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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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집 근처에 있는 산이 주는 의미. 영장산

mangsan_TM 2019. 12. 22. 18:04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얼마 전, 사무실에서 종이를 자르려고 종이 위에 자를 대고 커터칼로 힘 주어 자를 때.

아뿔싸. 그 칼이 자를 타고 넘어 내 왼손 중지를 베고 지나갔다.

깊게 베어진 듯, 아무리 힘주어 붙잡아도 지혈이 되질 않아서 급기야는 근처 외과로 갔다.

무려 바느질 6번에 출혈이 멈췄다. 제길 요즘 산에도 가지 못해 몸 컨디션이 엉망인데..

씻지도 못하지.. 올핸 왜이리 불편하게 매듭지어지는걸까?




그렇게 일주일 넘게 활동을 하지 않으려니 몸 어느 구석인가가 자꾸 허물어지는 것만 같았다.

달래 무릎이 아팠던 경험으로 쉬고는 있었지만.. 도저히..

붕대 감긴 왼손 중지를 조심스레 다루면서 장갑을 끼고 스틱을 꺼내어 오후 1시 영장산으로 출발했다.




예전 같았다면 그냥 휙 지나쳤을 종지봉 밑자락 샘터.

천천히 걸으니 글씨도 보이고 오래 전 이곳에서 약수를 받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적합판정을 받은 물이 말 그대로 콸콸 쏟아졌는데.. 어떤 이유로 물이 메말라 가는 것일까?




샘터 옆 어르신들의 운동장이자 쉼터도 주의깊게 보면서 길을 걸었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는 오늘은 천천히 걸으면서 무릎 상태를 점검할 요량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걸으니 빠르게 걸을 때보다 주변이 자세히 보였다.




집 가까이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일이다.

그가 누구든 서운했다면 풀기 좋은 행복했다면 함께 나누기 좋은 그런 곳이 이곳이니까.




가끔 산에서 보이는 울퉁불퉁 바위들도 그렇다. 가파른 곳이라면

오히려 흙길처럼 미끄럽지 않고 발도 단단 디딜수 있게 하니 그 위를 걸을 땐 단지 조심하면 그뿐.




정상이라고 큰 의미를 둘 필요도 없다.

단지, 오르는 구간에서 내리는 구간의 한 정점이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면

지금부턴는 편안하고 즐겁게 삶을 살아야 현명하다.




이제는 겉을 화려히 치장하지 않아도 될 나이.

지금 겨울철 나목이 주는 아름다움을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




한 때는 왁자지껄 많은 사람들이 붐볐을 이 휴식처의 빈 의자에서도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




벽이라 해서 모든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바로 옆에 있어도 가는 길이 다르거나 보는 방향이 서로 다를 땐

이렇게 경계를 두거나 거리를 둬야 서로 건강해 진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이미 동의를 했으니까.




큰 나라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인간에게 큰 재앙이 되지 않는 한 급히 진화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아마도 자연순환의 순기능 때문일테지만..

우리나라 같이 조그만 나라에서는 자연발생적이든 인위적이든 산불은 재앙이다.




요즘엔 반려동물들도 참 멋스럽다.

흰털을 가진 중간 크기의 강아지인데 멋진모습 때문에 절로 핸드폰을 들이대게 했다.




그래도 아주머님! 이것 만큼은 꼭 지켜주셔요.




그런데.. 내장산과 경주 남산에서 느껴졌던 왼무릎이 미세하게 틀어지는듯한

ㄱ그래서 급기야는 통증의 방문을 받게 되는.. 그런 느낌이 지금까지 없다.



오후 4시.

평소보다 20분 정도 더 걸린 3시간의 산행이었다. 그래도

거리 만큼은 9 km 가까이 되는데..  내 왼무릎으론 아직 통증이 오지 않았다.

얏호~~~~  그래도, 무릎을 조금 더 아끼고 난 후에 마치 북알프스를 오르듯이 다음 산에 오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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