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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양평 중원산 _ 늦은 더위는 계곡물에 보내고 본문
2021년 8월 16일. 월요일이지만 처음 시행되는 대체공휴일 덕분에
양평에 있는 중원산에 올랐다가 중원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올 수 있었다.
중원계곡 주차장에 차를 두고
하얀집 - 중원산 - 중원폭포(물놀이) -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꽤 유명한 계곡이라서 여름철이면 중원계곡주차장(무료)에 차를 두기가 무척 힘들다. 그래서
아침 일찍 안양이 서식지인 친구HJ는 이매로 불러 태우고, 위례가 서식지인 친구 TH는
서하남IC 근처로 불러 태우고 서둘러 이곳 주차장에 오니 여유만만하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선 시각은 7시 50분.
두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곳이 처음이라 하니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 앞 <하얀집>
길 건너 맞은 편에 있는 중원산 편한길 들머리로 안내 했다.
원래 중원산은 많은 물과 돌길로 유명한 곳인데, 이 쪽길은 흙길이라서
상당히 부드럽고도 팍신하다. 덕분에 친구TH는 신을 벗고 양말도 벗고...
맨발 산행을 하고 있지만, 조그맣게라도 상처를 입으면 균이 침투되어 큰 부상으로 이어지니
반대하는 맘이 컸다. 하지만, 말리지 못한 것은 그의 그 자부심에 대한 맘이 더 컸기 때문.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산이 갖는 본분마저 잊은 것은 아니라서 가파른 비탈이 가끔 가다 나와
가쁜 숨을 연료로 시원히 땀을 쏟는 산행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지만 그 오름 끝에 준비 된 키 큰 나무들이 주는 시원한 그늘과 나무들 특유의 기운들이
방금까지 있었던 겪한 호흡과 힘듦을 가시게 하고 불현듯 또 다른 기운을 채워서, 마치
고등학교 때 그 때의 학생으로 뒤돌려 놓기라도 하려는 듯 했다.
비록, 또 다른 오름길이 또 다시 나오기는 했지만, 이미 우리는 혈기 왕성한 고딩이들. ^^
앉기에 적당한 곳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그 시절 그 때의 춤사위를 보여주기 바쁘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다. 여기 이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치열함을 보여주는 나무뿌리가 있는 곳.
여기가 정상 오르기 얼마 전인, 추읍산과 그 아래 동네들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이기 때문.
그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의지를 조금이나마 얻고자 잠시 몸을 얹어 본다. 그 기운이 있었을까?
단숨에 정상으로 올라 섰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현재시각 9시 40분.
이제 오를 곳은 다 올라왔으니 그 기쁨을 표출하지 않으면 고딩이 아니지? ㅋㅋㅋ
나름 그 시절의 춤사위였구만 지금 보니 에헤라 디여로구나... ㅍㅎㅎㅎ
아직은 햇볕이 따가운 관계로, 모처럼 정상 인증 하나 남겨 보고
정상 아랫쪽 시원한 그늘과 살랑이는 바람이 있는 곳에서 친구들이 바리바리 싸 가져온
과일, 커피 그리고 빵 등등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한참 동안 나눴다. 그리고
올핸 아직 걷지 못한 용문산과 눈인사를 하고 중원계곡으로 향했다.
오래 전의 기억 하나. 운무 자욱했던 그 언젠가 힘들게 올랐던 이 비탈길을 내려서고
지금은 친절하게 이정표라도 있지만, 그 마저도 없어서 길 찾는데 애를 먹었던 이 길.
용문산에도 있고 여느 큰 산에는 하나쯤 있는 암괴류를 가로질러
쭉쭉 뻗은 큰 나무에 감탄을 하고 기어코 그 기운을 한자락을 얻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원시의 숲을 통과 하고는 만난
너덜지대. 느닷없이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서 고마운 구조대 분들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물을 건넜던 곳이....
아마도 이곳이지 싶다. 그 뾰족한 위험이 있었던 이 곳을 지금은 아주 편안함으로 지나고 있으니...
뿐인가 오래 전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숯가마터를 아무 감흥 없이 지나고 있으니
삶의 의미는 그 순간과 상황이 결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를 때도 힘들었던 이 너덜지대. 내려올 때도 역시 힘들다. 게다가 지루함도 슬슬 다가오고...
다행히 곧 중원계곡과 만나 지루함은 막을 수 있었다. 12시도 안된 시간인데
계곡의 맑은 물이 담긴 웅덩이 곳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었다.
우리도 중원폭포 윗쪽에 있는 적당한 장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옛날의 개구리 헤엄을 서로에게 뽐내며 깔깔 거렸다. 적당한 먹을 거리라도 가져왔다면
두 세 시간은 충분히 보냈겠지만 그저 늦더위를 보내기엔
한 시간도 많은 시간. 한 40분? 50분? 정도 물놀이를 하다가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미 차들로 뒤엉켜 있는 폭포 가까운 주차장을 지나
햇볕이 강렬히 내리쬐는 포장도로를 마치 고딩이들의 대화 그것인 양 떠들어 대면서
주차장에 들어섰다. 12시 50분.
점심시간 이지만 이매에서 기다리는 시원한 쏘맥과 삼겹살을 생각해서 부지런히 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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