가려면 이곳에서 왼쪽 길로 가야할텐데.

암튼, 곧바로 가다 헬기장에서 만난 할미꽃. 그 붉었던 열정이 있는 꽃도 보고 싶었는데 그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때가 되면 욕심내지 않고 순리를 따르는 자연처럼 나는 얼마나 그처럼 순응하고 있었을까?





조항산 오르기의 백미는 이 바위 위를 지나치면서 시작됐다.




길 오른쪽에는 깊은 낭떨어지를 두어 스릴을 주고





왼쪽으로는 철쭉꽃으로 화사함을 더한다.






그리고는 거친 바위 사면에 기대어 걷게 하거나 





줄 이외의 수단으로는 갈 엄두조차 낼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온 몸으로 오르기를 하여 오후 1시 53분 조항산 정상석을 만났다.

청화산에서 대략 2시간 40분 거리(점심시간 포함)인 듯 하다.





정상석은 험하고 거친 산길에 비해 몹시 앙증맞고 조그마 했다.




주위는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하고 추위가 여전해서




서둘러 내려간다. 정상에는 그 흔한 이정목이 없어 잠시 주저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많은 띠지를 가진 뚜렷한 길이 있어 그 길로 향했다.(정상에는 작은 소로길도 있음)

다행히 가려던 길(대야산 방향)이었지만 오를 때의 그 급경사 만큼이나 몹시 급한 내림길이었다.




그리고 한 10여 분 정도 내려왔을까?




고모치와 의상지로 갈리는 삼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





의상저수지로 내리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모양인지





인위적이지 않아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걷기에 좋았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생각도 없다.





가끔가다가 만나는 처음 보는 꽃을 볼 때만

이 꽃은 뭐지?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 갈 뿐.





드디어 나무 잎들이 열려면서 의상저수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라? 이 구름과 안개가 어디 가고 햇빛이 있을까? 조기 보이는 산 능선이 대간길이고

가운데 고랑이 아마도 갓바위재로 가는 길 아닐까?




오후 3시 27분. 의상저수지로 내려섰다.




지금까지 구름 속에서만 있어놔서 저 산이 조항산?




저수지 가 산골짜기 쪽에는 갈댄지 억샌지.. 해 지난 대가 그대로 서 있어서 마치 설치미술 작품 같이 보인다.

오래 전에는 저와 같은 것들도 먹고 사는데 하나의 소재가 돼서 남아나질 않았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잘먹는 것만큼은 분명한데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저수지 길을 걷는 내내 보이는 왼쪽으로 보이는 저 능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라면

그림 오른쪽 멀게 보이는 조금 뾰죽한 봉우리가 청화산일 텐데..





그리고 앞쪽으로 보이는 저 산은 한번씩은 걸어본 백악산부터 가령산 낙영산 도명산으로 보인다.




의상저수지 댐 위를 걸어서





얼마 정도 내려서서 뒤돌아 봤다.

뒤로 보이는 능선이 지금 껏 걸어온 길일텐데 꽤 먼거리란 생각이 든다.




속리산자락의 괴산 화북면 입석리. 입석 보건진료소를 지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마냥 길만 보면서 5월 나무들 속을 거닌 산행이었다.

주위 조망을 기대하면서 계획한 산행이었으나 흩뿌려지는 빗방울과 운무로 인해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과 같은 조건의 산행도 흔치 않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그리고 그 멋진 조망은 다시 와서 확인해 봐야겠다. 어느 계절에 와야 가장 멋진 조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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